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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혐오는 존재하는가? 언어의 한계성

어둠속검은고양이 2016. 8. 18. 18:09

필자는 얼마 전에 혐오에 대한 정의, 그리고 문제점에 대해서 글을 쓴 적이 있다.

그 때, 혐오에 대해 정의 내리기가 매우 모호하며, 그로 인해 너무 광범위해져서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식 해석이 되어버린다고 글을 썼다. 그리고 어렴풋하게나마 정의를 내린 적이 있다.


과연, 여성혐오는 존재하는가?


여성혐오라는 단어는 현재 커뮤니티에서 가장 핫한 단어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단어의 정의는 모호하기만 하다. 그럴 수밖에 없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단어의 정의는 분명하지 않으니까....


여섬혐오라는 단어는 사회학자 앨런 G. 존슨(Allan G. Johnson)에 따르면, “여성혐오란 여성을 여성이란 이유로 혐오하는 문화적 태도"이다. 정확하고, 간단하게 정의내려져 있다. 저 정의 자체에서 이해 못할 부분은 보이지 않는 것 같다. 그런데, '문화적 태도'가 문제다. 어떤 행동, 어떤 말을 '문화적 태도'로 보아야 하는가? 애초에 문화라는 것을 정의내릴 수나 있을까? 집단내에서 공유하고 있는 의식이나 행동들...그렇다면 우리는 집단을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보아야 하는가? 2명이면 집단이다. 허나, 2명이서만 공유하고 있는 것을 우리는 문화라고 하지 않는다.   


여성혐오라는 담론이 가장 핫한 이슈임에도 그 담론의 핵심단어가 모호하다면, 그것은 분명히 문제다. 우리는 어렴풋이 여성혐오에 대해 인지를 한다. 있다고도 느낀다. 하지만 그것이 정확히 무엇인가?에 대답할 수는 없다. 구태여 단어 그 자체의 정의문제를 떠나서, 단어가 지적하는 현실적인 부분들이 불분명확하다는데 있다. 원래 현실에 딱딱 맞아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법적 분쟁도 일어나고, 행정적 해석, 예외사항 등이 나타난다. 하지만 그럼에도 현실에서 사용되는 단어들은 어느 정도 범위가 정해져 있기에 현실에 맞춰서 쓰인다. 하지만 여성혐오는 어떤가....동의하는 자, 동의하지 않는 자...그리고 문화적인 태도에서의 그 문화라는 거대한 범위들....어느 누구도 그 여성혐오하는 정의 자체에 대해서 범위화하지 않았다. 정의 내리지 않았다. 어렴풋이 느끼는 것, 그것으로 담론은 진행되었다. 적어도 현재 인터넷 커뮤니티상에서만큼은 말이다.


애초에 고대에서부터 남성 중심으로 이루어진 사회였기에, 여성혐오와 남성혐오라는 단어는 실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남성을 남성이란 이유로 혐오하는 '문화적' 태도는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본 적이 없다고 존재하지 않았다고 보기 보단, 애초에 남성 중심으로 이루어져 온 사회에서는 기반이 남성이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남성혐오라고 지칭하기가 어렵다.' 좁은 의미'의 남성혐오는 있을 수 있겠다. (하지만 '오타쿠'는 '안여돼'라는 편견?을 갖는 것, 덮어놓고 냄새하고 더럽게 생겼을 것 같다고 하는 것들...그런 것은 오타쿠 혐오라고 할 수 있겠고, 그러한 오타쿠 혐오의 이미지를 항상 남성으로 대치시키는 것은 남성혐오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남성혐오도 새로이 생겨나고 있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말 그대로 증오에 가까운 감정들... 여튼 간에, 어디를 여성혐오로 보고, 어디를 풍자로 볼 수 있는가? 예를 들어 힐러리 클린턴이 있어서 그녀를 풍자했다고 했을 때, 누군가가 힐러리 클린턴이 '여자'라서, 그런식으로 희화화한 것이라고, 여성혐오라고 주장한다면 어떤가? 오바마를 풍자한 것은 남성혐오도 아니고, 오바마를 풍자한 것이고, 클린턴은 풍자한 것은 '여성'이기 때문에, 여성혐오인가? 실제로, 마인드C 작가가 크게 곤혹을 치룬 적이 있다. '강남에서 성형한 여성들'을 그림에 그린 적이 있는데, 그로 인해 여성혐오라는 낙인이 찍혔던 것이다. '강남미인'이라는 말에는 여성혐오가 들어 있다. '얼굴을 뜯어 고친' 여성들을 비하하는 단어로서, 희화화하기 위해 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냥 현상 그 자체로만 보면, 요즘 사람들이 성형을 많이 해서, 비슷해 보이는 이들이 많다. 그래서 그것을 풍자했다. 고 본다면? 보편적으로 성형은 여성들이 많이 한다. (이러한 현실의 뒷배경은 씁쓸하긴 하다. 여성들의 외모로 인한 차별이 발생한 이유가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여성들이 보편적으로 많이 하게 된 뒷배경을 떠나서 간에, 여성들이 주된 고객으로서 성형을 많이하는 것은 사실이고, 풍자의 의도를 가지고, 그것을 풍자하는 것이 어째서 풍자가 아닌, 여성혐오로 취급되는 것인가? 마인드C 작가는 아마, 남성들이 주된 고객으로서 형성을 많이 했다면, 또 남성들의 얼굴을 똑같이 그렸을지도 모른다. 작가의 의도는 알 수가 없다. 성형한 '여성'이라서 풍자를 한 것인지, '성형'하는 그 세테를 비판하는데, 공교롭게 '여성'들이 많았던 것인지를.... 이렇듯 불분명하다. 허나, 이 만화의 의도를 짐짓 결론내고서, 여성혐오론자로 몰아가는 것은 문제 아닌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풍자, 혐오 등 사회적 현상을 나타내는데 있어서 모호하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여성혐오라는 담론은 언어에 대해서 따져보고, 공부하고, 충분한 논의가 이루어졌어야 했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일어난 메갈리아의 여성혐오 담론은 그것이 빠졌다. 그들에게 남아 있는 것은 '미러링'일 뿐.... 그들에게 미러링의 정당성은 세상에 만연한 여성혐오를 거부한다는 것 하나다. 세상에 만연한 여성혐오를 거부해야 하는 것은 분명하고, 올바른 일이다. 허나 그 여성혐오가 대체 무엇인가?

 

지금처럼 커뮤니티형 페미니즘은 파급력은 있을지언정, 그뿐이다. 여지껏 주된 담론 바깥에서 열심히 페미니즘을 연구해오신 분들에게 이 파급력은 반갑기도 하겠지만, 결국 독약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모호하고 애매한 여성혐오.

여성혐오는 과연 존재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