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랜만입니다.
조금 있으면 올 한 해도 저물게 되네요. 연말이라는 기분이라도 낼까 싶어서 이렇게 편지를 쓰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제 손엔 편지지와 잉크, 만년필 대신 휴대폰과 휴대폰을 두드리는 소리만 남아있네요. 편지는 아무래도 손맛이라 생각해요. 글은 타자기로 치는 맛이구요. 휴대폰으로 두드리는 건 어느 것에도 속하지 않네요. 어차피 저만의 독백에 지나지 않을 편지일거라 아무 상관없겠지만, 그래도 당신이 볼 수 있을까 싶어 이렇게 휴대폰을 두드리고 있어요.
올 한 해는 어찌 지냈는지, 다음 해는 어찌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했는지 묻는 것은 이젠 너무 식상한 것 같아요. 그럼에도 의례적인 안부를 물음으로써 편지를 써야 할 것만 같아요. 연말이라고 크게 달라질 것은 없거든요. 그저 수 많은 밤 중에 하나의 밤이 저무는 것 뿐이고, 단지 우리가 쓰는 날짜의 단위들이 바뀌는 것일 뿐이니까요. 특별하다면 특별할 수도 있는 특별하지 않은 밤에 연말을 기념하기 위해 편지를 써요.
올 한 해는 어떻게 지내셨나요. 특별할만한 일이나 기념하고 싶었던 일이 있었나요. 2021년을 시작하며 생각했던 다짐은 어느 정도 이루셨나요. 뒤돌아 봤을 때 2021년의 나보다 얼마나 발전적인 모습이 되었나요. 2021년을 떠올릴만한 행복한 사건이 있었나요. 꼭 발전적인 모습이 아니어도 괜찮아요. 올 한 해를 기억할만한 일을 겪었다거나 행복한 한 해를 보냈다면 그걸로도 올 한 해는 충분해요. 하지만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게 조심해야 해요. 살아남기 위해선 보다 나은 모습이 되어야 하니까요.
지금 이 시각, 이 편지를 읽고 있을지, 아니면 연말이라고 간단한 기념을 하며 티비 앞에 있을지. 올해는 제야의 종소리도 사라졌지만 의미라는 것은 내가 부여하기 나름이니까요.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때때로 두려움을 가져오지만, 그래도 지금은 저 역시 연말의 분위기를 즐기고 싶네요.
저의 한 해는 크게 달라진 건 없어요. 일상적인 생활을 영위할 뿐. 변화가 없는 무난한 삶이지요. 생각이 바뀌었고, 삶의 태도가 변했지만 일상적인 영역 내의 조그마한 변화일 뿐이에요. 다만 최근엔 날씨가 많이 추워져서 바빠졌다는 것 정도? 아마 내일도, 모레도, 한동안은 바쁠테지요. 2022년은 어떤 한 해를 맞이하게 될 지 궁금하네요. 내년엔 좀 더 다양한 취미도 만들고, 원하는 모습대로 더 생산적이고 활기찬, 즐거운 삶을 보낼 수 있을까요. 새해마다 생각하던 것처럼 말이지요.
언젠가는 딱딱한 모니터 안의 글자 대신 손맛이 느껴지는 편지를 쓸 날을 기다리며 이만 편지를 마칩니다.
2022년엔 모든 일이 잘 풀리고 건강한 한 해가 되길 바라며.
si vales bene, valeo.
p.s
'당신이 잘 지낸다면, 나는 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