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좋아하는 만화책 중에 타카하시 신의 '좋은 사람'이라는 책이 있다.
장르는 드라마가 되겠다. 뭔가 이상과 현실을 합쳐놓은 듯한 드라마인데, 읽는 동안 힐링도 되는 듯하다. 매번 읽을 때마다 즐거움도 느끼고, 내 마음도 다잡게 되는 걸 봐선 내 인생작 중 하나인 것 같다. 맨날 마음만 다잡는 것 같아보이긴 하는데, 여튼 이 만화책을 보며 든 생각을 여기에 적는다.
-
언제부터였더라? 내가 설렁설렁하게 살아가게 된 때가.
'어려우니까, 해봐야지.'와 같은 도전정신을 불태웠던 때가 언제였는지.
어느 순간부터 병 속에 갇힌 벼룩처럼 딱 그정도까지만 살아가는 내가 있었다.
언제부터 두려워하게 됐을까. 실패를 두려워하게 됐고, 꼼짝 못하게 됐다.
그리고 되는대로 살아가던 내가 있었다.
.........살아간다는게 참 그렇다.
다들 회사에 들어가기 위해 자소설을 쓴다고들 말한다.
회사에서는 '열정'을 보고 싶다고 하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돈 벌기 위해'간다고들 말한다. 그래서 우스갯소리로 말한다. 지원동기? 알면서 뭘 물어? 돈 때문이지. 그래서 없는 일, 있는 일 가져다가 지원동기를 만들어 낸다. 사실 회사도 이거 다 알고 있다. 초중고 내내 공부만 하다가 대학교와서 고민하기도 전에 군대가고, 군대갔다와서 학점 관리, 스펙관리, 사회활동하고 나면 '나의 직업', '나의 회사'에 대해 고민할 시간이 어딨나. 그냥 대부분 허겁지겁 자소설 열심히 써서 이곳저곳에 지원하는거지. 그런 실태를 회사가 모를리도 없다. 하지만 어찌됐든 인재를 뽑기 뽑아야 하니까, 자소설을 요구한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들어보면 일이 만족스럽다고 말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연봉, 복지에 대한 이야기, 업무가 어렵냐 편하냐에 대한 이야기, 사내 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룰 뿐, 이 일이 갖는 의미라든지 이 일이 나에게 주는 만족감에 대한 이야기는 안중에도 없었다. 아니면 부동산, 주식, 이직 준비 등 내 미래를 위한 투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뿐이다.
이해는 된다. 평생 직장이라는 말은 사라진 지 오래고, 유독 나이를 따지는 대한민국에서 직장에서 짤리는 순간 이직하는 것도 쉽지 않고, 그렇다고 자영업이 만만한 것도 아니다. 그러니 생존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룰 수 밖에 없다. 내 연봉, 내 소유 자산, 내 노후자금, 내 가족들.
열정적인 사람도 조직 생활을 하면 마모되는 마당에 돈 - 생존하기 위해 회사를 다니면 어떻게 될까. 그래서 다들 그냥저냥 다닌다. 관성적으로. 살기 위해 아득바득 다니면서도, 설렁설렁한 늼으로. 괜히 나서서 일 벌리면 나만 피곤해지고, 그 결과가 좋으면 본전치기, 결과가 나쁘면 책임지고 해고당하는 마당에 새로운 시도를 할까.
어찌보면 이건 회사의 자업자득이기도 하다. 이윤 추구-성과가 회사의 존재 이유라지만, 이 사회에서 사람은 너무나도 싸다. 나사 하나 빼듯이, 못 하나 빼듯이 성과가 안 나오면 즉시 갈아 끼운다. 위기는 곧 기회라고 말하지만, 그 위기를 가지고 배팅할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실수에 관대하지 못하고, 사람을 부품취급하는 사회 속에서 사람들이 진취적이지 못하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사람들은 과감하게 나아가지 못하고, 주어진 대로만 행하며, 자신의 이익에만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래놓고선 회사는 말한다. '요즘 사람들이 열정이 없어!'
