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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땐, 곁에 있는 친구들이 평생 갈 줄 알았다.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대부분 같은 학교에서 지냈으니까. 물론 초등학생이 되고, 중학생이 되면서, 새로운 친구들을 만났고, 고등학생이 되면서 몇몇 친구들을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한 집 건너 살고 있는 친구들이었으니 학교가 다르다는 것은 큰 의미가 없었다. 자연스레 만나고, 자연스레 헤어지는 것이었다. 하지만 살다보니 곁에 있던 친구들은 어느 새 사라지고 없다.
그건 마치 이별놀이의 가사처럼, 우연히 만나서 동행했지만, 서로의 운명까지 짊어질 수는 없는 것이었다. 살다보니 다들 저마다의 운명을 가지고서 걸어가는 것이었다. 결혼한 친구, 벌써 아이까지 있는 친구, 동네에 여전히 남아 있는 친구, 횟집을 차리기 위해 일하는 친구, 해외로 떠나버린 친구..... 다들 저마다 삶을 엮어가며 살아가고 있었다. 자연스레 연락도 잦아들며, 무소식이 희소식인 것처럼 혹은 흔한 타인처럼 하나둘씩 잊어버리고 살아가는 것이다. 언제고 다시 연락할 수 있지만, 차마 연락할 수 없는, 이별하진 않았지만, 이별로 남아버린 듯한.
그건 정말 작별인사의 놀이였다.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다지만, 헤어짐은 늘 슬픔을 가져왔다.
사실, 난 헤어지고 싶지 않았다. 철없이 놀았던 그 때처럼 언제고 다시 만나서 놀고, 인사하고 싶었다. 한번 맺은 인연은 계속 남아있을 것만 같았고, 그것이 사랑이든, 우정이든 그 자리에 계속 남아있길 바랐다. 그러나 동반자로서 하나의 길을 걷기로 약속이라도 하지 않는 이상, 우리에겐 늘 헤어짐이 있었다. 우리는 각자의 숙명을 위해 떠나가야만 했다. 그래도 내가 이런 슬픈 현실을 받아들이며 살아갈 수 있는 이유는 따로따로 떨어지게 된다는 것이 한 번 정도는 하나가 되었다는 의미를 지니기 때문일 거라 생각한다.
でも君の宿命までは 肩代わりできなかった 하지만 네 숙명까지는 짊어주진 못했어 離れ離れになるってことは 一度は一つになれたかな 서로서로 떨어진다는 것은 한번쯤은 하나가 되었다는 뜻일까
관계와 헤어짐의 번뇌에서 늘 헤매는 나이기에, 이 두 문장이 가장 와 닿는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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