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보존실/떠오르는

여전히 전 당신을 알 수 없어요.

어둠속검은고양이 2019. 6. 18. 22:41

당신의 이름을 알았지만, 여전히 전 당신을 알 수 없어요.

당신은 누군가의 딸, 누군가의 친구, 누군가의 선배, 누군가의 후배와 같이 수 많은 파편으로 불릴 테지요. 당신과 함께 나고, 자라지 않는 이상 전 당신을 영원히 알 수 없을 거예요.

그저 당신의 입을 통해 흘러나오는 소리들로 당신을 추측할 수 있을 뿐이죠. 당신에 대한 정보가 하나씩 내 앞에서 장막을 벗을 때마다, 저는 그것을 외부에서 바라보고 판단내리는데 그칠 거예요. 그렇게 무수히 쌓인 정보들은 내 머릿속에 당신이라는 존재를 새로이 구축할테지요.

그러한 존재는 이제 당신 대신 당신의 이름을 가지게 될 거예요.
키가 몇 이고, 몸무게가 몇이며, 어떤 색의 머리카락과 어떤 눈동자를 가진 사람, 어떠한 집에 살고 있으며, 주소는 어디에 있고, 어떤 학교를 다녔던 사람과 같이 사회상으로 객관화된 지표를 가진 존재로 규정되겠지요.

그리고선 당신의 경험들과 주변 관계들, 성격들은 순전히 외부자인 내 시선으로 만들어져서, 정작 당신에게 투영하겠죠. 그리고 그 투영이 어긋날 때마다, '원래 이런 사람 아니었는데......'  따위와 같은 생각이나 말을 내뱉게 될 거고, 그 가시들은 당신을 찌르게 되겠지요.

전 당신의 이름을 알고 있지만, 여전히 당신을 알지 못해요.
당신을 알기 위해 하염없이 정보의 부스러기를 모을테지만, 영원히 알 수 없을 테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