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이에요.
겨울의 시기 어린 마지막 투정도 끝나가고 완연한 봄 날씨가 찾아왔네요.
마냥 평화롭다고 말하기에는 안타깝지만, 그럼에도 달리 표현할 길 없이 날씨가 참으로 평화롭네요. 한가롭다고도 하지요.
영화 중에 <프라하의 봄>이라는 영화가 있어요.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영화화한 작품이지요. 필립 카우프만 감독은 영화 <프라하의 봄>을 통해서 정치적이지 못한 인간이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보여주지요. 공교롭게도 <프라하의 봄> 역시 소련(현 러시아)의 침공을 배경으로 갖고 있네요.
'프라하의 봄'이라는 단어는 말 그대로 프라하에 찾아오는 봄이라는 뜻이에요. 당시 사회주의 공화국이었던 체코가 자유화 운동을 하던 때를 가리키는 단어예요. 세계 2차 대전 당시 나치를 막기 위해 체코를 지켜주던 소련은 후에 자유를 열망하던 체코에 위기의식을 느끼고 체코를 침공하기 시작했지요. 그때 소련과 맞서 싸우던 체코의 자유화 운동을 프라하의 봄이라 부르기 시작해요. 이때부터 '봄'이라는 단어는 자유민주화운동의 상징적인 단어로 사용되기 시작해요.
참으로 어울리는 단어라 생각해요. 따스함. 자유. 그리고 그와 반대되는 추위. 압제. 공산주의 국가의 대표주자 소련과 더불어 떠오르는 영구동토층, 툰드라 뭐 이런 것들을 떠올려보면 추위와 억압의 위협으로부터 맞서 싸워 해방과 자유가 올 날들을 봄으로 비유한 것이 정말 크게 와닿지요. 부디 우크라이나에도 봄이 오기를 바라고 있어요. 다른 의미에서 말이지요.
아프리카에선 아직도 끊임없이 내전이 일어나고 있지만, 국제적으로 이렇게 오랫동안 평화로웠던 적이 별로 없지요. 서양의 주요국들 말이에요. 우린 꽤나 평화에 젖어 있었네요. 군대를 갔다 오고, 우리나라가 휴전국이라고 글로 배우긴 하지만, 크게 와닿지 않았지요. 도발은 뭐 연례행사에 지나지 않고요. 너무나 평화에 젖어 있었던 것도 사실이고, 이렇게 오랫동안 평화로운 시기도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는 것도 사실이에요. 사실 우리의 평화는 강대국들의 살얼음판 위에 있어요. 우린 느끼지 못하고 있지만, 강대국의 수장이 술에 취해 핵가방 미사일 버튼 하나라도 잘못 누르면 그때부턴 지구는 공멸에 들어가요. 온갖 정보를 알고 있는 시민들부터 산간벽지에 살아 아무것도 모르는 시민들까지 영문도 모른 채 전부 다 사라지게 되지요.
닭이 모가지를 비틀러 오는 손이 매일 모이를 주던 손인 줄 아는 것처럼 우리 역시 이런 사실들을 쉽게 망각하고, 애써 외면한 채, 지금까지의 평화로운 날들이 앞으로도 계속 될거라 믿은 채 생활하지요. 알고 있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것도 없어요. 반전 시위나 핵무기 금지 시위나 할 수 있을 뿐이죠.
요즘 읽었던 책을 다시 읽고 있어요. 읽었던 책을 다시 읽어보는 것도 꽤 재밌는 것 같아요. 사건은 세세하게 기억나진 않지만 드문드문 생각나는 도입부나 결말, 그리고 등장인물들의 성격을 떠올리며 사건들을 다시 읽다보면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느낌을 받게 돼서 즐거운 것 같아요. 새롭지만 익숙한 즐거움이죠. 즐겁게 읽었던 책들은 이렇게 쭉 소장하고 싶어요. 커다란 책장을 하나 만들어서 채워 넣는 거지요. 그중엔 뭔가 있어 보이는 책도, 연령에 안 맞아 보이는 유치한 책도 있겠지만, 그래도 내가 즐겼던 나만의 추억들이 담긴 책장이라 애착이 생길 것 같아요. 그리고 지인들이 오면 자신 있게 추천해주는 거지요. 날씨도 좋은데 읽었던 책을 다시 한번 꺼내보는 것을 어떨까요? 분명 즐거울 거라 생각해요. 세상과는 별개로 우리는 우리대로 늘 즐거움과 행복을 찾으며 살아가야 하니까요.
지난 글을 쓴 후로 거의 한달 만이네요. 사실 2주 전에도 편지를 써야겠다 마음먹었음에도 미루고 미루다 이제야 펜을 들어요. 세월이 참 빠른 것 같아요. 벌써 2월이 지나가고 있어요. 10개월밖에 안 남았지만, 10개월이나 남아 있기도 해요.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새로운 무언가를 배우고 익숙해질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지요. 문득문득 떠오르는 생각이나 문구들로 글 쓰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하곤 했어요. 하지만 지난 한 달은 그런 느낌들을 애써 무시하며 지냈어요. 글 쓰고 싶다가도 막상 컴퓨터 앞에 앉으면 키보드를 두드리기 싫더라구요. 말이든 글이든 감정이나 생각들을 일일이 표현하기 보단 덤덤히 지나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서요. 한창 글을 썼을 때처럼 감정과 생각들이 정리되지 못하고 어지러이 흩어진 것도 아니구요. 그래서 정리된 생각들을 간단하게 메모만하고 넘어가길 몇 번.. 이제서야 편지를 한 통 씁니다. 쓸 글은 많아요. 중요하진 않죠. 그냥 저의 생각들이나 감정이니까. 리뷰로 쓸만한 것도 딱히 없구요.
또 언제 글을 쓸 진 모르겠어요. 그래도 오래 전에 결심한대로 10년 전까지 글을 쓸 거예요.
연초부터 이런저런 일로 삐걱대는 것을 보면 올 한 해도 다사다난 할 것 같네요.
부디 올 한해도 무사히 지나가길. 행복한 한 해가 되길. 빛나는 한 해가 되길 바라며.
우크라이나에도 봄이 오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