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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을 풀어놓지 못하는 사회 : 주인공이 되지 못한 자들의 한탄

어둠속검은고양이 2021. 5. 9. 02:02

사람들은 줄곧 자신의 입장에 서서 세상 모든 것을 바라보곤 한다. 세상이라는 것은 결국 내가 아닌 주변의 환경일 뿐이니까. 내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듯이 내가 나로서 존재하는 내 처지, 내 상황에 맞춰서 주변 환경을 바라볼 수밖에 없다.

사람들은 오늘도 누군가의 글을 분석하고 낱낱이 해체해서 공격한다. 독자들이 저마다의 상황에 비추어 세상을 바라보듯이 글쓴이도 자신의 입장에 대한 고뇌와 고민에 쓴 것일텐데. 독자들은 글쓴이를 향해 배부른 투정이니, 남들은 어떻니, 불만투성이니, 자업자득이니, 비웃으며 날을 세워서 공격한다. 정작 자신의 처지에 대해 남들이 비웃거나 까내리면 화낼 거면서. 솔직하게 감정을 풀어놓는 글마저도 사람들은 이제 엄중한 잣대를 내밀어 평가하기 시작했다. 그 역시 독자의 감상평으로 존중받아야겠지만서도.

이젠 어느 누구도 감정을 풀어놓지 못하게 되었다.
사람들은 자신의 처지와 상황, 감정에는 한없이 너그러워지면서도 타인의 감정들에 대해서 어김없이 칼날을 들이내민다. 사람들은 이제 스스로를 고립시키기 시작했다. 감정을 담아내 글을 쓰면 감정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환경과 처지에 대해 자를 대고 요리조리 분석하고 비교하면서 공격한다. 이제 사람들은 감정을 꽁꽁 숨기게 되었고, 다른 사람들의 감정에 대해선 이해하려 하지도, 이해할 필요성도 느끼지 않는다. 감정에 쿨해야만 하는 시대다. 인간이라면 한번쯤 느낄 감정들은 이제 찌질하고, 어리석은, 비웃음 살 것으로 전락해버렸다. 쿨하게 비웃는 것이 대단한 것마냥 반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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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살아가다보면 세상이 자기 중심으로 돌아가지 않으며, 자신은 세상의 주인공과 거리가 먼 삶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자신의 삶에서만큼은 자신이 주인공이라 말하지만 자신을 마음대로 선택할 수 없는 주인공이 어디에 있는가. 결국 자신은 세상의 주인공이 아닌 누군가의 조연이나 단역, 엑스트라라는 걸 잘 알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주인공이 되고 싶어하고, 자신만의 성공을 꿈꾼다. 그러나 주인공이길 바랄수록 자신은 주인공이 아니라는 사실만 재확인하며 비참해질 뿐이다.

결국엔 주인공이 아닌 자신을 받아들이고 살아가는 사람이 있듯이 끝내 주인공인 자신을 포기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그리고 대단하다고 칭송받는 이야기는 대게 후자에서 등장하는 법이지만, 그 하나의 이야기엔 99가지의 실패자들의 고통과 절망의 이야기가 묻혀있다.

대단하다고 칭송받는 이야기나 실패자들의 절망이나 고통을 말하는 이야기는 이제 더 이상 나오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그냥 포기하지 못하는 어리석은 이들로서 비웃음만 사고 있으니 말이다. 그들의 고통에 모든 건 본인의 선택이라 말하며 비웃는 세상이 참으로 씁쓸할 따름이다.

오늘은 바람이 제법 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