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라고 했다.
그냥 "고생 많았다. 수고했다." 말해주는 것이 그리 어려울까?
상대방의 고생을 인정해주면 뭐 싸움에서 지는 걸로 생각하는 걸까?
사건 사고는 매일매일 터지고, 그것에 대해 신경 써봐야 내 정신만 피곤해질 뿐. 구태여 글도 쓰지 않고, 관심도 갖지 않으려 해도, 하도 시끌시끌해서 몇 자 써보게 된다.
과거 필자는 여성 징병제와 모병제 대해 이야기 한 적 있고, 직업군인과 의무병에 대한 이야기도 한 적 있다.
직업군인으로서 여성이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은 직업 선택의 자유를 달라는 것으로서 의미가 있다고 했으며, 그들이 굳이 의무병으로서 보내달라고 하지 않는 것은 의무 부과를 구태여 요구하지 않는 것으로서, 둘을 다른 맥락으로 이해했었다. 다만 의무를 행해야 할 정도의 상황이 왔을 때도 거부한다면 이기적이라고 했지. 그러나 이러한 글을 쓴 것도 10년이 채 되지 않았는데, 몇 년 지나지 않아서 병력 부족으로 인한 모병제와 여성 징병제에 대해 이야기를 다루게 되었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저출산의 영향이 안보에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는 뜻이다.
과거 글에서 썼다시피 전방 사단은 축소, 통합하고 있으며, 남자들은 진짜 손과 다리가 움직이기만 하면 데려갈 정도로 가혹하게 징집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인 징병제에 대한 논의는 입도 뻥긋하지 않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징병제에 대한 논의는 현 징병제를 모병제로 전환할 것인가. 모병제로 전환한다면 그 비용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그것이 아니라면 여성 징병제를 행할 것인가. 여성 징병제를 시행함에 있어서 생길 문제는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혹은 시민권을 부여하는 식으로 외국인을 데려다가 군인으로 쓸 것인가. 등등 저출산으로 인한 군인 축소에 관한 모든 논의를 말한다. 단순히 여성 징병제를 해! 말어! 이런 주장이 아니다. 저출산을 맞아 줄어드는 군인과 국방의 공백의 극복 방안과 비용 문제 등 모든 것들을 망라해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소한 논의만이라도 시작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정치인들은 누구 하나 말하지 않는다. 논의를 회피한다. 말하는 순간, 이득 보는 것은 없고, 손해만 있으니까. 만에 하나 '여성'징병 이야기 나오는 순간 100% 다음 총선, 대선에서 개박살이 날 것이 분명하기에. 지금 당장 논의를 해야하는 시기인데도 불구하고 눈 가리고 아웅이다.
몰라레후~
안보의 문제는 남의 일이 아니다.
우린 작년에 아프간의 상황을 보았다.
우린 아프간의 지도층들을 비웃었다.
.........누가 누굴 비웃었는가?
지금 우리 사회는 군대와 유리되어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전에도 가지 않았고, 앞으로도 갈 일이 없는 여성들과 유리되어 있다. 남성들은 군 복무를 했거나 앞으로 군 복무를 해야 하니 일말의 이해심이라도 있다.
그리고 미필이 대부분인 사회 지도층들은, 정부는, 사회는 군대와 유리되어 있는 사람들하고만 소통하고 있다. 오히려 논의 당사자가 되어야 할 군 복무자들과 군 복무 예정자들은 소통에서 배제되어 있다.
그저 아프간처럼 '미국이 우리 동맹이야! 미국이 지켜줄 거야!'라고 굳게 믿고 있다. 그러나 아프간 사태에서 바이든이 말했듯이, 스스로 지킬 의지가 없는 나라는 미국조차도 지켜줄 이유가 없다.
소통만 배제하면 다행이다.
이젠 사회가 군 복무자들에 대해 조롱하고 매도하는 수준까지 왔다.
과거에 전방 사단에서 고등학생들이 군인을 폭행했는데, 그 당시에 위수지역 주민들은 뭐 그런 거 가지고 난리냐며 오히려 항의를 했고, 사단장이 직접 위수지역을 통제하고 외박, 외출을 제한하고 나서야, 주민들이 사과하고, 해당 고등학생들을 붙잡아 처벌했었다. 우린 그때 그 사건을 보면서 군인에 대한 대우에 착잡한 심정을 가졌었다.
지금은 어떤가.
변화가 있는가?
달라진 것 하나도 없다.
저출산으로 국방에 공백이 생겨나고 있는 이때, 군 복무자들에 대해서 오히려 우대를 해주며 국방의 공백을 최소화해도 모자랄 판에 군인에 대한 조롱과 일재의 잔재라는 딱지와 군대에서 항의를 못할망정 이 사건을 제보한 내부고발자 색출까지.
필자는 과거에 성별 갈등이 의도된 대리전쟁이었으며, 이에 대해 놀아나지 않았으면 한다는 글을 쓴 적이 있다.
그럼에도 한소리를 해야 할 듯싶다.
여경 무용론이 나왔을 땐, 그렇게 경찰 조직에서, 언론에서, 정부에서 커버를 열심히 치시더니. 군대 사기를 꺾는 일이 발생했을 땐, 조직이 커버는 못 쳐줄망정 역으로 내부고발자 색출에, 외출, 외박 제한까지.
여성들의 표가 무서워서 정부가, 사회가, 언론이 전부 한 마음이 되었다. 진정 논의 당사자가 되어야 할 군 복무자들과 군 복무 예정자들의 외침은 그저 징징거림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그것도 북한이 극초음속미사일 개발을 완료하고, 미상의 발사체를 발사하고 있는 이때.
군무새라며, 일재의 잔재라며 군 복무자들을 비웃고 있는 현 대한민국이 아프간을 비웃을 자격이나 되나?
세계 최강의 군단이었던 로마가 어떻게 무너져 갔는지.
세계 최강의 군단을 비호받던 아프간이 어떻게 무너져 갔는지.
p.s
그냥 수고했다고 서로가 서로의 아픔들을 인정해주고 고생했다고 해주면 안 되나.
상처에 대한 치유에 대한 기대를 저버린 지 오래다.
이젠 내가 아픈 만큼 모두가 아파야 한다는 마인드다.
내 아픔을 인정 못 받는 것은 당연하니까.
너네 아픔도 인정받지 말아야 해.
사회가 분열하고 있다.
p.s 2
필자는 종종 '내가 늙었을 때도 대한민국이 남아있을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글 말미에 적곤 했었다.
진심으로 묻고 싶다.
"20년 뒤에도, 30년 뒤에도, 내가 늙었을 때, 과연 대한민국은 존재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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