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오랜만에 당신께 보내는 편지

어둠속검은고양이 2019. 11. 15. 19:48

비가 오네요.
오랜만에 당신께 편지를 씁니다.

음....하고 싶은 말이 많아요. 하지만 제가 여기에 펼쳐놓을 말들은 별로 중요하지도, 어떤 가치있는 정보를 담아내고 있지도 않아요. 그러니 그냥 시덥지 않은 이야기 하나 듣는다 생각해주세요.

사실 얼마전에 당신께 편지를 쓰려다 말았어요. 생각이 잘 정리되지 않았거든요. 아무리 제가 저의 공간에서 자유롭게 글을 쓴다지만 글이라는 것은 늘 앞으로 읽어 볼 사람을 염두해야 하거든요. 두서없이 횡설수설하는 듯한 글은 글을 쓰는 사람마저도 글쓰는 걸 주저하게 만드는데, 그 글을 읽게 될 사람은 얼마나 많은 이해력과 참을성을 가져야 할까요. 그래서 이번엔 좀 더 가벼운 마음으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쓰려고 해요.

얼마 전부터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자연스레 당신을 떠올렸어요.
겨울이라는 단어를 쓰면 서리가 낀 아침 공기가 떠오르듯 날씨가 쌀쌀해지면 당신이란 단어가 떠오르는 것은 저에게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에요. 완전히 얼어붙지도, 녹아있는 것도 아닌, 주변부에 미세하게 붙어 있는 서리들은 공기마저도 하얗게 얼어붙게 만들어요. 바로 겨울 공기의 시작입니다.

당신이란 단어도 이와 같아요.
빈 자리를 걷는데 익숙해져버린 저에겐 누군가를 지칭하는 단어로서 당신이라는 단어가 매우 자연스러워졌어요. 누구누구라고 부르던 이름이나 누나야와 같은 호칭이나 애칭들 대신에 누군가라는 그 자체를 지칭하는 단어인 당신이라는 단어는 입술에 달라붙듯 자연스럽지만 지칭할 이가 없어 미세한 흔적으로만 남아 있지요.

그러나 가끔씩은 당신이라는 단어에 누군가를 담아보곤 해요. 그래요. 과거엔 자주 그 사람을 당신이라 지칭하며 글을 쓰곤 했어요. 그렇지만 여기에 쓰이는 편지형식의 글들은 그 사람을 향한 건 아니었어요. 그 사람을 향해 글을 썼다면 그건 편지가 아니라 그저 추억하는 독백글이었겠지요. 이 편지도 마찬가지에요. 이러한 편지들은 누군가를 상정하지 않은 당신께 쓰는 글이에요. 그런 의미에서 쌀쌀해지면서 당신이라는 단어를 떠올린다는 것이 과거의 특정한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나 아쉬움을 의미하는 건 아니에요. 말 그대로 당신이지요.

노래를 들으며 편지를 쓰다보니 글이 더 잘 써지는 것 같네요.
오늘 우연히 알게 된 곡인데, 피아노의 숲ost 중 하나인 '밤의 피아노곡' 이라는 곡이에요. 뉴에이지 장르의 노래 중 하나인데 무척 좋아요. 꼭 들어보셨으면 해요. 노래를 들으면서 피아노를 다시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 버킷리스트에는 시도해보고 싶었던 것이 무척 많지요. 피아노도 그 중 하나에요.
즉흥 연주까지는 아니어도 좋아하는 곡 중에서 2~3곡 연주하기 정도랄까요. 그 외에도 많지만, 이러저러한 사정을 핑계로 시도하지 않은 채 버킷리스트에 적혀 있는 것만 많아요.

지금 당장도 우선순위가 있기 때문에 시도하지 않을 테지만, 2020년에는 분명히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을거라 생각해요. 새로운 시도를 위해서 끝내야 할 일들을 반드시 끝내야겠지요. 무언가 새로운 시도를 한다는 것은 분명히 즐거운 일이에요. 제가 새로운 글을 쓸 때면 할 말이 많아지는 것처럼요. 내년엔 부디 하고 싶었던 것들을 새롭게 시도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상상만 해도 즐겁네요. 이건 아마도 지금 제 삶이 무미건조하고, 해왔던 것의 반복으로 인해 지겨워졌기 때문일거에요.

신은 작성해놓은 버킷리스트가 있나요. 지금 당장 떠오르는 버킷리스트나 꼭 해보고 싶은 버킷리스트는 무엇인가요. 저는 자격증이나 학습, 경험이나 소유, 여행 등등 분야에 따라 몇 가지 버킷리스트가 있는데, 그 중엔 하루 날잡고 도서관에서 책 10권 쌓아놓고 쭉 읽어보기처럼 단순한 것들도 있어요. 이 버킷리스트 중에서 내년부터 할 계획이 있는 것은 여행과 외국어 학습, 자격증, 취미 제작이겠네요. 당장 내년 초부터 10년 다이어리를 작성하고, 적당한 시기에 타임캡슐도 묻어 보려고 해요.
연애와 관련된 버킷리스트도 있지만 그건 훗날의 일일거예요.

당장 내년에 계획 중인 버킷리스트가 있는지, 있다면 무엇인지 물어보며 글을 마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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