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보다 생각이 먼저 앞설 때
노래 가사에 공감하기 보단 표피적인 이해가 앞설 때
순수하고 서정적이라는 이유로 좋아했던 작품들에게서 문득 무뎌지는 느낌을 받았을 때
그럴 때 문득 난 나이를 먹었다는 것을 느끼곤 한다.
세월은 흐르고, 사회는 변하고, 사람은 달라진다.
난 어렸을 때 '나이 먹으면 과자나 빵, 떡보단 밥과 국을 좋아하게 된다'는 소리를 듣곤 했다. 그 때마다 '난 내가 빵과 떡을 얼마나 좋아하는데! 아마 난 나이 먹어서도 좋아할거야.'라고 생각했었다. 이젠 신기하게도 이젠 빵이나 떡에 선뜻 손이 가질 않는다. 과자도 잘 먹지 않는다. 그것을 싫어하는건 아니지만서도.
정확히 말하자면, 간식을 여전히 좋아하는 편이라 사면 끝장을 보는 편인데, 애초에 잘 사지 않게 된다. 하긴 누가 과자를 쌓아놓고 먹겠나. 상점이 멀리 있다거나 하는 특수한 경우가 아니면 대부분은 그날 먹을 간식만큼만 산다. 여튼 그만큼 슈퍼에 잘 가지 않게 됐다. 어릴 땐 1일 1매점이었던 것 같은데.
밥이나 국도 좋아하게 된 건 아니지만, 식사를 하게 된다면 백반류가 낫다고 생각한다. 여전히 애입맛이라서 편식하고, 배달음식도 종종 시켜 먹지만, 굳이 선택하라고 한다면 중식이나 면류 일식보단 밥과 국을 선택할 것 같다.
그냥 입맛이 변했고, 뭔가 시도하려는 욕망은 줄었으며, 감각은 무뎌졌다.
어릴 때 난 감각이나 표현이 드물고, 어떤 일에도 무뚝뚝하게 계신 할아버지 모습을 보며 고목같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엔트족들처럼 묵묵하고, 진중하게 움직이시는 모습은 든든한 고목을 연상시켰다. 어느 새 나도 그렇게 되어가는 느낌이다. 그냥 내 의지와 상관없이 삶이 전반적으로 그렇게 변해가는 느낌이다. 물론 내가 든든한 것은 별개지만서도. 난 고목같던 할아버지 모습을 좋아했지만, 아직은 내가 그런 모습을 닮아가선 안된다.
난 세월과 맞서 싸워야만 한다.
좀 더 활기차고, 늘 의욕적이어야만 한다.
고목처럼 되어가는 나로부터 가지를 쳐내야만 한다.
아직은 고목이 될 때가 아니다.
아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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