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이에요.
연말 편지를 쓴 이후 첫 편지네요.
첫 편지가 많이 늦었어요. 시기가 애매하죠. 1월 첫 주도 아니고, 그렇다고 설을 맞이한 주도 아니고. 전부터 써야겠다 생각만 하다가 애매한 날에 편지를 씁니다.
첫 편지이니만큼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가 샘솟는 편지가 되어야 하는데, 별로 좋지 않은 내용의 편지니 부정적인 것을 별로 보고 싶지 않다면 그냥 넘기시길 바랄게요.
그런 사람들이 있어요.
자신의 불행을 전시하는 사람들이요. 자신이 얼마나 불행한지, 그리고 얼마나 힘들며, 애쓰고 사는지 알리고 다는 사람들이요. 이런 사람들은 멀리해야 할 사람들이에요. 주변에 있다간 감정 쓰레기통으로 전락하고 만답니다.
오래 전에 살다보면 징징거리기도 하고, 때론 징징거림을 받아주는게 교류고 관계 아닌가 하고 글을 쓴 적이 있어요. 그런 의미에서 감정 쓰레기통이라는 단어가 생겨난 것이 씁쓸하다고 했죠. 다들 자기 삶 챙기기도 벅차서 타인을 받아줄 여유가 없는 것 같다고. 그랬던 제가 저 단어를 쓰고 있어요. 제가 여유가 없어진 걸까요, 아니면 당해보고(?) 이렇게 된 걸까요. 감정 쓰레기통이라는 단어를 왜 쓰는지 이해한다고는 했어요. 그런 사람들(?)이 있으니까요.
여유가 없어진건 아닌데. 마음이 옹졸해졌나.
이젠 받아주기 싫더라구요. 그러거나 말거나 나와 아무 상관없다는 마인드랄까. 특별한 관계도 아닌데 왜 나한테 징징대지? 내가 왜 내 귀중한 시간을 빼서 이걸 듣고 있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내 삶 아닌 타인에 대해 정말로 무관심해졌어요. 아무래도 좋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니면 공감능력이 떨어졌거나. 타인과 교류를 잘 안하다보니 그런가.
어쩌면 이 사람의 태도에 화가 났는지도 몰라요. 자신의 우울한 감정을 해소하기 위한 도구를 대하는 느낌이었거든요. 들어줘서 고맙다고 말은 하는데.... 고맙다기 보단 속시원하다. 그냥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와 같이 한번 시원하게 외치고 털어버리기 위해 잘 썼다 이런 느낌.
자신이 왜 징징거리는지 논리적으로 포장해서 그래서 너에게 징징거린다고 말하는 모습이 참 별로였어요. 내 정신건강을 위해 징징거려야 하는데 너가 있어서 한다는 느낌이지요. 네가 생각나서 자연스레 징징거리게 되는 것과 지금 당장 감정의 해소를 위해 징징거려야 하는데 너를 이용하겠다는 것은 궤가 전혀 다르니까요. 타인이 달래주는 걸 보며 감정을 치유하는 거지요. 중요한 건 달래주는 내용이 아니라 달래주는 행위 자체에요. 어쩌면 저의 삐딱한 시선일지도 모르겠네요.
징징거림을 듣고 나니, 감정 쓰레기통이라는 단어와 멀리 해야 할 사람 - 불행을 전시하는 사람이라는 단어가 떠오르더군요. 혹은 자신을 비련의 주인공이라 여기는건가? 하는 생각들이요. 여러모로 유쾌하지 않은 기억들이에요. 이젠 편지를 통해 제가 징징거리고 있네요. 전이되는 징징거림이라니 씁쓸하네요.
여튼 그래요.
그런 사람들이 있어요. 자신의 불행을 끊임없이 알리고 다니는 사람들이요. 멀리해야 할 사람들이지요.
2022년 첫 편지가 주의해야 할 사람들에 관한 것과 징징거림으로 인한 손절 편지라니... 부정적인 편지로 인사드린만큼 올 한 해는 더 긍정적이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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