우리는 어느 순간부터 생각하기를 멈춰버린 것만 같다.
사실, sns나 인터넷에 올라오는 글이 대단하긴 한가? 아니, 사실 대단한 글들도 많긴 하다.
논리적 구조를 갖추고, 충분한 조사를 한 뒤에 올리는 글들도 있고, 해당 분야에서 근무하는 사람이 아니면 잘 모를 법한 정보들도 올라오기도 한다. 인터넷은 마르지 않는 샘물과도 같아서 이곳에선 법,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육, 의료, 과학 등 모든 것에 대해,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과 이야기할 수 있고, 들을 수 있다. 그렇기에 인터넷은 분명히 키워드, 주제를 통해 세대에 따른 관심사나 사회의 흐름을 일부분 파악할 수 있게 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대체적으로는 그냥 흘러가는 듯한 글이 대부분이다. 필자가 이 공간에서 넋두리를 하면서 생각을 정리하듯이, 대부분의 글 역시도 그냥 푸념에 지나지 않는 글이거나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글들이 대부분이다. 이러한 사실을 명백히 알고 있음에도 어떨 땐 몰입하게 되거나 감정의 동요가 일어나기도 하지만서도. 중요한 것은 대부분이 글의 깊이가 습자지마냥 얇거나 푸념글에 지나지 않는다는데 있다. 가랑비에 옷이 젖듯이 이런 글들을 읽다보면 사회를 부정적으로 보거나 한탄만 하게 되는데 몰두하게 된다. 실제로 사회는 매우 추악하고, 비관적이지만, 한편으로는 굉장히 밝은 곳이기도 하다. 단지 뉴스에서 자극적인 것을 위주로 다루듯이 인터넷에서 다뤄지는 떡밥들도 자극적인 것만 다루다보니 편향되는 것 뿐이다. 그렇기에 커뮤니티에 몰입하게 되면 우울증에 걸리기 쉬워진다. 부정적인 감정들이 공유되면서 증폭되니까. 그리고 이러한 부정적 감정들을 해소하기 위해서 공감을 주는 커뮤니티를 하게 되면서 탐닉하게 된다.
그래서일까.
우린 어느 순간부터 생각하기를 멈춰버린 것만 같다. 물론 인터넷에 올라오는 글들이 대체적으로 깊게 생각할 필요도 없이 지나치고 말 수준이긴 하지만, 몇몇 글들을 보면서 다 같이 한탄하거나, 푸념하거나, 웃거나 그저 감정에 충실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언뜻 이해는 간다. 해당 일에 대해 원인을 분석하거나 생각을 해봐야 무엇하는가. 어차피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수많은 글, 말 중 하나가 될 뿐이고, 현실은 바뀌지 않을텐데 말이다.
어쩌다 어떤 글을 하나 보게 됐다.
지금은 영화로도 만들어진 한 작품에 대한 글이었는데, 인터넷에서는 오지게 까이고 있지만, 현실에서 그 소설은 번역이 되어 타국으로 수출되고 있으며, 많은 부문에서 1위를 하고 있다. 그 작품이 마음에 들건, 마음에 들지 않건, 작품성이 있든, 없든 중요한 것은 굉장히 인기가 많다는 것이고, 잘 먹혀 들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필자는 직접 읽어보진 않았지만, 내용을 대충 찾아봤다. 인기있는 이유를 언뜻 알 것 같았다. 일반화니, 편향적인 정보 왜곡이니, 기승전결이 부족하니, 작품성이 부족하니, 이런 것을 다 떠나서 시장에 먹힌 이유는 딱 하나다. 바로 있을 법한, 있었던 일들을 한 캐릭터에 몰아넣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받을만 한 것이다. 어차피 사람들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공감을 하는 것이고, 실질적으로 이러저러한 일이 없지는 않았으니까. 캐릭터의 수 많은 일화 중에서 하나의 일화라도 자신의 경험과 유사한 부분이 있다면 공감이 이루어질 수 있고, 그러한 일화가 넘쳐나는 캐릭이라면, 보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공감에 도덕적인 잣대를 내밀어서 잘못된 공감이니, 옳은 공감이니 따질 것도 없이, 작품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우선 공감 아닐까. 물론 이것에 동의하지 않는 이들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일단 어떤 책이라도, 먼저 독자들에게 선택을 받아야지, 팔려야지, 그 다음부터 작품성이니 뭐니 따질 겨를이 되지 않나. ....모르겠다. 대중성과 작품성을 다 잡는 작품도 있지만서도, 둘 중에 하나만 잡아야 한다면, 이건 사람마다 우선순위가 다르니까.
여튼 간에 이것에 대해 다룬 글에 대부분은 오지게 까는 댓글 밖에 없었다. 하지만 오지게 까봐야 뭐하겠는가. 그냥 사촌이 땅을 사서 배가 아픈 것마냥 내 감정만 소모할 뿐이지. 어째서 시장에 먹혀 들어갔는가, 어째서 현실에서는 저리 잘 팔리는가. 생각해보는게 더 낫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서였다. 푸념적인 글들이 넘쳐나고, 그러한 글들을 읽다보면 그냥 같이 한타만하고, 푸념만하면서 시간을 보내게 될 것 같았다. 그래봐야 현실을 다른데.
나도 한때는 눈팅이긴 하지만, 커뮤니티에 몰두했던 사람으로써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이다.
특정 세대에서는 인터넷 커뮤니티가 나름 규모가 있으며, 그만큼 그 세대의 여론을 반영한다고 생각이. 물론 이것은 필자의 뇌피셜에 지나지 않기에, 인터넷의 여론이 현실의 여론에서 얼마나 차지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찾아보긴 했는데, 제대로 통계나 수치로 조사된 것은 없는 듯 하다. 실질적으로 불가능하기도 하고. 커뮤니티의 성향에 따라 인터넷 여론이 현실의 여론과 다른 경우는 몇번이고 있었지만, 그래도 2번째줄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젊은 세대에서 나름 규모도 있으니, 어느 정도 의견을 반영한다는 생각이었다. 여전히 이 생각에는 변함이 없지만, 커뮤니티에 몰두하게 되면 현실에서 멀어진다는 것은 확실한듯 싶다. 그건 현실과 인터넷이 달라서가 아니라, 인터넷 글들이 현실에 대한 정보 공유, 사고의 교류로 이어지지 못하고 끼리끼리 감정에만 치중하고 끝나버리기 때문일 것이다.
아무리 거리를 두고 바라봐도 가랑비에 옷 젖는다.
그렇다고 인터넷을 아예 끊을 수는 없다. 그건 분명히 현 세대의, 그리고 미래 세대의 주된 의사소통 수단이니까. 커뮤니티에 탐닉하지 말고 스스로 생각하고, 생각에 대한 소스는 직접 찾는 등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핀란드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떠오른다.
- 애초에 이렇게 커뮤니티를 가지고 글을 쓰는 것 자체가....hox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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