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위에 호소하는 논증적 오류.
메시지를 반박할 수 없을 때는 메신저를 공격하라는 고전적 정치 전술.
그러나 대화나 설득에 있어서 메신저(발화자)는 생각보다 매우 중요하다.
중요하기 때문에 위와 같은 논증적 오류나 정치 전술이 등장하는 것이겠지만, 인터넷에선 위와 같은 말들이 무적의 쉴드 논리로 쓰이곤 하는데, 메시지만을 보고, 메신저를 무조건 배제하는 것 역시도 별로 좋은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일상에서 이루어지는 주장들은 그 주장에 대한 논증과정의 참, 거짓을 밝혀달라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옳다고 지지받는 것(믿어주길)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믿음'이라는 부분은 얼마나 신뢰도가 있느냐가 핵심인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실관게나 논증과정을 따지는 이유도 이것이 얼마나 말이 되느냐를 따지는 것이고, 이것이 본인들의 논리과정에 수긍이 가게 되면서 신뢰도가 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당연히 실질적인 대화나 설득에 있어서 메시지의 신뢰도는 메신저의 신뢰에도 꽤 많은 영향을 받는다.
물론 메신저와는 별개로 메시지 자체에 대해 옳다, 그르다 판단을 내릴 수는 있다. 그건 논증과정에 대한 참과 거짓이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이 세상의 수 많은 주장들은 늘 옳다, 그르다의 판단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옳다, 그르다 판단-믿어달라고 하는 것이 대부분이며, 이러한 믿음들은 '얼마나 그 주장들이 신뢰가 가는가?'에 따라 크게 좌우된다.
예를 들어, '저 사람은 나쁜 사람입니다. 거짓말쟁이에요. '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고 해보자. 그런데 이 주장을 하는 사람이 사기 전과 9범인 사람이라고 해보자.
그렇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저 사기꾼의 말대로 정말로 저 사람이 거짓말을 했을까? 혹시 거짓말쟁이로 매도하는 건 아닐까? 저 사람이 나쁜 사람이라고 몰아가는 것은 아닐까?'라는 의심부터 하게 될 것이다. 우린 메시지 하나만을 판단하는 기계가 아니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모든 정보들을 종합해서 판단내리기 때문이다.
실제로 사기꾼의 주장대로 저 사람이 거짓말을 한 사람이라면, 이 사기꾼이 주장하는 것은 참이 된다.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이 '저 사람은 거짓말쟁이에요' 주장을 뒷받침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메신저와 메시지가 별개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저 사람은 나쁘다'는 결론이다. 실질적으로 이 사기꾼이 주장하고자 하는 바는 '저 사람이 나쁘다'는 결론이며, 이를 위해 저 사람이 거짓말을 했다는 걸로 뒷받침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결론 부분은 참과 거짓이 아닌 가치판단에 해당하는 부분이고, 이러한 가치판단은 개개인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가령 사기꾼의 주장대로, 저 사람이 거짓말을 했는데, 아픈 환자를 위해서 선의의 거짓말을 했다고 가정해보자. 그렇다면 여기서 '저 사람이 과연 나쁜것인가?'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판단이 달라지게 된다. 선의의 거짓말을 한 것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 사람과 선의의 거짓말이라고 거짓말은 거짓말이고, 나쁜 것이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 사기꾼이 주장하는 '저 사람은 거짓말쟁이에요. 그래서 나쁜 사람이에요'라는 것을 우린 옳다, 그르다 따지는 것이 아니라, 옳다고 '믿어줄지 말지'를 결정해야 한다.
여기서 옳다고 믿는 사람은 '저 사람은 나쁜 사람이에요.'라는 결론적인 부분까지도 옳다고 믿는(동의한다)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 사람이 나쁘다는 결론에는 동의하지 못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저 사기꾼이 선의의 거짓말을 한 사람을 나쁜 사람으로 매도하려는 것이다고 주장할 것이다. 그리고 이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저 놈이 사기 전과 9범이라는 것을 근거로 사기꾼의 진정성에 의문을 표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앞서 말했듯이 이 세상의 수 많은 주장들은 사실과 가치판단 부분이 혼재되어 있고, 이는 참과 거짓을 따져 달라는 것이 아니라 믿어달라는 신뢰도의 측면이기 때문에 판단을 내리는 사람 입장에서는 이 주장이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가?' 궁극적인 목적이 되므로, 메시지 이외의 것들도 고려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특히나 사실관계를 따지는데 있어서 그 사실이 과거에 있었던 일이라서 실제로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라면 더욱 그렇다.
+물론 논증오류나 정치적 전술처럼 덮어놓고 메시지 이외의 것들만 따지는 것도 지양해야 할 점이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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