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영화

멜라니 : 인류의 마지막 희망인 소녀

어둠속검은고양이 2019. 9. 17. 13:29

멜라니 : 인류의 마지막 희망인 소녀

감독 : 콤 메카시
장르: 재난, 좀비, 액션, 드라마(?)


좀비 영화 맞다.
장르에 액션을 써놨으나, 그다지 액션은 없다. 말하자면, 이 영화는 워킹데드처럼 좀비물에서의 좀비의 초점보단 사람들과의 관계, 선택, 갈등에 대해 다루고 있다. 액션과 스릴이 넘치는 좀비물을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비추하는 영화다. 

그러나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철학적 영화이기도 하다.

1.
흔히들 좀비 영화라고 하면, 좀비는 물리쳐야 할 '악'으로 규정된다. 당연하다. 물리면 이성도 지성도 없는 짐승으로 변해서 사람에게 달라드니까. 사람은 이러한 거대한 악, 재난, 짐승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친다. 자연스레 사람 vs 좀비의 대립구도가 완성된다. 그렇기에 좀비영화는 이러한 대립구도가 아예 틀에 박혀 있다. 단지 살아남은 군상들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느냐, 호쾌한 액션에 초점을 맞추느냐 차이뿐이다. 이 영화도 당연히 사람 vs 좀비의 대립구도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 영화는 사람이라 규정짓는 것과 좀비라 규정짓는 것 - 즉 정상과 비정상에 대한 기준에 대해 의문점을 던진다. 감염자들의 아기들, 즉 2세대의 존재를 내세움으로써 대립의 기준점을 파괴한다. 말할 수 있고, 생각할 수 있으며, 인간과 똑같은 모습을 하지만, 이성을 잃어서 기존의 인간을 잡아먹기도 하는 저 생명체를 우린 뭐라 해야 하는가. '인간'의 입장에 서서 단순히 물리쳐야 할 좀비로 취급해야 하는가? 호모사피엔스가 구 인류를 멸망시키고 현 인류가 되었듯이, 바이러스에 감염(정확히 말해 공생관계)된 저들은 새로운 인류가 아닐까.

2.
1번의 생각은 바로 2번의 생각으로 이어진다. 멜라니를 통해 백신을 만들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진 박사는 멜리나를 설득하려고 한다. 여기서 바로 공리주의적 시각을 드러낸다. 1명의 인간(?)을 희생시켜서 전 인류를 구할 수 있다면, 기꺼이 희생시켜야만 하는가. 정확히 말하면 인류를 구할 수 있는지 확신할 수는 없다. 확신은 박사만 하고 있는 것이고, 그저 가능성에 불과하다. 1명의 소녀를 죽여서 전 인류를 구할 '가능성'이 있다면 기꺼이 도전할 수 있겠는가.

3.
말하고, 생각할 수 있는 2세대인 아이들은 그렇다 치더라도, 이미 어른이 되어 있는 이들은 감염되는 순간 지성은 없다. 그들은 1세대로서 그저 짐승처럼 물어뜯고 먹을 뿐이다. 이 상황에서 살아남은 어른들에게 감염자가 되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그건 마치 1번에서 말했던 것처럼 정상과 비정상의 모호한 구분이다. 다수가 감염되었으니 남아있는 소수에게 감염되라고, 받아들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이러한 생각은 현 인류의 종말이 과연 세상의 종말인가?라는 생각으로 이어진다. 진보와 퇴보를 나누는 것도 현 인류의 관점에서 나누는 것 뿐이다. 모든 인간이 갑자기 지성을 잃어버리고 짐승이 되어 약육강식의 삶으로 살아간다고 했을 때, 과연 그 세상은 종말인가.

이렇듯 여러 가지 철학적 질문을 던져주는데, 이 영화는 나름의 결말로 이러한 질문에 답한다.

주연 배우의 연기도 좋았고, 생각할 거리도 충분히 던져주었으며, 2세대라는 존재를 등장시켜인지 영화의 전개(?)도 신선한 편(?)이었다. 하지만 여느 좀비 영화가 그렇듯 이 영화 역시 전개방식도 진부하다. 새로운 존재로 인한 신선함이 약간 가미된 정도에 그쳤고, 좀비영화의 액션, 긴장감, 스릴은 별로 없다. 또한 주연급 조연 배우 캐릭성이 조금 억지스럽기도 하고, 전개가 부자연스러운 것도 있다. 또한 영화 제목이 '하....누가 저렇게 번역해놨나' 싶을 정도다. 좀비영확의 특성과 제목을 연관지어 생각해보면, '마치 멜라니를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역동적 액션씬이 난무하는 좀비 영화겠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전혀 아니다.

액션과 스릴이 넘치는 좀비물을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정말 비추.
좀비를 소재로 한 드라마적인 영화를 보고 싶다는 분에게 추천.
참신한 느낌의 좀비물을 보고 싶다는 분께 살짝 추천.
참신한 맛은 있으나, 영화 자체의 퀄리티, 좀비 영화의 특징은 다소 떨어진다는 것을 감안하고 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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