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사소한 것들 중에는 분명히 주의해야 할 것들이 있다.
하지만 그 사소한 것들이 왜 '사소한 것들'로 치부되는가.
그것은 바로 '누군가'에게는 불편할 수 있다는, 불특정 소수에게만 적용되는, 불특정 다수에게는 적용되기에는 애매함 때문이다. 물론 그 불특정 소수마저도 소수가 아니가 다수일 가능성이 다분하다. 그것은 사람이 1억명이라고 해서 다수이고, 1000명이라고 해서 소수인 것은 아닌 것과 같다. 다수와 소수를 나누는 것은 상대적이며, 수치는 절대적인 수의 기준이기 때문이다.
인터넷에서 무언가를 공개한다는 것은 이에 대한 절대적인 다수를 상대해야 한다는 것과 같다.
현실에서 사람을 상대하는 것은 방송인이나 공인이 아닌 이상 아주 많아 봐야 수십명단위 밖에 되질 않지만, 인터넷은 최소가 수십명이다. 그렇기에 나의 의견들이, 나의 그림들이, 나의 생각들이 수십, 수백, 수천명에게 보여진다는 것이고, 당연히 이에 대해 불편한 사람들이 나올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니다.
다들 마음의 여유가 없어지니 다들 눈이 시뻘개져서 잡아족칠 건수를 찾아다닌다.
우리가 눈여겨 봐야할 것은 바로 이것이다. 어떤 말과 글, 생각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는 것은 그 사람의 자유다. 그것은 정당한 비판이라는 범위 내에서 그 사람의 발언할 권리이며, 그 발언을 무시하거나, 재반박을 하는 것 역시도 정당한 권리다. 그러나 이러한 권리에 대한 존중은 사라진지 오래다. 간편하게 손가락 몇 번 두드리면 되는 글들은 상대에게 상처를 주고, 그것도 모자라 단체로 조리돌림을 한다. 본인에게는 '한 마디'겠지만, 그것이 집단을 이루면 '수십마디'다. 그리고 그것은 한명 대 수십명이라는 대립구도를 만들어낸다.
어찌됐든 어떠한 글이나 그림일지라도 그것을 본 불특정 누군가에게는 불편함을 선사할 것이다. 그 누군가는 수십명, 수백명, 수천명이 될 수도 있다. 이러한 불편들을 모두에게 만족될 만하게 고쳐질 수는 절대 없다. 그것은 마치 5천만 국민들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답변을 구하는 것과 같다. 그렇기에 인터넷에서 '사소한 것들'을 가지고 싸우는 것은 거의 의미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물론 사소하다고 해서 무시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우리의 사회가, 문화가 바뀌는 것은 사소함 속에 숨겨진 불편한 진실들을 이야기하고, 공감을 이끌어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 사소한 것들을 한번씩 되짚어주는 것, 생각의 전환을 일으키는 것은 긍정적인 면모를 가지고 있다 생각한다.
하지만 그 사소함들이 어째서 사소한 것으로 치부되는지 생각을 해봐야 한다. 그것은 사람 대 사람으로 '개인에 따라서 얼마든지 용인'될 수 있는 정도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여성의 외모를 가지고 농담을 한다고 해보자.
이에 대해 매우 불편하신 분들이 있을 것이다. 이해한다. 이는 듣는 사람에 따라 컴플렉스를 자극할 수도 있고, 기분이 언짢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남자친구가 여자친구 외모를 가지고 농담을 하고, 여자도 농담인 걸 알기에 기분나삐지도 않았고, 웃겨서 웃었다고 해보자. 그렇다면 우리가 여기에 대해 뭐라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가.
없다.
지극히 사적이 대화일 뿐이고, 자신들이 허용한 범위내에서 상대 기분이 나쁘지 않게 한 대화일 뿐이다. 이것을 자신들의 유투브에 올렸다고 해보자. 우리는 이에 대해 뭐라할 수 있는가, 지적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것은 구독자의 권리이기 때문이다. 뭐 어쩌겠는가. 허나 문제는 그것이 지적이 아니라, 지적질이며, 단체로 달려들어 조리돌림, 비아냥대기 일쑤라는 것이다.
하지만 생각해보자.
어차피 타인이고, 그들이 좋아서 서로 농담하며 즐기고 있는데 굳이 한 마디 지적할 필요가 있는지. 마치 그것은 타인들이 놀고 있는 곳에 구태여 찾아가서 초를 치는 행위다. 이름 모를 타인이 와서 지적하는데, 기분 상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것은 모든 사람이 그렇다.
하지만 인터넷에서는 손가락 판사들이 너무도 많다. 그들은 자신들이 옳다고 생각해서 자신만만하게 타인의 영역을 손가락으로 짓밞는다. 그것은 마치 무지한 타인을 깨어있는 내가 판단해주어야 한다는 인터넷 홍위병들과도 같다. 그들의 그들만의 잣대로 '자신들의 잣대, 진실'을 존중받아야한다고 외치며 상대방을 찔러 죽인다. 비아냥대고, 조리돌림하고, 비웃는다.
그러나 그 사소한 것들은 해당 화자와 청자의 관계에 의해 얼마든지 조율될 수 있는 것들이고, 사람에 따라 얼마든지 수용범위가 달라질 수 있는 것이기에 모두를 만족할 수는 없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것을 싹 무시하고, 일일히 찾아다니며 지적하고 공격하고 다닌다. 현실에서도 대화를 할 때 하나하나 꼬투리 잡는 사람은 기피대상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런 사람을 사회성이 떨어진다고들 말한다. 물론 그 사람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사회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옳고 그름에서 나쁘다는 의미는 아니니까. 하지만 그러한 행위들이 타인에게 어떻게 비춰지고, 어떻게 와닿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타인을 향해 옳고 그름을 지적하기 전에 '대화'라는 것, '존중'이라는 것에 대한 고찰이 먼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타인을 향해 옳고 그름에 대해 '대화'하려는 것이지, 싸우려는 것이 목적이 아니었으니까. 그것이 출발점이다.
우리는 우리가 하고자 하는 말을 들어달라고 외치고 다녀야지, 왜 듣지 않냐고 구박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것은 권리도 아니고 타인에 대한 강요일 뿐이다.
다들 마음의 여유가 없어지니 다들 눈이 시뻘개져서 잡아족칠 건수를 찾아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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