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도.
사람의 체온.
뜨겁다기엔 낮고, 차갑다기엔 조금은 높은 온도.
함께 있기도 힘들었던 여름이 지나고, 함께했던 체온이 아쉬워지는 겨울이 오면 체온의 따스함이 그리워지는 만큼이나 목소리가 그리워진다.
어느 순간부터 내 세상은 조금씩 조금씩 음소거가 되기 시작했다. 입 대신 손가락이 움직였고, 귀 대신 눈이 먼저 반응했다. 그러다 문득 겨울 밤이 세상을 덮고 눈이 담요로 소리를 덮는 음소거의 밤이 오면 목소리가 그리워 이렇게 글을 쓰는 것이다.
소리가 그립지만 쓰는 것은 글이다.
통화 버튼을 만지막 거리다가 이내 내려놓는다.
필담이 득세하게 된 세상에서 통화버튼을 누른다는 것은 조금 특별한 일이 되어 버렸다. 급한 일이거나, 전화할만한 사유가 있거나, 전화로 이야기를 나눌만큼 유대감이 있거나. 그건 마치 비 오는 날 남녀가 구태여 하나의 우산을 씀으로써 개인공간을 공유하는 것처럼 목소리의 얽힘으로 서로 영역 중 일부를 공유하는 일처럼 되어 버렸다.
사실 통화 자체는 큰 의미가 없다.
의미는 통화하려는 마음가짐에 있을 뿐.
음소거가 되어버린 세상에서 단지 목소리가 그립다는 이유만으로 통화한다는 것이 좀 더 특별한 의미를 지닐 뿐이다. 목소리가 그리워서 목소리를 꾹 담은 채 손으로 글을 써내려간다.
아무런 의미가 없다기엔 조금은 특별하고
큰 의미가 있다기엔 약간의 그리움에 그치는 목소리.
늘 소리가 들려오던 계절이 지나고, 음소거의 밤이 몰려오는 계절이 오면 그리워지는 체온만큼이나 너의 목소리가 그리워진다.
36.5도.
통화 버튼을 만지작 거리다 이내 글을 쓰기 시작한다.
p.s
Merry Chistm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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