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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로 성공할 수 있는 시대는 갔다. 왜 공부하지?

어둠속검은고양이 2016. 8. 31. 10:23

종종 어린 학생들이 고민하는 소릴 듣게 된다.




공부 왜 해야 돼요? 라고.

이런 질문은 오래 전부터 있어왔고 그에 대한 답은 조금씩 바뀌었지만 늘 같았다.


"쓸데없는 생각 말고, 공부나 해. 임마" 에서부터


"공부해야 성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언제가 너에게 기회가 왔을 때 잡기 위해 늘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까지.


늘 공부 = 성공 이라는 공식으로 답변이 이루어져 왔다.





이젠 학생들이 묻는다.


"공부로 성공할 수 있는 시대는 갔어요."


"공부로 성공 못 하는데 공부 왜 해요? 공부 존나게 해봤자. 잘하면 회사원, 공무원이지, 금수저 보다 못하잖아요?" 라고.


학생들이 놀라울 정도로 현실을 잘 인식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로 씁쓸하기도 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학생들에게 교과서적인 발언을 해줄 수 밖에 없다.


"공부를 해야 세상을 알 수 있고, 너의 인생이 더 풍족해지기 때문이란다."


하지만 이런 교과서적인 발언은 학생들에게 아무런 의미가 되지 않는다. 공부하느라 최소한 대학교 가기 전까지, 잠자는 시간 제외하고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기 때문이다. 인생을 풍족해지기 위해서라는데, 공부하기 위해 인생이 제약 받고 있는 것이다.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공부해봤자 아무 소용없다. 사회 나가면 다시 공부해야 하거든. 막말로 고등학교 때 미분, 적분, 삼각함수, 통계 이딴 거 배워서 사회에서 써먹니? 공학계열, 기술쪽으로 갈 거 아니면 쓸데없다. 일상생활에 아무지장 없다." 라고 말해 줄 수도 있다. 하지만 이건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확실히 앞으로의 직업을 어느 것으로 갈 것인지에 따라 기초적으로 익혀야 할 것들이 분명히 존재(공대테크트리)하고, 일상생활에서는 방정식, 소금 농도 구할 일이 거의, 정말로, 없다. 사칙연산만 할 줄 알면 될 뿐....

하지만 그 때 수학이든, 국어든, 영어든, 어느 학문의, 어떤 지식이든 간에 사고하는 과정을 통해 머리의 능력 자체가 길러진다. 언어능력, 추론능력, 사고능력, 창의력, 암기력 등등, 이런 캐릭터 기본 스탯과도 같은 능력들이 이 때 길러지고, 그것은 후에 살아가며 사고하는데 있어서 깊이를 더해주게 된다.





"에이, 기본 스탯도 적당히만 하면 되지. 그것 때문에 이렇게 고생하고 싶지 않아요. 그리고 공부 못해도, 기술 잘 익히면 돈 많이 벌 수 있잖아요." 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어찌보면 타당한 말이다. 굳이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고 살아도 살아가는데 정말 지장은 없으니까. 그렇다면, 그 학생에게 필자가 묻고 싶다.


"너에게 있어서 성공이란 기준이 무엇이니?" 라고.


우리 모두는 성공의 기준을 잘못 잡고 있다. 그러니 목적없는 마라톤을 하고 있는 셈이다. 무려 20년 넘게.....'돈을 얼마나 버는가'를 절대적 기준으로 잡고 달린다. 본인이 돈을 정말 좋아한다면 그것이 기준이 될 수도 있다. 돈이 통장에 점점 쌓여가는 것을 보면서 그 자체로 기쁘다면, 돈 많이 버는 것이 성공의 기준일 것이다. 하지만 저 질문을 하는 학생들 대부분은 돈을 많이 벌고 싶어하지만, 그것을 성공의 기준으로 지니고 있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돈이란 많으면 많을수록 좋긴 하다. 할 수 있는 것들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할 수 있는 것들이 늘어난다는 것은 곧 행복이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학생들이 원하는 것은 '행복'이다. (다중 선택과 욕망으로 인해 오히려 불행해질 수도 있지만 여기서는 넘어가도록 하자.)


성공의 기준은 행복이 되어야 한다.

성공의 기준이 '돈 버는 정도'가 되니, 공부로 돈을 많이 벌 수 없는 현실 앞에서 학생들은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 의문을 표하게 되는 것이다. 변호사, 의사 등 우리나라에서 돈 많이 벌고, 좋은 직업으로 인식되는 직업들....이 직업이 선망의 대상이 될 수 있을지언정 본인이 정말 하고 싶은 일인지 다시금 생각해봐야 한다. 진정하고 싶다면 미친듯이 공부해야 할 것이고, 본인이 하고 싶은 것이 따로 있다면, 그 길에 맞춰서 공부 테크트리를 쌓아야 한다. 인문학적 사고가 깊을수록 인생의 행복과 즐거움도 달라질거라 필자는 믿는다. 하지만, 그 인문학적 사고 이전에, 본인의 행복이 우선 순위다. 생업이 보장되고, 삶의 기반이 안정되면서 그 토대 위에 인문학적 교육이 동반되어야 한다고 본다.





"공부로 성공할 수도 없는데, 쓸데없는 공부 왜 해야 돼요?"


"공부로 성공을 보장할 수는 없지만, 하지 않았을 때 실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행복을 찾아갈 때, 실패요인을 줄이고 행복요인을 늘리기 위해서다."

"물론, 학생 때의 공부가 본인의 앞날과 행복에 전혀 상관이 없는 요인이라면 굳이 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대체적으로 공부를 통한 사고의 깊이 증진은 인생을 더 풍요롭게 만들어주더라. 공부를 왜 하는지 회의감이 든다면, 본인의 성공 기준, 무엇을 원하는지 진지하게 고찰해보는 것이 우선일 것 같다."


교과서적인 발언에다 첨언한데 지나지 않는 것 같지만, 어쩌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