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있으면 동이 터올 새벽녘에 펜을 들어 글을 써봅니다.
첫 한마디는 으레 그렇듯이 날씨로 시작해봅니다.
날씨가 추워졌다는 것을 부쩍 느낍니다. 낮 동안은 정말 활동하기 좋은 날씨인데, 밤이 내려앉기 시작하고, 물러날 때 쯤이면 굉장히 쌀쌀해집니다. 그것은 마치 로마신화에 등장하는 야누스 같습니다. 낮이든, 밤이든 덥지 않은 - 시원함이 기반이지만, 아무래도 느껴지는 감정은 정반대입니다. 낮이 천국이라면, 밤은 지옥과도 같달까요.
어제 오전에 날씨가 좋았던 탓인지 그리운 느낌이 물씬 풍겼습니다.
바로 며칠 전에 '사소한 것들은 흘러가도록 내버려두라'는 글을 써놓고선, 이렇게 순간적인 감정을 글로 남기는게 맞는지 고민도 되고, 막상 글을 쓰고 나니 마음에 썩 들지 않아서 덮어두었습니다. 그 글은 결국 이 글에 녹여내고 있습니다. 채 마무리 짓지 못하고, 덮어둠으로써 얻게 된 찝찝함을 해소하기 위함이겠지요.
순간 고민이 어찌됐든 글을 썼듯이, 결국 쓰고 싶으면 쓰는 것이고, 내버려두는게 맞다 생각되면 내버려두는, 선택의 문제입니다. 다만, 글 쓰려는 행위에 너무 매이지 않도록 주의해야겠지요.
날씨가 좋았던 탓인지 그리움을 느꼈다고 했지요?
그러나 그것은 특정한 대상이나, 특정한 날에 대한 그리움은 아니었습니다. 과연 대상이나 목적이 없는 그리움이 존재할 수 있을지 의문이 남습니다만, 그 의문은 의문으로 남겨놓습니다. 당신은 그리움 자체를 느껴본 적은 없었는지 묻고 싶습니다. 어쩌면 저는 변화된 계절이 풍기는 그리움의 내음을 맡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움을 느꼈던 그 순간은 정말 순간일 뿐입니다.
감정은 늘 찰나이고, 여운만이 그 뒤를 잇고 당사자는 필사적으로 기록할 뿐입니다. 늘 지나간 뒤에야 행동하게 되는 셈이지요. 어쩌면 순간이기 때문에 이렇게 글로서, 사진으로서, 혹은 영상으로서 남기려고 발버둥치는 거라 생각합니다. 그렇게 흘러가는 시간에 같이 흘러갈 수 밖에 없는 우리는 끊임없이 영원불멸의 욕구를 가지는 것 같습니다.
문득 쓰다보니 또 편지 형식이 되어 버렸습니다.
근래에 편지를 자주 쓴 듯하여, 평이하게 글을 쓰고 싶었습니다. 두 글의 스타일은 단지 경어체를 쓰느냐, 평이문을 쓰느냐 차이뿐이지만, 아무래도 청자에게 닿는 느낌이 다를 거라 생각합니다. 어떠한 속마음을 조곤조곤 이야기하는 것은 아무래도 편지형식이 좋다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제가 편지를 쓰는 이유는 발화자가 아닌, 청자로서 호기심 때문입니다.
저는 매번 이 곳에 글을 써왔습니다.
그것은 대화라기보다는 독백이나 방백에 가까웠고, 그저 일시적인 감정해소, 생각정리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근래에 들어 청자의 입장에 서게 되었습니다. 누군가의 털어놓음을 듣는다는 것은 기대감이랄까, 기다리게 됩니다. 즐거운 기다림이지요. 하지만 그것이 글쓴이의 부담으로 작용되면 안될 것입니다.
과거에 제 글을 기다린다는 댓글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것이 그렇게 반갑고,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역으로 만족감이라 해야 하나, 실망시키고 싶지 않다고 해야 하나, 스스로 압박을 느끼게 되더군요. 그것은 바로 글에 나타납니다. 글을 망쳐버리지요. 제가 뭐라도 되겠냐만은 혹시 모를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청자로서 느끼는 호기심과 저녁감성은 글을 끄집어내게 만듭니다.
당신은 알 수 없습니다.
목소리는 들을 수 없고, 모습은 보이지 않지요.
마치 망망대해처럼 깔린 어둠과도 같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부표이기도 합니다.
제게 남은 편린들을 어둠을 향해 뿌리고 나면, 희미한 이정표가 되지요. 속을 삼킨 망망대해는 깊고 넓은데, 파편의 빛에 지나지 않는 부표에 기대어갈 뿐입니다.
깊은 밤바다인 당신을, 전 알 수 없습니다.
시로 써볼까 하다 글재주가 미약해서 편지에 기대어 글로 남깁니다.
이런 저런 글들을 이렇게나마 남겨놓는 것으로서 마무리를 지으며, 오늘 편지도 마무리를 할까 합니다. 곧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이 금새 소식을 올려주실 거라 믿습니다만, 호기심과 기다림은 여전히 남아 아쉽게 만듭니다.
부디 아프지 않고,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하루를 보내길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
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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