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의 외주화'라는 말이 최근에 이슈가 되고 있다.
얼마 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사망사고가 터지게 되면서 이슈화되기 시작했으며, 이를 방지하기 위한 위험 외주화 방지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인용
산업법 개정안(위험 외주화 방지법)은 위험의 외주화 방지를 위한 도급 제한, 하청의 재하청 금지, 작업중지권 보장, 보호 대상 확대, 산업재해 예방계획의 구체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개정안은 법의 목적과 산업재해의 정의에 있어서 종전의 ‘근로자’를 ‘노무를 제공하는 자’로 바꿔 보호 대상을 확대했다. 도금작업, 수은, 납, 카드뮴의 제련·주입·가공·가열 작업, 허가 대상 물질의 제조·사용 작업의 유해·위험성을 고려해 사내 도급을 원천적으로 금지하고, 위반 시 10억원 이하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다만 일시적·간헐적 작업,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수급인이 보유한 기술이 사업주의 사업 운영에 필수불가결한 경우로서 고용노동부 장관의 승인을 받은 경우는 예외적으로 도급을 허용하도록 했다. 유해·위험 작업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작업을 사내 도급하려는 경우 안전 및 보건에 관한 평가를 받아 고용부 장관 승인을 받도록 했으며, 고용부 장관 승인을 받아 도급받은 작업은 다시 하도급할 수 없도록 했다. 위반 시 최대 1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다.
출처- 조선일보(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2/27/2018122702984.html)
위험 외주화 방지법의 내용을 보자면 필자는 찬성하는 입장이지만, 현실적 한계에 의한 일시적 납땜인 것 같아서 아쉽다.
과연 외주화가 문제일까?
외주화는 사실 문제가 없다. 외주화는 비정규직 노동자를 고용함으로써 노동의 유연화를 통해 경제적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는 것이 목적이다. 하지만 문제는 노동의 유연화가 노동자의 안정성과 상충이 된다는 점이다. 기업가들은 자유로운 해고를 원하고, 노동자들은 정년이 보장되길 원한다. 여기서 우리가 협상할 수 있는 것은 하나다. 해고를 자유롭게 보장해주는 대신에, 그만큼 임금을 더 주는 것이다. 선택권은 노동자와 경영가 둘 다에게 있다. 불안정하지만, 임금을 더 높게 받겠는가, 안정적인 직장은 갖되 임금을 좀 더 낮게 받겠는가. 반대로 기업가들에게는 '노동유연화'를 선택하겠는가, '상대적인 저비용'을 선택하겠는가. 라는 소리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회비용은 당연한 것이다. 노동의 유연화를 선택했으면, 그만한 대가를 지불해야 하고, 지불받아야 한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어떤가?
비정규직에 한해서, '동일 노동, 동일 임금'의 원칙이 제대로 적용되지 않는다. '비정규직'이라서 해고가 자유로운데, '비정규직'이라서 임금도 최저임금만 지불한다. 이해되는가? 비정규직이 노동의 유연화와 저임금 둘 다 해당되는 것으로써, 이는 경영가에게만 매우 좋은 수단이다. 해고도 자유로운데, 임금도 최저임금만 맞춰주면 된다고? 세계 어느 나라의 경영가든지 한국에 데려와봐라, 다 비정규직 쓸 것이다.
위험의 외주화라는 것은 '위험한 일을 했으니, 그만큼 더 대가를 지불해줘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다르다. 어째서 더 위험한 일을 하는데, 임금은 더 적게 주는가. 그것은 '비정규직'이라는 이유, 그 하나 때문이다. 필자가 정부의 위험 외주화 방지법에 대해 일시적 납땜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외주화-비정규직' 자체가 문제라고 보는 시각은 비정규직을 없애고 모두 정규직화해야 하다는 소리로 들린다. 이 소리는 바로 '비정규직에 대한 처우 개선' 의지가 없다는 소리와 같다.
