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누구나 자기연민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대게 나의 이 감정들을 어느 누구도 이해할 수 없다는 사실에 기반한다. 우리는 서로를 이해한다고 말하지만 사실 궁극적으로 서로를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다. 우리 자신도 우리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데.
자기 연민은 일종의 자기애와 맞닿아있는데, 이는 "이 세상에서 어느 누가 나를 이해해 줄 수 있을까. 나 자신이라도 스스로 이해해줘야지." 와 같은 것이다. 이것이 심해지면 우울한 나르시시스트가 된다. 우리가 종종 현실에서 볼 수 있는 자아도취, 심각한 자기애, 비련의 주인공이라 여기는 마인드가 이에 해당한다.
(이들은 이것을 견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합리화나 주지화를 통해 본인을 포장한다. 그리고 이는 슬프게도 자기실현적 예언이 된다. 부정적 감정들에 질린 주변 사람들이 하나둘 떠나기 때문이다.)
대체적으로 정신이 건강한 사람들은 자기 연민에 쉽사리 빠지지 않는다. 그들에게 자기 연민은 아주 작아서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들에 집중한다. 본인의 에너지를 감정의 되새김에 쏟기보다 다른 것에 더 쏟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패로 자존감이 떨어지거나 본인의 삶이 흔들릴 때면 이 자기연민은 사람을 집어삼키곤 한다. 정신이 건강하지 못한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다.
여튼 간에 이러한 자기 연민은 누구나 어느 정도 갖고 있기에 공감의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자신의 투박하고도 솔직한 감정들을 써내려간 글들을 보며 본인이 느꼈던 것들을 되새김하듯이 글쓴이의 감정들에 공감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자신을 바라보고 감정이 해소되고 나면 다시 훌훌 털어버리고서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자기연민은 공감과 감정해소, 치유에 긍정적인 효과를 지니지만, 안 좋은 쪽으로 흐르는 것이 대부분이다.
정신이 건강한 상태에서 자기연민은 다시금 중심을 잡게 만들지만, 애초에 정신이 건강한 사람은 자기연민에 잘 빠지지 않는다. 반대로 힘든 시기를 겪는 이들은 자기연민에 빠지기 쉬운데, 정신적으로 힘들 때 자기연민에 빠지면 마치 수렁에 빠지는 것처럼 그 감정에 취해 헤어나오질 못한다. 삶에 집중하지 못하고 연민에 취해 있는 것이다.
이런 경우 주변 사람들에게 상담을 받는 것이 좋지만, '감정 쓰레기통'이라는 말이 돌 정도로 타인을 수용해주는 것조차 힘들 정도로 홀로 서기도 힘든 시기인데, 쉽지 않은 일이다.
답은 돈 주고 상담 받아주는 서비스를 구매하는 것 외에 있나.
아니면 의사에게 약처방을 받거나.
결국엔 스스로 극복하는 것 외에 달리 뾰족한 수가 없다.
자기연민은 사람들 사이에 공감을 가져오지만, 수렁과도 같아서 요즘 같은 시대엔 조심해야 할 감정 중 하나다. 감정조차도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될 사회라니 참으로 퍽퍽한 사회다 싶다.
p.s
시대가 시대인 만큼 자기연민에 취한 이들이 많이 보인다.
아픈 이들이 많은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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