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글을 써본다.
이번 글은 여느 글과는 다르게 문재인 정부의 옹호글이 될 것 같다.
사실, 필자는 요즘 문재인 정부의 외교가 썩 마음에 드는 편이 아니었다.
최근에 있었던 북한의 도발이나 핵실험을 보자면, 북한에 대한 시선이 안 좋게 된 것이 사실이다. 20~30대 사이에서 북한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으로 바뀐 것도 북한의 일관적이지 못한 태도 때문이기도 하다. 지긋지긋하다는 그런 느낌이 드는 것이다.
....역사에 가정은 없다.
지속되었다면 어땠을진 모르겠지만,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이어졌던 햇볕정책(당근전법)은 생각보다 효과가 크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는 적대적(채찍전법)으로 나서긴 했으나, 이 역시도 썩 좋은 효과가 있는 것처럼 보이진 않는다. 북한은 남한을 배제한 채 미국하고 대화하겠다고 했었으니..... 여러모로 이러나, 저러나 골 때리는 문제다. 하지만 이번 문재인 정부의 북한에 대한 외교를 필자가 조금은 긍정적으로 보게 되었는데, 그 이유를 설명하고자 한다.
A반 일진(북) / B반 일진(남) / C반 일진(미) 이 있다고 해보자.
지금 이 A반과 C반이 서로 말싸움을 하고 있다. 근데, 누가봐도 A일진이 쳐 맞을 거라는 것이 뻔히 보인다. 피지컬이 상대가 안된다. 그럼에도 A반 일진이 C반 일진을 향해 아가리를 터는 이유는 '자존심' 때문이다. 생각해보라. A반에서 공포와 폭력으로 '일진'이 되었는데, C반 일진에게 꼬리를 내리면 어떻게 되겠는가? A반에는 자기 반 일진이 C반 일진에게 쫄았다고 소문이 돌 수 밖에 없다. 그렇게 되는 순간, 자신들의 권위와 힘에 균열이 가게 되는 것이다. 결국 A반 일진은 상대가 안 될 것 뻔히 알면서도, 허세와 오기로 버티는 수밖에 없게 된다. 못 버티는 상황이 오면 A반 일진은 등떠밀리듯이 싸울 수 밖에 없다. 그냥 인생 한방 지르게 되는 것이다. 물론, 싸우기도 전에 A반 일진이 투항할 가능성도 있지만, 어떻게 나올지는 사실 짐착하기 어렵다. 교실 내에도 강경파, 온건파 등 다양하니까. 근데, 이게 웃긴 게, 싸우는 장소는 B반이라는 거다. 따로 장소를 마련해서 경기 치루듯이 싸우는 게 아니다. 그냥 B반에서 책상 걷어차고, 의자 뽀개고 난리치게 되는 거다. 그렇다면, B반 일진은 어때야 할까.
이 상황에서 C반과 친한 B반 일진이 일방적으로 한쪽 편을 들게 되면, 협상의 여지는 없어진다.그냥 나 아니면 적, 이 두 가지로 나뉘게 된다. 그런데 B반 일진이 C반 일진 편만 드는게 아니라, 싸움 자체를 말리기 시작한다. "야야, 싸워봐야 서로 피터지고(물론 A반 일진이 일방적으로 맞겠지만...), 서로 아플텐데, 그냥 좋게 화해하자. 분위기 험악해지게 왜 이래." 라고 말한다. A반 일진은 겉으로는 허세를 부리면서도 속으로는 웃는다. '자존심'을 지키면서, 싸움을 피할 수 있는 명분이 생긴 것이기 때문이다. B반 일진이 계속 달래는 포지션을 잡아주면 A반은 결국 꼬리를 내리는 것이지만, 자존심과 권위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아이씨, 원래 C반 일진이 싸가지 없어서 한 대 치려고 했는데, B반 일진 얼굴봐서 내가 진짜 이번에는 참는다. 다음부턴 조심해라."라고 말을 하면서 결국 C반 일진의 요구대로 꼬리를 내릴 것이다. 하지만 'B반이 저리 간곡하게 부탁하니까'라는 명분이 생긴다. 외부에서 보면 B반 일진이 자존심도 없고, 등신 호구같이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결국 가운데 완충역할을 함으로써 싸움을 피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결국, 지금 외교 상황이 이러한 상황인 거다. 2명이서 싸우고, 1명이 말리는 구도다.
