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보존실/잡념들-생각정리

사는 곳이 중요한 이유

어둠속검은고양이 2021. 5. 20. 12:30

사는 곳이 왜 중요한가.
사회활동이 왜 중요한가.
어째서 조상들은 말을 제주도로 보내고 사람은 한양으로 보내라고 했는가.

인프라의 차이, 문화적 경험의 차이도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어린아이-후손에게 물려줄 경험의 차이 때문이다. 인터넷과 미디어의 발달로 시공간 제약이 없다 말하지만 오감으로 촉각으로 느끼는 것은 분명 다르다. 의사들이 일하는 현장을 가보고, 경찰과 소방관이 일하는 곳을 가고, 대학생들이 열심히 공부하고 교수가 강의하는 대형홀에 가서 느껴보는 것. 공사현장에서 먼지 뒤짚어 쓰면서 땀흘리는 모습, 대형 트럭을 운전하며 여기저기 구경 다니는 것, 법정에서의 견학과 과학자들이 연구하는 모습. 회사원들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컨펌받는 모습까지. 사회의 각양각색의 노동자들을 보고, 그들의 역할이 어떻게 이루어지며, 그들이 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할지 느낄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다. 이정표를 건네는 것이 아니라, 이정표를 보여주는 것이다. 스스로 마음먹을 수 있도록.

필자는 시골에서 자라서 본 것은 농부와 축산업자, 수의사 뿐이다. 경찰이라고 해봐야 교통정리하는 모습만 봤고, 회사원은 눈씻고 찾아봐도 보지 못했다. 그냥 서류정리하는 선생님만 봤지. 아버지께서는 일하느라 바쁘셨고, 사회적 교류는 잘하지 않으신 분이셨다. 원체 무뚝뚝하셨으니. 아버지를 따라다니면서 꿈을 키웠던 적도 있었다. 아마 제일 가까이에서 봐왔기에 좋다고 여겼던 것 같은데, 타 직업에 대해 접해볼 기회가 많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시골 학교가 교육 프로그램이 좋으면 얼마나 좋다고. 그저 사농공상 마인드로 좋은 대학가서 대기업들어가는 것이 전부 였다. 지금도 대기업이 인기가 많긴 하지만, 그 당시에는 정말 공부가 다였고, 대학이 다였다. 시대가 그랬으니 도시라고 다를 리는 없었지만, 그래도 공부를 통해 앞으로 어떤 직업으로 나아갈 것인지 여러 길을 볼 수 있는 것과 막연하게 '대학가서 좋은 기업 가겠지'하고 생각은 차이가 확연하니까.

돌이켜 보면 대학 이후에 어느 길로 갈 것인지 명확하게 잡는게 중요했다. 전문직 시험을 준비할 것인지, 취직을 할 것인지, 아니면 학문-연구직으로 빠질 것인지. 그런 것을 주변에서 미리 듣고 알고 있었더라면 좀 더 알아봤을 것이다. 뭐..안일하게 대비한 내 탓이지만서도.

다양한 경험, 다양한 사회적 지식을 배운다는 것은 앞날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

사는 곳은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