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영화

모가디슈

어둠속검은고양이 2021. 10. 19. 23:49

모가디슈
감독 : 류승완
장르 : 액션, 드라마
개봉일 : 2017. 7. 28


올해 흥행했던 영화 모가디슈를 보았다.

영화를 보면서 느꼈던 것은 바로 올해 일어난 아프카니스탄 사태였다. 영화적 각색이 들어갔다지만, 이 영화가 실화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것을 염두하면, 의외로 전쟁은 먼 곳에 있지 않다는 것을 느낀다. 당장 한국만 하더라도, 대다수가 전쟁이 끝나 여기며 살아가지만, 대한민국은 엄연한 휴전 국가다. 전쟁을 잠시 쉬는 것이지, 끝나지 않았다는 말이다. 더 절망적인 것은 위 영화는 해외에서 일어난 일로 한국으로 귀환한다면 안전이 보장되지만, 한국전쟁이 재발하면 안전할 곳이 어느 곳에도 없다는 사실이다. 절대 전쟁이 일어날 리 없다고 여기지만, 사실상 대한민국은 위태로운 외줄타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나아가 전 세계를 보면, 그나마 세계 2차 대전 이후 가장 오랫동안 안정된 상태라고 말하는 현 시대도,외교를 통해 협상으로 겨우 유지되고 있는 셈이지, 사실상 안전은 살얼음 위에 있는 것이다. 국민들의 목숨은 사실 강대국들의 대통령에게 저당잡혀 있는 것이다. 그들이 핵전쟁을 한다면? 혹시 술 쳐마시고 북한이 미사일을 쏴버린다면? 이는 엄청나게 낮은 확률이지만, 우리 목숨은 그렇게 휩쓸려가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모가디슈는 재난 영화다. 류승완 감독이 제작해서 엄청난 흥행을 일으켰던 재난 영화, 엑시트(exit)인 것이다. 재난 앞에서 개인이 할 수 있는 것은 자신의 안전을 챙기는 일 뿐이지, 재난에 맞서 싸울 수 없다. 터져나오는 용암 앞에서 총구나 폭탄으로 용암을 공격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저 도망치는 수 밖에.

* 근래 아프카니스탄이 어찌 되었는지 궁금하다. 미군이 완전히 철수한 뒤로 아프가니스탄의 소식을 들려오지 않는 듯하다.
서방 세계의 국가들도 더 이상 신경쓰지 않는 듯하고. 위정자들의 부정부패를 넘겼던 아프가니스탄 국민과 미국의 외교 실패로 자업자득이긴 하지만 왠지 모를 씁쓸함이 앞선다. 힘이 약한 국민들은 끝내 서방세계의 원조만 기댈 수 밖에 없는 것인가 싶다. 원조에만 기대다 줘털렸음에도 다시 원조에 기댈 수 밖에 없는 그 무력함들을 보면 왠지 모를 허탈함, 허무함, 씁쓸함, 안타까움 등등 여러 감정들이 든다.

이 영화의 자동차 추격씬은 상당한 완성도로 호평을 받는데, 그 외엔 액션씬이 없어서 호불호가 갈리는 편이다. 그러나 필자 입장에서는 오히려 액션씬이 없는 것이 더 좋았다. 앞서 말했듯이 내전은 그야말로 재난이고, 재난은 사람이 액션을 부릴 수 있도록 보조해주는 그런 장치가 아니다. 재난은 '도망친다'라는 단 한 가지 선택지만 가능한 상황이다. 조금씩 들려오는 반군들의 소식, 전운이 감돌기 전의 그 긴장감과 분위기, 그리고 그 상황에서 강요되는 선택들. 반군의 편을 들 것인가, 정부의 편을 들 것인가. 협력을 할 것인가. 우리들만 살아남을 것인가. 극한의 상황에서 발버둥 치는 인간들의 모습들은 훌륭한 한 편의 드라마다. 그리고 서로 모른 척해야만 하는 남북한의 현실까지도.

여운을 남겨주는 영화였다.

액션씬을 원하는 사람에게는 살짝 추천드린다.
킬링타임용으로도 좋은 영화로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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