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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비트코인)과 화폐, 그리고 메커니즘에 대한 정리글

어둠속검은고양이 2018. 1. 19. 13:36

2018년의 첫 글이 비트코인이다.

어제 비트코인에 대한 토론이 이루어졌다.

토론의 양상은 한 마디로 요약할 수 있다.


가상화폐 - 기술과 미래 vs 가상'화폐' - 현재 메커니즘


결국, 다른 층위에서 이야기 하고 있는 셈이다. 필자는 유시민 작가의 입장과 유사하다.

앞선 글에 썼다시피, 필자는 가상화폐/블록체인 기술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그 기술은 지금 현재 법정화폐가 지니고 있는 한계를 벗어나려는 움직임을 보여줬다는 측면에서 매우 혁신적인 것임은 맞다. 하지만 그것이 현실에 적용될 수 있는가? 에 대한 물음에는 부정적이다. 아니, 현실에서 쓰일 수 있겠지만, 그저 일부 거래/익명성의 거래/전자적 약속어음 정도로만 쓰일거라 본다. 기술이 혁신적인 것과 그것이 제도적, 현실적으로 안착되는 것은 별개의 문제기 때문이다. 가상화폐(비트코인)은 '교환의 매개체 역할'의 선두주자가 된다는 의미로 '화폐'임을 천명한 이상, 화폐 속성을 벗어날 수는 없는 것이고, 경제적, 화폐적 메커니즘을 따를 수 밖에 없다. 만약 미래에 등장할 기존과 다를, '새로운 정의의 화폐'라고 주장하게 된다면, 그것은 근거가 없는 '예언'과 다름없는 것이다.


필자가 기존 글에 댓글로 쭉 썼던 것을 여기에다 옮겨 적는다.

정리하지 않은 채로 올리니, 중복되는 말도 있을 것이고, 정리가 좀 부실한 면도 있지만, 기록차원에서 올려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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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비트코인에 대해 분석한 경향 기사를 보았다. 꽤 분석을 잘 해놓은 듯하다. 블록체인기술 자체는 가상화폐와 떨어질 수 없는 관계라고 한다. 블록체인기술의 장점은 '블록'을 통한 장부의 투명한 공개성과 그로 인한 불법 복제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여기서 블록을 제공해주기 위해서 그 대가로 가상'화폐'를 주는 것이다.외부에서 임의로 손댈 수도 없다. 어떻게 되면 '위조 절대 불가능'이라는, 안정성 측면에서는 현재 이 세상에서 안전하고 믿을만한 물건일지도 모른다. 거래나 무역에 있어서, 수 많은 계약들을 어떻게 하면 '안전하게' 보증할 수 있는가가 중요한 문제인데, 그 결과가 은행, 신용장, 보증서, 보험 등등 수많은 상품들이 나올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역시도 '완벽하게' 위조, 복제의 범죄를 벗어날 수는 없었다. 그런 것을 대비하기 위한 것이 보험제도였고... 가상화폐의 장점은 이 부분을 해결해준다는 점이다. 그로 인해 거래비용을 낮춘다는 것 역시도 매우 바람직한 것이라 보여진다. 그리고 탈중앙화까지도. 


하지만 누누히 말했듯이, 이것이 미래 화폐로서, 모든 화폐를 대체할 수는 없다. 화폐라는 것은 위조가 불가능(안정성)에 가깝고, 보증이 상당한 중앙은행(신뢰성 측면)에 의해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인데, 이 가상 화폐는 발행자가 개인이다. 즉, 책임질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화폐 복제는 불가능할지언정, 새로운 화폐 발행은 누구나 다 할 수가 있다. 새로운 종류의 화폐를 누구나 찍어낼 수 있다는 것은 과연 그것이 화폐의 공급적 측면이 무너진다는 것을 의미하고, 이는 가치의 척도가 될 수가 없다는 것과 신뢰성 측면이 무너진다는 소리다. 또한 '보증'을 위한 거래비용을 낮췄으나, 거래소를 통한 '수수료' 발생은 여전히 '거래비용'이다. 거래비용이 낮춰진다고 한들, '구축되어 있는' 편리한 시스템을 놔두고 굳이 가상화폐를 도입할 사람들이 있을까. 장기적으로 이익추구와 비용절감 측면에서 도입할 가능성도 높지만, 문제는 이 가상화폐 역시 서로가 '인정한다는 약속'이 바탕이라는 점에서 실상 현재 화폐의 속성을 크게 벗어났다고 보기에도 애매한 측면이 있다. 기술적 혁신은 맞으나, 현실에서 적용하는데 있어서 일반 화폐와 다를 바가 없는 메커니즘인 셈이다. 그렇기에 가상화폐는 일부 신용장, 전자적 약속어음 증표로서 간간히 이용될 수 있을 뿐이라 생각한다. 결국 현재 초기 가상화폐 투자는 앞으로 이 화폐가 '위조불가의 안정성'을 바탕으로 후에 거래/교환에 있어서의 상당한 발전 가능성을 보는 것일 수도 있지만, 지금은 단순히 '현물화'를 통한 이득을 보려는, 가상화폐와는 1도 상관없는 투기에 가깝다고 보여진다.


