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보존실/잡념들-생각정리

데이터의 집합이 되어버린 인간

어둠속검은고양이 2020. 11. 26. 05:52

인간.

 

어느 순간부터 인간은 데이터화 되어 버린 것 같다.

약간은 미화된 과거겠지만 과거엔 사람을 하나의 덩어리 그 자체, 그 한 사람으로 보았던 것 같은데.

 

이젠 사람들은 잘게 쪼개지고 쪼개져서 각각의 영역에 맞게 데이터화 되어 버리는 것 같다. 물론 과거엔 이렇게까지 사람을 쪼갤 수 있을 정도로 사람들의 의식이나 과학, 기술이 발전되지 않았기 때문이지만서도. 그냥 평이하게 '고유한 사람'이라는 한 단어로 퉁쳐버리는 것이 편했으니까. 이젠 지나간 세월만큼 기술과 과학이 발전했고, 사람들의 의식 수준도 높아졌다. 사람들의 표현을 빌려서 '더 이상 순박하지 않다는 것'이 의식 수준이 높아진 것이라면 높아진 거니까. 이젠 사람들은 기기를 이용해서 자신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찾아서 취사선택을 한다. 똑똑해졌다.

 

여하튼 간에 통신의 발달로 많은 사람들이 스스럼없이 자신의 사생활을 드러내고, 그렇게 노출된 사생활들은 따라 각각의 영역에 맞춰 데이터화 되어 저장된다. 빅데이터의 얘기다. 그래서일까. 사람들 역시 스스로를, 상대방을 일종의 부분적 데이터의 집합으로서 이해하고, 필요한 부분만 취사선택하고, 거래의 대상으로 여기는 것 같다. 티슈 인맥이라든지, 감정 쓰레기통이라든지 등등. 그래서 인관관계에서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

 

감정 쓰레기통.

우리가 어느 순간부터 타인과의 감정 교류도 거래 대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의구심이 들었던 단어다.

 

힘들 땐 기대기도 하고, 푸념도 하고, 또 들어주기도 하고, 반대로 내가 상대방에게 다시 푸념하기도 하고. 주거니 받거니 얽히고설키는 것이 인간관계일 진대, 만날 때마다 푸념하고 징징거린다고 하면서 상대방이 날 감정 쓰레기통으로 여기는 것은 아닌가 의구심을 갖는다. 물론 만날 때마다 징징거리고, 푸념을 들어주는 건 무척 괴로운 일이긴 하다. 그러나 이런 감정교류가 손익계산으로 바뀌면서, 마치 상담자가 돈을 받고 상담을 해주는 것처럼 넌 나에게 감정노동을 시키고 있으니 그만한 대가를 줘야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손해보지 않으려는 마음이랄까. 너의 그 쓰레기 같은 감정들을 내가 짬 처리해주고 있다는 마음가짐이랄까.

 

그렇다고 필자 역시 남들에게 만날 때마다 자신의 부정적인 감정을 계속 표출하는 사람을 좋게 생각하진 않는다. 받아주는 사람도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데 벅찬데..... 그냥 다들 삶에 지친 것 같다. 시야가 넓어지고 정보도 많아져서 쓸데없는 자잘한 스트레스를 많이 받게 되니까. 삶이 퍽퍽해지니까 타인의 감정을 받아줄 수 있는 그릇도 금방 차오르는 것 같다. 타인을 받아줄 수 있는 여유로움이라는 그릇이 평소에 이미 80% 정도는 차 있는 느낌? 나도 그런 상황인데 언제까지고 타인의 그 부정적 감정들을 받아줄 수만은 없으니까. 그런데 받아주는 사람의 입장을 생각지도 않고 자신의 감정에만 벅차서 부정적인 감정들을 힘껏 쏟아낸 뒤에 개운해진 상태로 어딘가에서 자신의 삶을 살아가다가 만신창이가 되면 또 찾아온다. 그것도 한두 번이지, 계속 그러다 보면 어느새 쏟아내고, 받아주는 관계가 자연스레 완성된다. 쓰다 보니 '감정 쓰레기통'이라는 단어를 쓰는 사람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 간다.나야 제 3 자로서 이야기하니까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는 거니까.

 

서로가 서로에게 여유가 없는 상황 같다.

그래서 자신의 감정에 벅찬 사람은 누군갈 붙잡고 이야기해야만 하고. 그런 이야기를 받아줘야 할 사람은 '너의 그 사정은 잘 알겠는데, 네가 자신의 감정에 벅차서 받아주는 내 입장도 고려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내가 왜 이해해해줘야 하는지' 화가 나게 되고. 그래서 우린 어느 세대보다도 SNS로 서로의 사생활을 밀접하게 알지만, 어느 누구보다도 단절되고 있는 것 같다. 우린 이제 얽히고설키는 인간관계를 더이상 바라지 않는 것 같다. 그냥 삶의 여유가 없으니 각자 갈 길 가면서 SNS에서 좋아요나 눌러주면서 서로를 눈팅만 하고, 직접적으로 부딪치는 건 귀찮고 힘드니까 필요할 때만 적당한 대가를 받으며 관계를 이어가는 것 같다.

 

 

우린 서로가 서로에게 데이터가 되어가면서 서로를 거래 대상화 해 버린 것 같다.

이젠 그 사람 그 자체라는 것은 없다. 단지 그것은 아직 분석되지 않은 데이터 집합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