사람들도 이젠 다 안다. 자신이 부품에 불과할 뿐이며, 잘못되면 순식간에 교체당할 운명이라는 것을. 그래서 이젠 애사심을 갖지 않게 됐다. 철저하게 give & take의 비즈니스적 관계로 본다. 난 노동을 제공할테니, 넌 돈을 줘라. 그리고 다들 자신 노후를 위해 다른 준비를 시작한다. 회사에 대한 이야기일 테지만, 이건 사회 전반적인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렇게 사회를 동력을 잃고 서서히 죽어가는 것이다. 흔히 말하는 혁신이 없는 이유다. - 이는 순전히 필자의 생각이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흔히 대박난 게임 회사들은 대부분 개발자들이 '본인이 만들고 싶은, 즐기고 싶은 게임'을 만들었을 때 대박이 났다. 그리고 그 회사들이 '돈'을 쫓기 시작했을 때부터 게임은 혹평과 함께 침몰하기 시작했다. 좋아하는 일을 하다보면 성공은 자연스레 따라온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그래서 인지 요즘엔 바짝 돈 벌고 빠지는 식의 게임만이 즐비하다. 물론 그런 게임들이 돈이 되니까 만드는 것이겠지만, 흔히 말하는 대박은 없다. 실패하면 회사가 흔들릴 정도로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는게 게임 개발인데, 회사가 조심스러운 것도 이해는 간다. 그냥 조금 먹고 치우는 것이고, 그런 게임을 또 소비자들도 소비한다.
생각이 많이 옆으로 샜다.
여튼 하고 싶은 말은 많은 사람들이 하고 싶은 일들을 포기하고 되는 대로 살아간다는 것이다. 그건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고 싶은 일을 포기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건 온전히 나의 결단에 의한 것이야만 한다. 내가 생각하고, 내가 판단한 결과, 내가 선택한 것이야만 한다. 그러나 대부분 나의 결단은 온데간데 없고, 어영부영 선택되어지고, 어영부영 살아간다. 그러니 하루하루가 '버틴다'는 심정으로 살아간다.
이젠 '하고 싶은 일을 해봐! 해 봤어?'라고 말하는 것은 무책임한 말이 되어 버린 세상이다. 그래도 사소한 것이라도 좋으니 하고 싶은 일을 해야만 한다. 하고 싶은 일이라는 것이 꼭 무언가의 '일(job)'을 가리키는 것은 아니다. 스스로 도전 정신을 불태울 수 있는, 내 삶의 의지를 다지게 되는, 내가 선택해서 일을 벌이는, 바로 그 주체성이 중요하다.
되는대로 살아가면 삶의 의지는 사라지고 허무함과 고통의 인내만이 남는다.
내가 생각하고, 내가 판단해서, 선택해 살아가는 삶은 활력이 남는다. 그 선택한 길이 고통이 가득할 수도 있고, 행복이 가득할 수도 있고, 어느 쪽이 될 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 선택을 내가 했기에 최선을 다할 것이고, 진심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거란 점이다. 결과가 어찌되든 그 경험들은 분명히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두려워 하지 말자.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혹시 일어날지도 모를 일을 두려워 하지 말자.
두려움은 걱정을 낳고, 걱정은 도전을 꺾고, 꺾인 도전은 기회를 버리게 만든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라도 담담하게 받아들일 마음으로 스스로 선택하자.
내 선택의 순간을 즐기고, 내 선택을 믿자.
두려워 하지 말자.
내 삶을 되찾자.
'기록보존실 > 잡념들-생각정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것이 삶이던가! 그렇다면 다시 한 번! (0) | 2020.02.04 |
---|---|
우한 폐렴, WHO 비상사태 선포, 그리고 정부 (0) | 2020.01.31 |
생의 감각 (0) | 2020.01.16 |
이해하려 하지 말고, 이해 받으려 하지 말라. (0) | 2019.12.29 |
집착, 그만두기, 혼재 (0) | 2019.12.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