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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가 아픈 사회

어둠속검은고양이 2016. 8. 30. 00:14

서로가 아픈 사회


예전에 어떤 프로그램에선가, 어느 책에선가 본 적이 있다.

부부 사이에서 서로가 자신이 힘든 점만 내비치면서 누가누가 더 힘든지 비교하면 싸우기만 하다가 결국 이혼하게 된다고.... 



결혼 생활은 서로가 서로에게 힘들지? 하면서 이해와 위안을 삼아 살아가야 하는 것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이 험난한 세상에서 내가 힘들다는 것을 알아주는 단 한 사람, 그리고 그것을 보듬어 주는 한 사람만 있다면, 우리들의 세상은 좀 더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일 것이다.


고정된 성역할이지만, 아직까지 많은 가정에서, 최소한 우리 부모님 세대에서는 남자가 돈을 벌어오고, 여자가 가사를 돌보는 일이 당연시되어 왔다.


 남자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지옥철에 끼어서 출근을 한다. 지옥철에서의 10분은 마치 1시간마냥 느껴지는데, 이 짓을 매일 아침 1시간동안, 앞으로 평생 10, 20년 동안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끔찍하다. (그 끔찍한 짓도 못하게 되는 순간, '낙오자'가 되는데, 그것은 바로 사회적 죽음이 선고되는 순간과 같다.) 내리는 순간 이미 하루 기력은 다 소모한 것 같다. 가자마자 일을 하다보면, 어느 새 점심이고, 혹여나 직장상사가 같이 밥 먹자고 하면, 점심마저도 업무의 일환으로 바뀐다. 상사가 좋아하는 음식을 먹되, 상사보다 빠르게, 혹은 늦게 먹어서도 안 되고, 적당하게 대화를 주고 받으면서 유난도 한 번 떨어줘야 한다. 점심 같지 않은 점심을 먹고서 일을 한다. 일을 마쳐가는데, 상사사 퇴근 할 기색이 보이지 않으면, 괜시리 눈치보면서 없는 일도 만들어서 하는 척 한다. 대부분은 퇴근 직전까지도 해야 할 일이 있다는 것이 문제지만서도.... 모처럼 퇴근하려는데, 상사가 일을 시킨다. 내일까지 부탁한다고... 그럼 야근, 혹은 재택근무는 덤으로 해야 한다. 혹은 제 시간에 끝나더라도, 그 끔찍한 지옥철을 또 끼어서 한 시간 가량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기운이 쫙 빠진다. 저녁 늦게라도 도착하면, 아이들은 벌써 자고 있다. 차라리 자고 있는 게 나을 지도 모른다. 온 몸에 힘이 쫙 빠졌는데, 아이들이 놀아달라고 하면 어쩌나.....'엄마한테 가서 놀아달라고 해.' 라는 말이 자동으로 나온다.


 여자들도 할 말은 많다. 위 처럼 회사 생활은 말할 것도 없고, 한 달에 한 번씩 오는 그 격통은 매번 겪는 거라, 익숙해질만도 하건만 도저히 익숙해지지 않고, 매번 엿같다. 거기다가 은근슬쩍 성희롱은 덤이다. 나이 많이 쳐 먹은 상사가 술은 여자가 따라줘야 한다는 말도 엿같다. 그러한 말이 잘못되었다는 것도 알고, 인식이 바뀌어 간다지만, 그런 미친놈들은 왜 항상 내 회사에 남아있을까 싶기도 하다. 그런 말을 하지 않더라도, 알게 모르게 그런 분위기가 있다. 직장 상사 옆에 자연스레 여성직원 앉히는 거....상사 술은 당연히 옆사람인 여자가 따르게 된다. 직장 내에 성희롱도 엿같지만, 일상에서 마주치는 성희롱, 성추행도 참으로 개같다. 지하철에서 은근슬쩍 만지는 놈, 눈으로 훔쳐보는 놈, 찍는 놈.... 생각같아선 하이힐로 대가리를 찍어버리고 싶다. 매번 회사에 나갈 때, 그놈의 화장도 한번쯤은 안하고, 좀 편하게 나가고 싶은데, 화장 안하고 나오면 주변에서 지랄지랄들 한다. 니들 보여주려고 한 화장도 아닌데, 왜 니들이 지랄하세요? 내 얼굴인데.


 사실, 위 이야기는 '남자'뿐 만이 아니라, 대한민국 모든 직장인들의 자화상이다. 여직원들도 똑같은 고통을 당한다. 여튼 간에, 직장인 남자들은 자신의 삶의 낙은 어딨을까? 하고 하소연 한다.


