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타인은 단순하게 나쁜 사람이고 나는 복잡하게 좋은 사람' 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깨닫게 될 것이다.
타인은 단순하게 나쁜 사람이고 나는 복잡하게 좋은 사람인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대체로 복잡하게 나쁜 사람이라는 것을."
p.s
신형철, 정확한 사랑의 실험 132p~133p 중
p.s2
저 문구 하나로도 이 책은 가치가 충분히 있다 생각한다. 저 문구로 보고 이번에 책을 샀다. 아쉽게도 아직 읽진 못했다.
p.s3
이만큼 요즘 사회에 관계맺음에 대한 사람의 접근방식-사고를 제대로 말해주는 문구가 있을까. 난 '원래 안 그러는데. 어쩔 수 없어서. 피치 못할 사정 때문에. 주변 여건 때문에. 그럴 수 밖에 없었던 선택을 한 사람'이지만, 상대는 '그냥 개x끼인 것을. 피치 못할 사정이니 환경이니 그건 핑계고 결국 그런 선택을 한 쓰레기며, 왜 그런 시시콜콜한 상황까지 우리가 이해해주어야 하는가'로 끝맺음 된다.
이는 모두 파편화되어버린 개인에 있다.
우린 서로에게 필요에 의한 사회적 부품에 지나지 않는다. 너가 없으면 빵은 누가 만들고, 청소는 누가 하며, 정비는 누가 해주는가. 그저 우리의 평온한 일상을 유지하기 위한 부품으로서 존재할 뿐이다. 부품은 언제든지 교체가 가능하고. 그렇기에 내 결정은 온갖 것들이 피치 못하게 고려된 복잡한 결정이나, 상대의 결정은 상대의 상황이나 맥락까지 고려할 필요가 없기에 고려하지 않은, 손쉬운 결정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그저 악인이거나 선인이거나.
그러나 앞서 썼던 글처럼 사람은 늘 입체적이고, 늘 가변적이며, 우리는 항상 단면적으로 쪼개서 판단할 수 밖에 없음을 기억해야 한다. 겉과 속이 똑같은 사람은 없고, 이중 인격은 나쁜 것이 아니라, 도덕적으로 따질 수 없는 인간의 속성 그 자체다.
우린 모두 복잡하게 나쁜 사람이다.
'기록보존실 > 떠오르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유일한 (0) | 2024.10.03 |
---|---|
민주주의 정책 결정의 역설 (0) | 2024.09.08 |
재능 (0) | 2024.08.30 |
강자의 기분이 약자의 질서다. (0) | 2024.08.30 |
발전적 연애관 (0) | 2024.08.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