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전에 '어린 갑질'이 늘어나고 있다는 신문기사를 보았다.
아이들이 '선생님, 알바잖아요.'와 같은 말을 하면서 얕잡아 보는 것이다.
사실, 나도 그런 경험을 당해본 적이 있다.
아이 집안 사정 때문에 한 아이를 전담으로 맡아서 관리를 해줄 사람이 없어서 내가 하게 되었다. 초등학생 하교 시간에 마중나가고, 식사 같이 하고, 숙제도 시키고, 놀아주다가, 학원도 데려다 주는 그런 역할이었다.
솔직히 내가 그렇게 돈이 궁한 편도 아니었고, 그래도 지인 소개로 맡게 된 이상 책임을 가지고 임했었다. 물론 학부모님도 굉장히 좋아하셨던 기억이 난다. 필자가 아이를 주의 깊게 보고 성향이나 성격, 요즘 학교생활이나, 생각들에게 대해 학부모님과 이야기를 나누곤 했는데, 아마 그 점을 좋게 보신 것 같았다.
필자가 성격이 유해서 고삐를 적절히 죄지 못했더니, 아이가 슬슬 머리 꼭대기로 기어오르려고 했던 기억이 난다. 물론 학부모님이 대신 엄하게 야단치시며 잡아주시긴 했다. 하지만, 아이의 머리 속에서 서서히 '선생님 = 내 말도 잘 들어주고, 착하신 분 + 내 부모님께 돈 받고 일하는 사람' 이라는 사고방식이 생겼나보다. 몇 번 무례하게 굴어서 필자가 참지 못하고 정색을 했더니, 그 이후부터 아이가 조심하는 눈치가 보였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학부모님께서 아이보다 내 말에 더 귀기울여 주시는 편이었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선(line)이라는 것을 잘 모른다.
어른들은 정도를 지킬 줄 아는데, 아이들은 그냥 어른들의 행동과 태도를 따라한다. 나의 무례한 행동들이나 말들이 여차하면 '주먹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을 모르는 것이다. 물론 폭력은 나쁜 거라고 배운다. 그리고 소위 '문명인'이라고 한다면 폭력은 절대로 사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법보다 주먹이 가까운 법이다. 이게 좋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일종의 무례함에 대한 억제력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인간에 대한 존중은 두려움에서 나옵니다' 웹툰 송곳 中
체벌이라는 것에 대해 여전히 찬반이 많이 나오지만, 필자는 약간의 체벌은 필요하다고 보는 입장이다. 체벌은 폭력이라는 수단에 기댄 야만적인 것이기도 하지만, 내 행동에 대해 가장 직접적으로 나오는 결과이기도 하다.
여튼 간에 '어린 갑질'에 대해 지적하면서 신문기사는 어른들의 행동들에 대해 꼬집었다. 수 많은 댓글도 부모가 문제라는 식으로 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과연 비단 부모라는 개인의 문제이고, 가정적인 일탈에 불과할 것인가? 필자가 보기엔 '아니다' 이다. 물론 어른들의 행동을 따라하고, 배우는 것이 아이들이지만, 그것은 비단 개인의 성격, 개인의 가정환경 때문만은 아니다. 그것은 현 사회의 물질만능주의와 그릇된 가치판단의 문제다.
자본주의에서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 '돈을 더 번다.' 이에 대해 전적으로 동의하진 않지만, 일단은 그렇다고 해두자. 기회의 평등을 줌으로써 경쟁을 통한 이익의 차별화가 동기부여니까.
하지만 예전에 필자가 지적했듯이, 자본주의의 단점은 '돈이 되지 않는 능력'은 무가치한 것으로 바뀌어버린다는데 있고, 특히나 대한민국의 문제점은 '능력 있는 사람이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돈을 버는 사람이 능력이 있는 것이다'는 거다. 인과관계가 반대로 되어 잇는 것이다.
그래서 직업이 중요해진다.
돈을 많이 버는 직업, 전문직 혹은 정규직들. 이런 사람들은 능력이 있는 사람으로 평가되고, 비정규직, 아르바이트생, 3D 업종들은 능력이 없는 사람으로 평가된다.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어른들 역시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아이들이 어떤 판단을 내릴 것인가.
어른들부터가, 사회가 ' 돈을 많이 버는 사람 => 능력 있는 사람'으로 평가하고, 그에 따라 차별 대우를 하는데 아이들이 어떤 사고방식을 갖길 바라는가. 돈을 많이 버는 사람이 능력 있는 사람으로 평가되면서, 돈을 못버는 사람은 무능력한 사람으로 치환이 된다. 그리고 무능력함은 '정당하게 차별할 수 있는 명분'이 된다. 아주 웃기지도 않는 일이다.
수 많은 능력 중에서 돈 벌 수 있는 능력은 또 다른 능력이다. 돈을 못 번다는 것은 차별할 근거가 될 수 없다. 동일 능력 내에서의 수준차이로 인해 대우에 대한 차이가 발생할 수는 있어도, 돈 버는 능력/돈 벌지 않는 능력 자체로 인해 대우에 대한 차이가 발생해서는 안된다. 물론 돈을 벌 수 있는 능력끼리 비교한다면,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단순하게 이분법화 되어 있다.
돈 버는 능력/돈과 무관한 능력,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사람-능력자/그 외의 무능력자, 그리고 그 능력에 따른 차별은 당연시. 차별을 하려면 정확한 기준이 있어야 하는데, 그 기준부터가 제대로 확립되지 못하고 엉망이다.
다시 말하지만, 능력 있는 사람이 돈을 벌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지. 돈을 버는 사람이 능력있는 사람으로 평가되는 사회가 되서는 안된다.
이런 사회에서 과연 아이들이라고 '어린 갑질'을 안할까?
'너는 우리 부모님에게 돈 받는 사람, 무능력자.'
'우리 부모님은 돈 주는 사람, 능력자.'
'무능력자는 멸시 받는게 당연해. 무능력하니까.'
아이는 부모의 거울이며, 사회의 거울이다.
어린 갑질은 결코 부모 개인의 교육문제가 아니다. 어린 갑질은 현 대한민국의 천박한 초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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