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에 빈부격차에 대해 글을 쓴 적이 있다.
정확히 말해, 빈부벽차가 커졌을 때 갖는 의미에 대한 것이었지만서도.
그렇다.
빈부격차가 클 경우, 상대적 박탈감으로 인한 사회적 분열과 치안불안이 야기되며, 또한 정부에 잘못된 신호를 전달하여 해결해야 할 문제를 늘리고, 이는 자원의 효율적 분배를 왜곡시키는 문제가 있다. 그러나 이는 결과론적인 이야기일 뿐이며, 이 글은 빈부격차가 '커져가는' 것이 의미하는 바에 대한 글이다. 빈부격차가 커져간다는 것은 중산층이 사라지고 있다는 걸 의미하며, 이는 분명히 사회적 위기다.
중산층이 사라지는 경우를 모형으로 그렸을 때, 대표적으로 모래시계형이 있지만, 피라미드형, 역피라미드형도 있다. 그러나 경제적인 척도로 역피라미드형이 나올 경우는 불가능에 가깝다. 다수가 부자이고, 소수만 가난한 나라가 존재할 수 있는가? (오일머니 덕분에 해외에서 돈이 수급되는 특별한 경우외엔 없다. 그럴경우 다수의 공급자가 외지인, 외노자, 식민지-피지배층이고, 수요자가 내국인이 될 것이다.) 그렇기에 빈부격차가 커져가는 것은 대체적으로 모래시계형이나 하방이 더 넓은 피라미드형 모래시계형이 되어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국민의 다수가 경제적 하층민으로 내려간다는 소리고, 이러한 하층민들은 결국 소수의 부자들의 영향력 아래로 들어가게 된다는 걸 의미한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경제적인 이유로 대기업에 들어가길 원한다. 그렇기에 대기업이 지니는 사회적 위상은 어마어마하며 정치인들이나 법조인들도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 대기업이라고 해서 국민들과 반목하는건 아니지만, 중요한 것은 국민들과 대기업간의 이익이 충돌되었을 때, 혹은 대기업의 이익추구가 국민의 손해로 돌아갈 때, 어느 쪽이 정치에 더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정치라는건 서로의 이익집단이 각자의 이익추구를 위한 것이며, 각자의 이익추구 속에서 자연스레 상호 견제가 이루어지고 이에 따라 균형이 잡힌다. 그러나 하나의 이익집단이 상당한 힘과 영향력을 갖게 되면 다른 이익집단이 무너지게 된다. 예컨대 20프로 힘을 가진 대기업이 5프로, 3프로, 8프로 등등으로 채워진 나머지 80프로 이익집단보다 우선시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법조인과 정치인이 '더 많은 다수'라는 중립을 지키지 못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이게 가능한 이유는 소수의 재벌들과 재벌들 밑에서 종사하게 될 수 많은 직원들, 하청업체들이 하나의 목표의식을 지니게 되는 반면에 나머지는 각자의 목표에 따라 분열되기 때문이다.
즉, 빈부격차가 커져간다는 것은 소수의 상위와 소수의 상위에 종속된 하위로 인해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지 않은 다수의 중산층이 정치에서 소외되는 것을 의미하며, 이에 따라 한 나라의 예술, 문화, 철학, 법, 제도 등이 흔들리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문학, 예술, 문화, 철학, 법, 사회, 정치 이런 것들은 어느 정도 생활에 여유가 있어야 관심을 갖거나 소비할 수 있으며, 관심이나 소비를 통해 발전할 수 있다. 그렇기에 당장 돈과 생존이 우선인 사람들은 이러한 분야에 관심을 갖거나 소비할만큼 여유를 가질 수 없다. 그 결과, 인문학이나 예술, 철학, 윤리 등은 오히려 쇠퇴하게 되고, 모든 것들은 '돈벌이 중심'으로 흘러가게 되기 쉽다. 사회의 다수가 돈벌이에 혈안이 되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소수의 상위층의 영향력은 더욱 커지며, 특히 법이나 정치 등은 소수의 힘있는 자의 뜻대로 돌아갈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지금 당장 언론만 봐도 광고를 위해 어떻게 해서든 관심을 끌려고 애쓰고 있으며, 출판계도 돈이 되는 작품을 우선시하고 있다. 예술도 거의 그들만의 리그식으로 소수 부유한 사람들끼리 사고 팔거나, 아니면 대중적인 코드에 맞는 디자인 분야가 잘 나가고 있을 뿐이다. 인문학이든 예술이든 철학이든 결국 돈에 목매이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그렇다면 법과 정치는 어떤가.
상위층은 그들만의 리그를 지키기 위해 힘을 쏟는데 여념이 없다. 이는 상위층을 비난하고자 하는 말이 아니며, 무릇 사람들은 대부분 다 그렇다. 자신에 위치에 서서 그 위치를 사수하고,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기 위해 노력하는데, '왕관을 쓰려면 무게를 견뎌라'라는 말처럼, 돈이 많은 사람은 그 돈을 그대로 유지하고 관리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노력을 할애해야만 한다. 그렇기에 법이나 정치에서 최대한 영향력을 발휘하려 하는데, 그리고 인해 정치인이나 법조인들을 압박하거나 손잡고 그들만의 리그, 카르텔을 만들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카르텔이 가능한 이유는 보통 사회, 정치 문제는 민주주의의 특성상 '쪽수'가 중요한데, 이러한 다수를 설득하거나 선동-여론형성하기 위해선 명분(공통된 목표)이나 돈과 권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소수의 상위층 + 소수의 상위층에 종속된 하위층 vs 중산층 or 하위층 구도로 갈 가능성이 높아지는데, 앞서 말한 것처럼 결집력은 상위층 + 종속된 하위층이 훨씬 좋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빈부격차가 커져가고 있다는 것은 중산층이 몰락하고 있다는 것이고, 이러한 몰락은 사회가 전반적으로 쇠퇴하는 가운데 소수의 상위계층은 더욱 힘을 갖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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