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보존실/잡념들-생각정리

만남에 의미가 생기는 나이 -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

어둠속검은고양이 2022. 4. 7. 13:14

어릴 때는 세상의 모든 것들이 새롭고 특별했기에 의미가 깃들지 않았다. 특별하다는 것은 다른 모든 것들 중에서 어떠한 고유한 의미를 지닌다는 것을 뜻하니까. 모든 것이 특별하다는 것은 모든 것이 특별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것은 그냥 자연스러웠다.

그러나 나이를 먹은 지금, 이젠 어떠한 것들이, 어떠한 행동들이 의미가 생기기 시작했다.

옆집에 산다는 것만으로, 나이가 같다는 것만으로, 같은 장소에서 논다는 것만으로도 만남은 자연스레 이루어졌고, 그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젠 만나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니게 됐다.
특별히 시간을 써서, 수고를 곁들일 정도가 된 사이.
만난다는 것은 이제 그런 의미를 지니게 되었다.

우산을 함께 쓰는 것도 이젠 전혀 다른 의미를 지니게 되었다. 친구나 지인 정도라면, 잠깐 정도라면, 우산을 같이 쓰는 것이 선택지에 들어가는 것처럼, 우산을 같이 쓴다는 것은 이제 친밀한 관계를 의미하게 되었다.

혹자는 우산을 같이 쓰는 것에 무슨 그리 대단한 의미를 부여하느냐고 물을 테지만, 이성끼리 우산을 쓰고 가는 것을 본 후 지인들이 물어보는 질문들을 떠올려보자. 대게 어떤 사이냐고 묻는 것이 일반적이다. 사람마다 개인적 심리적 공간이 다를테지만, 요지는 어릴 때완 다르게 바라보게 된다는 것이다.

이젠 만남에 의미가 생기는 나이가 되었다.
이젠 우산을 함께 쓰는 것에 의미가 생기는 나이가 되었다.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은 특별했던 것들이 특별하지 않던 시기에서 특별하지 않던 것들이 특별해지는 시기로 변해가는 것을 의미하는 듯 싶다.

'기록보존실 > 잡념들-생각정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두려워하지 말기  (0) 2022.05.08
도구와 능력 그리고 앞날  (0) 2022.05.06
대한민국, 불안과 신격화하는 경향  (0) 2022.04.07
그 정도뿐인 인간  (0) 2022.01.25
이 시대의 자기연민  (0) 2022.0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