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보존실/잡념들-생각정리

닳고 닳다

어둠속검은고양이 2019. 10. 19. 18:00

살다보면 혹은 나이를 먹어가다 보면 다들 닳고 닳아져간다고들 말하곤 한다.
그것은 마치 제품이나 기계들 같은 것들이 낡아가거나 고장나는 것처럼 사람의 육체가 노쇠하는 걸 말하기도 하지만, 그것보단 정신적인 부분이 닳아지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더 큰 것일지도 모른다.

현실을 살아가는 많은 이들이 닳고 닳아지면서 자신의 곁에 자리 하나 비워둘 정도의 여유조차 없어진 채 살아가고 있다. 정확히 말해서, 그 옆자리는 비워져 있는 것이지, 비워둘 여유는 없다. 그래서 수 많은 사람들이 SNS에서, 커뮤니티에서, 인터넷 방송에서, 모니터 너머의 행복을 바라보곤 한다. 마치 진열되어 있는 상품을 바깥에서 아이쇼핑 하듯이...

나는 언제부터 닳아졌을까.
어느 순간부터 누구 한 명을 곁에 두기 어려울 정도로 닳게 된 나를 종종 느끼곤 한다.
경제적 여유나 빈곤함과는 별개로 사람 하나 곁에 둘 여유가 없을 정도의 정신적 빈곤함은 내 옆자리를 당당하게 차지하고 있다. 가벼운 농담처럼 떠들던 이야기들이 아득히 오래 전이었던 것 같은데, 어느 새 내 앞에 마주하고 있다.

마모되어 버린 삶, 마모되어 버린 인생들, 마모되어 버린 사회.
대한민국은 육체적인 것뿐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고령화되어 버린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