달아날 구멍이 없으면, 쥐도 고양이를 물게 된다. 하지만, 조금만 숨구멍을 열어둔 채로 몰아세우면, 알아서 그 곳에 몰린다. 이번 정부의 북한을 향한 외교가 좀 답답하고, 자존심도 없고, 겁쟁이처럼 보이겠으나, 이러한 태도가 숨구멍을 만들어주어 좋은 결과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A반 일진과 C반 일진이 싸우면 당연히 C반 일진이 A반을 개박살 낼 것이다. 대신에 B반 교실도 난장판이 될 것이다. B반 일진이 대신 욕 좀 먹고, 자존심을 버림으로써 무난하게 흘러갈 수 있게 여지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이것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결국 이것은 단지 현상유지, 고착화일 뿐이다. 궁극적으로 해결되는 것은 하나도 없다. 북한인권도 실상 방치되는 셈이기도 하다. 이대로 시간만 계속 흐른다면, 언젠가는 어떤 식으로든 결과가 나올 것이다. 썩 좋은 현상은 아니다. + D반의 원숭이 일진은 싸움나길 기도하고 있다.
...그냥 현재를 살아가는 20~30대들에게 한번 묻고 싶다. (특히, 전쟁하자고 하는 사람들에게) 진정으로 '통일'을 원하는가? 지금 당장 두만강까지 돌격해서 깃발을 꽂고 싶은가? 추후 통일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고통을 감내하면서까지 통일을 염원하는가? 필자는 두려움의 유무를 묻는 것이 아니다. 두려워할 이유도 없다. 체급상 게임도 안되는 싸움이다. 순식간에 결판난다. 그저, 손익계산 따위 다 제쳐두고서 당장 하나되고자 하는 열망이 가득한지 묻는 것이다. 무엇을 위해서? 솔직히 말해서, '이산가족'이 아니고서야, 모든 어려움과 고통을 딛고 지금 당장 통일하고 싶은 열망을 가진 이가 과연 얼마나 될 것인가. '북한의 인권'이 심각하고, 북한의 정권이 문제가 있음을 우리는 명확히 알고는 있지만, 그것이 실상 우리의 생활에 중요한가. 우리는 한민족이라 강조하지만, 분단 된 지 50년이 지난 저들을 과연 한 민족처럼 느끼는가. 지금 순간에도 세계 곳곳에서 빈민, 기아, 난민 문제가 넘쳐나고, Tv를 틀면 지금 당장 유니세프 광고가 나온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 생활 반경이 침해당하지 않는 이상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다. 인지하는데 그칠 뿐이다. 그저 우리의 삶을 살아가는데 바쁘다. 저것들은 다 먼 나라의 이야기 일 뿐이다. 마찬가지로, 통일이 당장 되지 않아도, 생활에 불편함도 없고, 남한은 남한대로 이미 잘 살고 있다. 필자 역시도 아무런 어려움 없이 세계 경제 11위인 대한민국에서 잘 지내고 있다. '분단국가'라는 그것이 참으로 비극적이나, 분단국가가 되어버렸던 그 시기부터 우리는 아예 출발선이 달랐던 별개의 외국이 되어 버렸다. 과연 우리는 통일을 원하는가.
또 하나, 정치적 이득으로 봤을 때, 남한과 북한이 통일하는 것을 바라는 나라는 솔직히 없으리라 생각한다. 현상유지 혹은 전쟁을 바라는 국가가 압도적일 것이라 생각한다.
러시아나 중국은 현상유지를 바랄 것이다.
전쟁나면 미국이 자연히 개입하게 되고, 대립각을 세워야 한다. 전쟁의 결과가 어찌 되든 간에 두 나라는 골치아픈 변수가 생기는 것이다.
일본은 말할 것도 없이 전쟁나길 바랄 것이다.
이 전쟁을 빌미로 '아베'는 내부적 결속, 지지율을 끌어올릴 것이고, 일본의 재무장에 대한 명분을 얻게 된다.
그렇다면 미국은 어떨까....
미국 입장은 여러가지가 섞여 있을 테지만, 현재 '트럼프' 입장에서는 이득일 것이다. 아시아권에 대한 영향력을 늘릴 수 있을 것이며, 이번 전쟁을 계기로 '세계 경찰'임을 다시 한번 천명할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군수산업으로 인한 막대한 경제적 활성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덕분에 지지율이 상승도.... 전쟁나는 것은 대한민국이지, 미국 본토가 아니니까. 과거 대한민국이 해왔던, 미국의 경제 배후지 역할도 이미 끝났고, 냉전체제 하에서 쇼윈도우 국가로서의 역할도 충분히 만족스럽게 해냈다. 이제 남한과 북한은 이제 냉전 체제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조형물이 되어버린 것이다.
지금 당장, 남한 정부는 입장에선 '역사와 민족적으로' 봤을 때는 '통일'을 목적으로, 국군에서는 항상 주적을 염두하고야 있지만, 굳이 혼란을 가져올 전쟁보단, 이대로 고착화된 상태가 제일 좋을 것이다. 자연스레 세월에 따라 남한이 북한을 흡수하는 통일도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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