결국 본질적인 문제는 '비정규직 노동자'에 동일노동 동일임금이 지켜지지 않는 현실, 더 나아가 오히려 더 저렴하고 해고가 자유로운 구조 때문이다. 이는 하도급에 재하도급과 넘쳐나는 잉여인력 현상 때문이기도 하다. 하도급에 재하도급의 구조는 결국 실질적으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가는 임금을 줄이게 되는 효과를 가져온다. 그것은 마치 쓸데없는 유통과정을 늘리는 것과 같다. 그것은 마치 배달앱이 생김으로써 음식비용이 증가한 것과 같다. 하도급을 통해서 본래 기업들이 '사고 책임을 회피'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면, 그만한 대가로 임금을 더 줘야하는 것이 맞지 않겠는가? 그러나 그것은, 경매 입찰 등을 통해 가장 저렴한 업체를 선정함으로써 피해간다. 그렇게 입찰받은 가장 저렴한 업체는 노동자에게 주는 돈을 후려치고, 저렴한 비용으로 책임을 지게 된다. 그러니 2명 써야할 인력에 1명만 파견하고, 관리감독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리고 사고가 나면 책임을 진다는 명분으로 폐업신고하고, 새로 재개업하면 끝이다.
위험 외주화 방지법에서 일부 하도급과 재하도급을 막는다는 취지는 이러한 구조를 일부 손보겠다는 점에서 괜찮은 접근이라 생각하나, 다시 말하자면 근본적인 문제, '비정규직 노동자 처우개선-경영가의 비정규직 노동자 선호현상'을 고치지 않겠다는 말이기도 하다.
자, 생각해보자.
정부에서 정규직을 고용하면 지원을 해준다고 아무리 소리 높여 외쳐대도, '해고가 자유로운데다 저비용인 노동자'라는 효률성의 집대성이 있는 상황에서 경영가들이 정규직을 고용하려고 할까? 지원금은 일시적이지만, 저비용 노동자는 평생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임금을 더 줘야 한다는 소리는, 기업가들에게 선택하라는 소리다. 일시적인 비용증폭을 감내하고, 생산량을 늘릴 것인가 or 일시적 비용증폭을 감당할 수 없으면, 상대적으로 저렴한(?) 정규직 노동자를 고용해서 서서히 생산량을 늘릴 것인가, 이 두 가지 선택을 하라는 것이다. 비용도 저렴하고, 해고가 자유로운 노동자 vs 비용이 더 비싸고, 점차 상승하고, 해고도 어려운 노동자, 여러분이 경영가라면 누굴 뽑겠는가? 백날천날 지원해봐라. 경영가들이 정규직 노동자를 뽑겠나.
이것은 과거에 필자가 주장했던 '노동자로서의 남성 선호 현상'에 대한 해결책과 아주 유사하다. 기업가들이 여성에 비해 남성을 선호하는 이유는 경제적 논리에 의해, 노예로 부려먹기 더 좋기 때문이고, 그렇기에 남성의 고용 비용이 여성의 고용 비용보다 높아지도록 만들거나, 여성 고용 이득이 남성 고용 이득을 상회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남성 육아휴직을 강제로 쓰게 만든다(비용증가)는 것이 있다.
모든 이는 경제적 유인에 의해 행동을 한다.
국가가 해야 할 일은 근본적 구조 개선을 통해 경제적 유인을 제거하거나, 경제적 요인을 만드는 것이다. 근본적 구조를 고치지 않고, 일시적인 지원이나, 법률로 강제한다면 분명히 문제가 발생하고 말 것이다. 외주화 자체를 막아버리면, 노동의 유연성은 떨어질 것이고 이는 경제적 침체를 가져올 것이 분명하다. 또 다른 부작용인 셈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이야말로 노동자들의 안정성을 높이면서 노동의 유연성을 지킬 수 있는 해결책이라 필자는 생각한다. 결론은 '헬조선식' 외주화를 정상적인 외주화로 고치는 것이 관건이다.
p.s
그런데 웃긴 건, 비정규직의 처우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하면 입에 거품물고 달려드는 분들이 많다. 억울하면 노오오오력 해서 정규직되지 그랬냐? 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능력에 따른 차별은 정당하다'고 말한다. 능력에 따른 차별은 '동일 노동, 동일 임금'이 보장되는 한해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고, 입사를 비정규직으로 하든, 정규직으로 하든 그게 능력과 무슨 상관인가? 실제 업무에 투입돼서 일하는 것은 똑같은데 말이다. 정규직이 나사를 조이면 더 잘 조이고, 비정규직이 나사를 조이면 부실한가? 사람들의 인식부터가 뿌리깊게 계급의식이 박혀있다. 누군가를 밑으로 두지 않고선 견딜 수가 없는 것이다. 왜냐? 내가 죽도록 공부해서 '정규직'이라는 '승자'가 됐는데, 내 지난 고생들을 보상받기 위해서라도, 저 '비정규직'이라는 '패자'를 대우해줘서는 안 되는 것이다. 참으로 더러운 사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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