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보존실/창문공작소

노래 가사와 단문들

어둠속검은고양이 2019. 5. 20. 22:46

"추억은 다르게 적혀."
그렇게 차갑게 말을 내뱉은 너는 뒤돌아보지 않고 떠났다.

나에겐 추억이라 불리던 것들이 너에겐 구질구질한 기억에 지나지 않았던 것일까.
그 구질구질한 기억들을 너는 음식물 쓰레기마냥 쓰레기통에 서슴없이 버렸다.
마치 그 기억들이 너를 엄습하기라도 할듯이.

내 그 추억들은 쓰레기봉투에 묶여 밖으로 내놓아졌다.
종량제 봉투 25 L.

-

그렇게 마중나간 나의 마음이 혼자 돌아온 뒤로,
눈물에 번진 구름같은 노을빛이 내리며, 너의 얼굴과 추억들이 향기처럼 술잔 위로 피어오른다.

나는 분명히 우리가 같은 소설을 써 내려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어느 장면에선 오른쪽을 내가, 왼쪽을 네가 번갈아가며 써냈고, 어느 장면에선 한줄씩 번갈아가면서 써내려 갔다. 그 소설책은 문체가 제각각이고, 스타일도 제각각이라 엉망진창이었지만, 그래서 더욱 빛이 난 소설이었다. 세상에 작가가 둘인 소설은 많았지만, 얼기설기 꿰매어져 있는 소설은 단 하나였다.

둘도 없는 단 하나의 얼기설기 소설책.

-

연분홍 빛이 춤추며 떨어지던 그 때 그 날.
너의 체취를 간지럽히던 그 연분홍 꽃잎들은 지금 어떻게 됐을까.

그 꽃잎을 보기 위해 난 홀로 걸었다.

그곳은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지만, 나만이 달라져 있었다.
벚꽃들은 하나둘 흩어져 내려 발길에 채인다.

발길에 채인 꽃잎은 이윽코 누군가의 신발 앞에 닿는다.


p.s

이소라 - 바람이 분다
포지션 - 하루
나카시마 미카- 연분홍 빛 춤출 무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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