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런저런 생각들

어둠속검은고양이 2019. 11. 22. 20:04

얼마만인지 모르겠어요.
해가 저물어가는 날을 생생히 느껴본 적이요. 해가 마지막 빛을 하늘로 높이 쏟아올리고, 도시의 조명들이 번져갈 때의 그 바람을, 그 기온을, 그 날씨를 피부로 느껴본 적이요.

어렸을 적에는 많이 느꼈었던 것 같은데 말이죠. 바깥에서 신나게 뛰어놀다가 해가 저물어가는 것이 피부에 닿으면 집에 들어가야 한다는 것을 자연스레 깨닫곤 했죠. 오랜 실내 생활과 무뎌진 감각 속에서 촉각이 주는 생생함을 잊고 지냈던 것 같아요. 마치 기계처럼 더우면 벗고, 추우면 움츠리고, 계절에 맞는 반응만 있었을 뿐이죠.

오늘은 날씨도 매우 좋았어요.
꽁꽁 싸맬 필요도 없이 적당히 따스했고, 가벼운 바람이 불었지요.

그래서 주변이 더 눈에 들어왔던 것 같아요. 길가에서 서로 장난치며 웃는 두 학생이 보이더라구요. 그 학생들을 보니 갑작스레 과거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예전에 종종 지인과 대화할 때면 과거로 돌아가면 로또를 산다느니, 비트코인을 산다느니, 일찌감지 전문직 준비한다느니 우스갯소리를 한 적이 있었지만요. 그런 것 따윈 다 제쳐두고 그냥.... 그냥 그 시절을 다시 보내고 싶었어요. 글을 쓰는 지금 약간의 욕심을 부리자면, 좀 더 최선을 다하고, 좀 더 학창시절의 생생함을 느낄 수 있는 경험들을 할 거예요.

많은 사람들이 과거로 돌아간다면 미래를 위해 대비책을 세우겠다고 말하죠. 내가 알고 있는 정보로 복권, 주식, 투자로 돈을 버는 거예요. 하지만 그것보다 전 살아간다는 느낌을 만끽하는데 치중하게 될 것 같아요. 아마도 제가 이런 생각을 갖는건 그만큼 지난 과거를 후회하거나, 불만족스러워한다는 거겠지요. 아니면 현재 내 삶에서 살아간다는 것을 별로 느끼지 못한 것일 수도 있구요.

만약에... 만약에 과거에 딱 한 가지를 고칠 수 있다면 어떤 것을 고치고 싶으세요?
현재나 미래는 변하지 않고 그냥 그 부분만 고칠 수 있다면요.

저는 당신을 믿어주지 못했던 것을 바꾸고 싶어요. 다 알면서도 넘어갈 수 있었는데 저는 그러지 못했어요. 결국에 우린 헤어지게 되겠지만 그래도 덮어둔 채 웃으며 헤어질 수 있었을텐데.

그리고 또 하나 당신께 사랑한다고 말 한마디 건네지 못했던 것도 고치고 싶어요. 쑥스럽다는 이유로, 낯간지럽다는 이유로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던 것을요. 당신은 느끼하다고 타박했을테지만, 그정도 타박이야 받으면 그만인걸요. 처음에 굳게 다짐했던 각오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다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당신께 고백했었죠. 우리 사귀자고. 그러나 정작 사귄 후엔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제대로 안했던 것 같아요. 사랑한다고 글로 쓰거나 혼잣말하기는 이렇게나 쉬운데 당신 앞에서만 서면 겁쟁이가 돼선 입이 얼어붙었죠.

여전히 사랑한다는 말은 어색하고 부끄러워요.
여전히 생각이 많아서 지례짐작하고 혼자 결론을 내리고 말아요.

대화를 그렇게나 강조하고, 또한 충분히 대화했다고 생각하는데, 늘 오해는 생기고, 속단하는 경우가 생기죠. 거절의 두려움에, 솔직함의 상처에 머뭇거리지요. 아쉬워도 과거는 과거일뿐이죠.

부디 다음번엔 이런 후회가 없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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