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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리스트가 인사를 위한 명단이라는 개소리에 대해서

어둠속검은고양이 2017. 1. 29. 16:09

개소리도 이정도면 참으로 참신하다.

......그리고 참으로 진부하다.

맨날 나오는 소리. 노무현은? 김대중은? 전 정권은? 피장파장의 오류들.

노무현이든 김대중이든 누구든 간에 잘못했으면 당연히 처벌받아야 한다.

그리고 지금은 '현 정권'의 문제가 드러났고, 그에 대한 비판이 가해지고 있는 실정인데, 왜 자꾸 과거 정부를 들먹거리는건지. 할 말이 그렇게도 없나?


법정에 서서 이렇게 외쳐보라.

나만 살인저지른 것도 아닌데, 왜 자꾸 나만 갖고 그래?

며칠 전에도 살인 사건이 났다던데, 걔는 왜 안 잡아? 왜 걔는 처벌 안 해? 라고.

개소리도 그런 개소리가 없다.


지난 정권에 문제가 있었다면 밝히면 된다. 그런데, 그 전에 일의 우선순위는 분명히 해둬야한다. '현' 정권의 문제가 가장 최우선으로 해결되어야 할 과제다. 현재를 살아가는 국민들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필자가 참신하다고 한 개소리는 모 공무원께서 블랙리스트를 옹호하는 발언을 열심히 정성들여 썼기 때문이다. '한낱 개소리네'하고 무시하고 지나치면 됐을텐데도, 괜시리 심기가 불편해서 글을 쓴다.


이런 분께서 고위 공직자로서 존재한다는게 참으로 놀라울 따름이다.

분명 그 분은 필자보다 머리도 좋고, 아는 것도 많으실 것이다. 하지만 '지식'이 '지성'과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 분을 보면 잘 알 수 있을 듯하다. 이 분은 블랙리스트라는 용어 자체부터가 문제라며 '대외비 인사명단'이라 지적을 하고 있다. 그러면서 국고는 한정되어 있으니 적절하게 지원을 하기 위해서 '피아식별'이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아, 그래.

참으로 그럴 듯한 말이다.

국고는 한정되어 있고, 지원해야 할 단체는 많으니까, 적절히 구분짓기 위해서 만든 명단이다? 필자도 그 논리 자체는 수긍할 수 있다. 하지만, 그 구별하는 기준은 '객관적'이고, '명확해야'만 한다. 그 기준이 민주주의 사회에서 다수가 동의할만큼 객관적이고 명확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 아닌가? 특정 사람을 지지했다는 이유로 배제, 세월호 사건을 옹호했다는 발언만으로 배제, 정부에 대해 적절한 비판을 했다는 이유로 배제....


이게 과연 '객관적'이고, '합리적'이고,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기준선인가?

이 기준에 대해서는 아주 간교하게 써먹는 말이 있다.

'좌파', '종북'.


과연 좌파가 나쁜 것인가? '종북'은 문제가 있음이 자명하다. 허나, 좌파라는 이유만으로도 문제가 있는 것인가? 새는 좌우 날개로 난다고 했다. 서로 우선 가치가 다를 뿐인 좌파와 우파 모두가 공존-경쟁을 해야 건강한 사회가 되는 것이다. 여튼 간에, '좌파','종북'이라는 단어를 아주 아주 잘 써먹고 있다.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식으로. 과거 60년대 70년대 써먹던 빨갱이, 종북메카시즘이 2000년대에 들어서 아직도 써먹고 있다는 사실과, 그것이 먹혀 들어간다는 사실이 개탄스러울 뿐이다. 이러니 나라가 발전이 없는 것이다.


종북. 분명히 그것은 사회에 존재하고 있고, 척결해야 할 대상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오히려 정치적 수단으로 써먹음으로써 그 용어 자체가 가지는 의미를 변형, 왜곡, 희석시키고 있다는 것이 더 큰 문제임을 모르는가? 이것야말로 안보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행위인 것이다.


박사모들 기준에 의하면 촛불집회에 나온 수십만명의 사람이 다 종북세력들인 셈이다. 그리고 그들의 가족들까지도. 그렇다면 대한민국의 국민들 중 1/10은 종북인 셈이다. 그럼 대한민국은 이미 망했네??  여기도 종북, 저기도 종북, 종북투성이네 아주. 개소리도 그런 개소리가 없다.


다시 돌아와서, 명확한 기준이 없이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배제해놓고, 그것이 정당한 국고지원을 위한 대외비 명단이었다니, 논리적으로 보이는 척 글쓰느라 고생많으셨습니다. 모 고위 공무원님.


물론, 명확한 기준이 있었겠지요.

국가가 하는 일에 반대하는 사람. 국가가 하는 일에 싫은 기색을 보인 사람. '대'원수님께서 하시는 일에 싫은 소리 한 사람. 원수님을 욕한 사람. 욕하거나 싫은 소리한 사람을 옹호하는 사람 등등. '대원수', '정부', '최순실'에 반대하는 생각/행동/말을 하는 모든 이들-이라는 명확한 기준이. 그쪽에서는 대외비라서 기준이 어떤지 밝히시지 않으셨겠지만요. 그래서 추론해봤습니다.


어디서 많이 보던 국가와 유사하지 않습니까? 모 고위 공무원님?

이런 비판적인 글을 썼으니 나도 이제 문제있는 인물일려나? 그런 생각을 하면 아주 소름돋네요. 통제와 감시의 디스토피아적 사회를 그린 영화를 보면서 즐겼는데, 그것이 현실로 다가올 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