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읽지 않은 책을 언급하는 것은 매우 조심스럽다. 허나, 리뷰는 아니다.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라는 책이 베스트셀러라고 한다.
감히 제목만을 보고 추정하건대, 그것은 우울감이라 생각한다.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막연한 불안감은 현재를 무겁게 만든다.
일반적으로 '죽고 싶다고 생각하는 이가 먹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걸 생각한다는 것이 말이 돼? 분명 죽고 싶은 게 아니다. 단순한 관심종자며, 정말 자살하려는 사람들에 대한 기만이다.'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허나, 우울감을 가진 이들에게 저 제목은 사실이다. 죽고 싶은 기분이 드는 것도 맞고, 뭔가 삶의 활동을 하고 싶은 것도 맞다. 원래 인간의 감정은 양가적인 모순을 가지기도 하니까.
엄밀히 말하자면, 죽고 싶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살고 싶은 것도 아니다. 여기서 살고 싶다는 것은 생동감 넘치는, 활기찬, 그런 삶이 아니라는 말이다. 생에 대한 집착이 없다고 할까. 집착이 없다는 것이 꼭 반대의 행위를 해야만 한다는 것은 아니니까. 미래의 두려움과 불안감 앞에서 회피하고 싶은데, 일단 목숨은 붙어 있으니 꾸역꾸역 살긴 살아야겠고, 당연히 삶이 이어지는 욕구는 생겨나는 법이다. 그러나 그 욕구는 뭔가 적극적인 - 활기찬 욕구는 아니다. 아주 단순한, 1차적 욕구들와 관련이 있다.
이 책이 베스트셀러에 오른 이유는 제목이 현대인들의 심리를 제대로 말해주고 있기 때문이고,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현대인들 다수가 '우울감'에 빠져 있다는 것이다. '비루한 목숨, 죽으면 죽는건데....'라는 생각을 한켠에 지니고는 있지만, '오늘 점심은 뭐 먹지?'와 같은 생각이 드는 것이다.
우울감에 빠진 이가 많다는 것은 희망 / 삶의 원동력(동기부여)이 없다는 것이고, 이는 경쟁구조에서 비롯된 한 길 파기(못 박힌 성공기준들), 황금만능주의, 사람의 계급화 등 많은 부분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지만, 자극적인 문구로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언론도 한몫을 하는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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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까지 힐링을 주제로 한 책 열풍이 일었으나, 많은 책들이 외면받기 시작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힐링되지 않았기 때문이고, 힐링이 되지 않은 이유는 공감이 없었기 때문이다. '공감' , '힐링'을 의식하고 쓴 책과 글 속에서 얻는 위안은 일시적인 것에 불과하다.
'나보다 불행한 사람이 1명 더 있다고 해서 내가 행복한 것은 아니니까요.'
결과 중심의 사회에서 열심히 했다면서 '현재 모습'을 인정해주거나, 현재 다들 똑같이 불행하다고 말하는 것이 일시적 위안은 되나, 근본적인 문제 - 나의 현실은 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독자들은 섬세하기에 누구보다 그것을 빠르게 잡아낸다. 억지 웃음을 주는 TV 프로그램이 금방 외면받듯이 인위적인 힐링은 쉽게 잊혀진다. '공감, 힐링'에 목적의식을 두고 쓴 글은 작위적으로 변하며, 공감이라는 목적에 내용이 휘둘려진다.
공감은 독자 스스로 마음 속에 떠오르는 것이고, 그 마음은 같은 처지라는 연대의식과 동병상련에서 비롯된다. '아, 나도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는데..'라든가, '맞아, 내가 말하고 싶었던 말이 이 말이었어!'와 같이 미처 표현하지 못했던 답답함을 대신 표현해주는 시원함에서 공감과 힐링이 일어난다. 모순적이게도, '공감', '힐링'에 목적의식을 두지 않고 자신(평범한 소시민들)의 생각과 삶을 담아낸 글이 공감과 힐링을 불러 들인다.
진정한 힐링, 공감은 자신의 삶을 읽어나가게 만들고, 그것을 마주하게 만들어, 극복하려는 의지나, 원동력을 준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독자를 위한 최상의 글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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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인터넷에서 글을 하나 읽고선, 나도 사람들이 위안받고, 힘을 낼 수 있는 그런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했다. 그 사람은 자신의 삶에 대해 썼을 뿐이고, 그 삶을 극복하면서 얻은 생각을 썼을 뿐이다. 짧게.
내가 티스토리를 운영하는 이유이기도 하지만, 난 내 감정을 담아내기 위한 글만을 쭉 써왔다. 글재주는 없었지만, 내 생각을 펼쳐내고 표현하는 것이 좋아서 하는 것이였기에, 아무려면 어떠랴. 내 글을 사람들이 공감해준다면 기쁘겠으나, 자기만족이 우선이었으니까.
타인이 위로받고, 공감할 수 있는 글을 쓴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보지만, 그럴 순 없다. 그 순간, 목적을 위배해버리기 때문이다. 타인에게 힘이 되어줄 수 있는 글을 쓰려면, 좀 더 많은 이들의 삶을 보고, 듣고, 고민하여 펼쳐내는 것 뿐이다. 무엇보다도 내가 그들과 같은 현실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
사람들이 진심으로 공감하고, 위로받아서 나아갈 수 있는 글을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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