블록체인기술은 확실히 안정적이다. 그리고 이러한 블록체인기술을 위한 유인책으로서 가상화폐가 존재한다. 자원을 끌어다 쓰고 있으니 그 대가로 지급하는 것인데, 과연 그 대가가 현실적이냐는 게 문제다. 가령, 필자가 공장에 가서 원자재를 가져다 쓴다고 하자. 그렇다면 우리는 원자재에 대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그래야 공장은 대가를 받고, 그에 상응하는 원자재를 줄 것이다. 그리고 그 대가는 바로 '국가가 보증한다'는 화폐다. 즉, 한 나라안에서 어디가서든지 그 화폐를 내밀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보증이 바로 '국가'인 것이다. 그렇기에 국가는 위조지폐에 대해서 아주 중한 벌을 내린다. 화폐경제시스템 자체를 위협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공권력으로 인해 우리는 이 현실의 화폐가 가치를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수단으로서 인정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내가 원자재를 쓰고 대신에 가상화폐를 내밀었다고 해보자. 만약 공장주가 이 가상화폐를 인정하고 있다면 아무말하지 않을테지만, 인정하지 않고 있다면, 기존의 현실적 화폐를 내놓으라고 할 것이다. 즉, 블록체인을 위해 자원을 지급했으니, 그에 대한 대가로 가상화폐를 준다는 소리는, 이 가상화폐가 쓸모있을거라는 믿을 가진 자에게만 통용이 되는 대가다. 만약 그 가상화폐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자원을 공급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면 그 사람에게는 가상화폐는 숫자놀음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즉, 블록체인기술이 안정적으로 정착이 되기 위해선 어떠한 대가성이 필요하고 그것이 바로 가상화폐이며, 그로인해 가상화폐를 탈중앙화를 꾀할 수 있게 된다는 소리다. 가상화폐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이들은 '참여들의 믿음을 통한 확산'으로 거래가 활성화되고, 시스템/생테계가 조성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믿음은 그 가상화폐가 '현재'의 법정화폐처럼 쓰일 수 있다는, '현재' 화폐로서 인정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현재의 법정화폐, 즉 화폐의 속성을 지녀야 한다는 소리고, 이는 1.안정성 2.교환매개체 3.신뢰성(가치의 변동성) 이 기반이 되어야 한다는 소리다. 블록체인과 가상화폐를 논의하는 사람들 특징은 자꾸 '미래'를 말하는데, 그 미래라는 것은 '현재'를 기반으로하고, '점진적으로 변해가는 것'이다.


만약 그들이 말하는 것처럼 미래의 화폐처럼 쓰일 수 있으려면, -현재 법정화폐의 속성을 일부 지닌 채로 '점진적으로 변해서' 궁극적으로 속성이 완전히 대체되거나, 혹은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동시에 법정화폐를 포기하고 가상화폐를 사용해야 한다. (모든 사람들이 동시에 법정화폐를 포기하고, 가상화폐를 쓰게 된다면, 기존의 법정화폐의 속성을 지닐 필요가 없다.) 당연히, 후자는 불가능한 일이고, 결국 전자처럼 점진적으로 변해가야 한다는 소리다.


하지만 가상화폐는 점진적으로 변해가는 순간, 가상화폐로서의 장점을 포기해야만 하게 되고(거래비용감소/통제소의 소멸), 또한 가치의 변동성 측면이 문제가 된다. 가치변동성의 측면은 가상화폐의 기술적 측면이 문제가 아니라, 현재, 현실 속에서 일어나는 공급/수요-욕망과 경제학적 메카니즘과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경제학적 메커니즘에서 가상화폐는 '공급적 측면'이 매우 문제가 된다. 개인 아무나 발행할 수 있다는 것은 공급에 재한이 없다는 것이고, 그것이 과연 화폐로서 가치가 있냐는 것이다. 지금 화폐만 봐도 비트코인, 이더리움, 리플, 등등 수없이 많은 화폐가 생겨나고 있고, 사라진 화폐도 있다. 결국 각각의 가상화폐를 화폐로 인정하는 사람끼리만 거래가 이루어진다는 것인데,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거래의 촉진'이 아니라, '거래의 축소'다. 당초의 목적을 역행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필자가 가상화폐가 그저 약속어음처럼 일부 거래에서나 쓰이게 될거라 생각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