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글을 '써야지 써야지' 하면서도 게으름이 많아서 막상 안 썼다.
오랜만에 커뮤니티를 슬쩍 들어가보았더니 '이게 무슨 난리인가!' 싶었다.
넥슨사태로 촉발된 메갈 사냥이 웹툰, 성우 등으로 확대되어 가고 있었다.
자뭇 흥미로워 이렇게 바로 글을 써본다.
이전 글들을 보았다면, 아시다시피 나는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평범한 남자다.
내 스스로를 한남충이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내가 스스로 생각하기엔, 그 영역에 해당되는 사람은 아니니까. 메갈분들이 주장하시는, '한남충이 아닌 남성이 되려면 갖추어야 할 수 많은 조건'을 다 충족하고 있지 못하다는 점에서는 한남충이라고도 볼 수 있겠지만. 여튼, 내 기준에서는 적어도 말 조심하고, 문제 일으키지 않고 조용히 살아가는 그저 한 명의 평범한 국민이다.
이번 넥슨 사건에 대한 주장과 반박은 무수히 많이 뿌려져 있기에 따로 언급할 필요가 없으리라고 본다. 우선적으로, 나는 사상의 자유는 무한정 인정되지만, 그에 대한 표현의 자유는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못 박아두고 말하고자 한다.
그렇다면 여기서 문제되는 것은, 이번 성우 계약 해지(?) 사건이 표현의 자유를 '정당하게' 제한하는 사건인가, 아닌가?
(- 사실은 엄밀히 보았을 때, 문제 되는 것은 없다. 넥슨측에서는 녹음이 다 끝나서 성우에게 계약금 다 지불했고, 정해진 수순에 따라 해지한 것 뿐이다. 단지, 해당 성우가 녹음하여 완성한 것들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 뿐이다. 그렇다면, 해당 녹음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정당한가, 아닌가?로 생각해보자. )
1) 정당하다고 하는 측은 이 티셔츠를 모금이 후원하는 메갈4라는 단체에 의문을 표한다. 메갈4라는 단체가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 있는가 없는가, 정당성하냐 이 말이다. 물론 메갈4라는 단체가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 없는 단체이므로, 이번 티셔츠 구입인증 + 메갈지지를 한 성우의 계약해지는 정당하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2) 부당하다고 보는 측은 단지 티셔츠 구입했다는 이유만으로 계약 해지는 가혹한 처사이며, 여성차별이라고 보는 것이다. 메갈리안과 메갈리아 지지자분들의 생각일 것이다.
결론은 서로 다른 논점을 가지고 싸우고 있는 것이다.
1번은 후원하는 단체에 대한 정당성을, 2번은 티셔츠 구입 사실에 논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앞서 말했듯이, 사상의 자유는 있되, 표현엔 제한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필자에게 있어서, 1번의 주장이 훨씬 설득력이 있어보이고, 논리적이다. 메갈4라는 단체의 정당성을 떠나서 말이다. 만약, 2번 부당하다는 측이 설득력이 있기 위해서는 1번이 주장하는 '단체에 대한 정당성'에 대해 제대로 해명하고 반박을 했어야 한다.
허나 부당하고 말하는 많은 이들이 자꾸 티셔츠 구입했다는 사실가지고 계약 해지 당한건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당하다고 말하는 측은 적어도 부당하다고 말하는 측이 주장하는 것은 잘못된 논점이라고 지적하면서, 자신들이 주장하는 바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다. 그렇기에 1번 주장이 객관적으로 설득력 있어보이고, 논리적이라고 판단된다.
첨언.
우선, 내가 메갈에 동의하는 부분은 딱 2가지다.
1. 남성은 여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여성도 마찬가지)
2. 현 구조가 기울어진 운동장.
하지만, 동의하지 않는 부분도 있다.
1. 아니면 말고 식의 마녀사냥식 몰아가기
2. 설득과 대화의 과정 없는 미러링 방식.
