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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형 욕구 충족의 이면들 -소통의 단절

어둠속검은고양이 2020. 6. 17. 03:36

기술이 발전하면서 인터넷은 더 빨라졌고, 컨텐츠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그래서일까.
우린 이제 세상에 우리를 맞추려 들지 않는다. 세상을 우리의 입맛에 맞게 맞추려 든다.
이젠 우리는 우리의 취향에 맞게 TV 프로를 담아서 보고, 보고 싶은 사진이나 글만을 모아서 본다. 보기 싫은 작품들을 우리의 시야에서 배제시키 버리거나 항의를 하기도 한다. 우린 우리의 욕구들을 빠르고 쉽게, 그리고 세세하게 충족할 수 있게 됐다. 우린 더 이상 기다릴 필요가 없다. 

이러한 쉽고 빠른 욕구 충족의 기술들은 우릴 단절시키고 있다.
우린 더 이상 세계를 우리와 다른 객체로 판단하며 세상과 소통하려 들지 않고, 내가 사용하는 도구의 연장선에서 세상을 재구성하려 든다. 그 세상에는 나와 동등한 인격체인 타인 역시 포함되어 있다. 우린 소통과 공감을 외치지만 선택적으로만 공감하며 내 입맛에 맞는 답변만을 채택한다. 더 나아가 내 입맛에 맞는 공감을 타인에게 강요하려 든다.

나를 세계에 맞추지 않고, 세계를 나에 맞춰 재구성한다는 것이 과연 나쁜 것인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할 테지만, 이러한 경향들이 의사소통의 단절을 가져온다는 것은 분명하며 이러한 점에 있어서 충분히 우려스럽다.

비관적인 필자에게 맞춤형 욕구 충족이 과연 인류에게 행복을 가져다 줄 지는 의문스럽다.
미래의 인류는 갖가지 이유로 고립과 단절을 선택하고 오로지 자신의 입맛에 맞는 서비스하고만 지내게 되지 않을까.

p.s
그렇기에 우린 우리의 남은 반쪽을 그렇게 찾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반쪽을 갈구하는 것과는 달리 서로 맞춰가야 하는 그 지난한 과정 때문에 우린 반쪽을 갈구하면서도 포기하는 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