누군가는 내가 동의하는 부분에서 1번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 분도 계시리라 생각한다. 어떻게 보면 1번을 동의하는 순간, 나는 한남충이라는 사실을 인정할 수 밖에 없게 되기 때문이다. 여기서 갈등이 일어난다. '나는 여혐하지 않는데, 왜 니들 멋대로 여혐한다고 단정짓고, 한남충으로 몰아가는가. 기분이 매우 나쁘다.' 이렇게. 그렇기 때문에, 1번에 동의하는 이들이, 혹은 메갈리아 분들이 왜 1번으로 생각하는지 설득해야 한다. 주장하는 측이 근거를 대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렇기 위해선 여성혐오라는 정의를 우리는 좀 더 분명하게 해야 한다. 필자는 여성혐오를, 여성을 하나의 인간으로서 남성과 정확히 동등하게 보지 못하고, 사회적, 개인적, 환경적 요인으로 인해 무의식 혹은 은연중에 남성보다 못한 존재, 열등한 존재, 도구로 생각하는 것이라고 정의 내렸다. 그렇기 때문에, 가부장적 사회에서 자라왔던, 모든 국민이 알게 모르게 여성혐오를 조금씩 익히게 되었다고 판단하였다. 그리고 이런 가부장적 사회라는 판단은 자연스레 2번을 동의하게 만들었다.
예전에 강남역 살인사건을 두고서 언급했듯이, 나는 메갈이 어째서 미러링이라는 방식을 택하게 되었는가에 대해서 충분히 이해는 가지만, 방식은 옳지 못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1번과 2번을 동의하기 때문에, 그들이 미러링의 방식을 통해서 울분을 토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과거에 일베가 김치녀라는 단어, 된장녀라는 단어를 쓰기 시작해서, 일반 남자들에게조차도 조금씩 쓰이기 시작했을 때, 여성들이 기분 나쁘다고 하면, '너가 김치녀가 아니면 되잖아? 왜 화를 내? 설마, 김치녀니?'라고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다. 이에 대해 여성들은 왠지 모르게 기분이 나빠도 반박할 수가 없었다. 반박하는 순간 '김치녀'가 되니까. 그렇기에 메갈은 '한남충이라는 단어를 만들어낸 것이다. '너가 한남충이 아니면 되잖아? 왜 기분 나빠하니?' 똑같은 방식으로.
미러링의 효과는 분명히 있었다. 하지만 역효과가 더 컸다.
방식만을 가져온 미러링은 오히려 커뮤니티에, 언어에 대해 관심없던 이들에게 부정적인 인식만을 가져와버렸다. 그냥 기분 나쁘고 마는 것이다. 어째서 기분 나쁜지 왜 생각하겠는가? 그 결과, 메갈은 일베와 동일선상에 놓이게 되었고, 과격화된 표현은 불을 짚혔다. 그렇기에 나는 미러링 방식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그들이 어째서 그럴 수 밖에 없었는가. 자신을 알아달라고, 과격한 표현을 쓰고 나서야 조금씩 귀기울이게 되었다는 사실이 참으로 유감이고, 그들의 심정을 십분 이해하지만, 여전히 그 방식을 고수함으로써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기에 나는 그들의 방식에 돌의하지 않는 것이다. 또한, 과거 몇몇 '프로불편러' 사건은 이에 불을 짚혔다.( 불분명한 소문 재생산으로 인한 피해자, 대표적으로 마인드C작가와 같은 분이 분명히 있었다!) 물론 그들이 불편하다고 느꼈고, 그에 대해 직접적으로 행동을 했을지언정, 이미 메갈이라는 단체가 여자일베와 동급으로 놓인 이상, 어떤 주장을 하든 일반 사람들은 믿지 못하게 된 것이다. 사소한 언어, 행동에서부터 바꿔야 한다는 생각에 동의를 하지만, 그 바꾸는 과정 역시도 아주아주 지난한 설득과 토론의 과정을 거쳐야 했었음에도, 메갈은 이러한 것들을 생략한 채, 연대를 위해, 좀 더 자극적이고, 좀 더 대중(에서도 여성분들)의 관심을 받을만한 문구 생산에 주력한 결과, 그들에게 남은 것은 대중들과 싸우는 페미니즘 투사라는, 집단 소속감과 여성의 연대감(?), 그리고 여자일베라는 오명과 페미니즘에 대한 대중들의 부정적 시선뿐이었다.
* 필자의 생각에는, 사상에 대한 동의는 투쟁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끝없는 대화를 통한 설득을 통해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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