 가사일을 하는 여자들은 죽을 맛이다. 여자도 남자와 똑같이 집에서 해주는 밥 쳐먹고, 라면에 치킨 쳐먹고 자랐다. 요리라고는 엄마의 등짝 스매싱에 두어번 해본 게 다이다. 그런데 남자들은 마치 여자들은 손과 뇌에 자동요리기능센서를 달고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거....레시피보면서 결혼한다고 하니까 부랴부랴 익힌거다. 임신은 또 어떻고, 대학생 된 뒤로 전공책도 사물함에 다 놔두고 다녔는데, 이제와서 전공책 5개를 허리에 이고 다니라고 한다. 허리 근력이 이렇게나 튼튼했는지 본인도 몰랐다. 게다가 입덧과 감정기복은 왜 이러는지...내 마음이 내마음 같지가 않다. 육아? 결혼이 처음인데, 육아는 어디서 해봤껬나. 애가 우는데, 아파서 우는지, 배고파서 우는지, 똥 싸서 우는지 어떻게 아는가. 이거보고 저거보고, 엄마한테 전화해보고 나서야 하나씩 하나씩 알아간다. 머리채를 쥐어 뜯으면서 아이를 보살피면서, 청소도 해야 하고, 빨래도 해야 하고, 남편이 오면 밥도 차려줘야 한다. 주말에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고 싶지만, 장도 봐야 하고, 혹여나 빠진 집안일이 있으면 처리해야 한다. 요리나 경조사 챙기는 것은 덤이다. 대학생 때, 애들이랑 생일파티도 하고, 연애도 하고, 연극이나 영화도 보고, 가끔 해외여행도 깄는데... 도대체 나 왜 결혼했니?


[.........사담을 하자면, 현재 높으신 분들이 아침 출퇴근시간의 지하철을, 버스를 타보았을까? 지각할까봐 도저히 안 들어가지는 지하철 칸에 어떡해서든 자신을 구겨넣고, 또 그런 사람들을 보면서, '그래, 너도 나와 같구나. 내 발을 밞더라도 이해한다. 나도 언젠가 너의 발을 밣을 수도 있겠지. 힘내자. 우리'라고 생각해본 적이 있을까? 아침에 진 다 빠진 채로, 일하다가, 돈 몇 푼 아끼겠다고, 편의점 도시락 먹고, 또 그 지옥철을, 버스를 타고 집으로 들어가 본 이들이 있을까? 버스비 얼만지 아세요? 70원인가? 한 끼 식사하려면 3만원 이상은 되어야 하는데? ...............]


 여기에 회사를 다니시는 여성분들은 회사일이 합쳐진거라 보시면 될 거 같다. 물론 그 사이사이 집안일에 대해서 남편분들이 많이 도와주시는 경우도 있고, 없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일반적인 경우라 감히 말씀드리기 그렇지만, 필자가 생각해보는 일반적인 경우를 써놓았다. 


 서로가 힘들다.

 서로가 힘든 사회다. 대한민국에서 아버지, 어머니로 살아간다는 것은 이렇게도 힘들다. 차라리 이럴 바엔 결혼하지 않고 살걸...아니면, 결혼하더라도 애는 갖지 말자 라는 결심을 하게 된다. (그런데, 아이라고 편할까? 우리도 어릴 때부터 공부 다 뭐다 해서 유치원 때부터 고3때까지 미친듯이 20년간 공부로 점철되어 살아간다.) 이렇게 서로가 아픈데, 우리는 대체 무엇을 위해서 살아가는 것일까.....각자의 힘든 삶에 지쳐서, 우리는 서로를 고통과 피로를 바라볼 수가 없다. '아내도 피곤하겠지....근데 나도 피곤해.' '남편도 피곤하겠지...근데 나도 지친다.'.....서로가 지치거나 아플 때, 서로를 보아야 함에도, 오히려 그 상화에서 내 입장에 가려져 상대는 보이지 않게 된다. 서로 아프다고 싸우게 된다. 왜 이런 삶을 살게 되었을까? 무엇이....


필자는 경제가 답이라고 생각한다.

IMF 이후 우리의 삶은 완전히 뒤틀려버렸다. 안정된 직장은 없다. 월급 인상도 없다. 먹고 살기 위해서 아버지 뿐만 아니라, 어머니도 생활 전선에 뛰어 들어야 한다. 물가를 매번 오른다. 건물값도 오르고, 교육비도 오르고, 생활물가도 오르고, 다 오르는데, 월급만이 오르지 않는다. 이제 자기 한 몸 건사하기 바쁘다. 자식들이 부모님을 봉양하던 시대는 끝났다. 자신에게 등록금, 결혼자금까지 다 퍼주셨던 부모님 세대는 이제 자신들 스스로 노후 대책을 찾아나서야 한다. 



대한민국은 과도기다.


가부장제 과도기....

이 과도기 사이에 끼어버린 부모님 세대와 현 20,30대 사람들만 안타까울 뿐이다. 부모님 세대까지는 부모가 자식들을 초, 중학교까지 보내고 여력이 되면 고등학교, 대학교를 보냈다. 그리고 우리 부모님세대는 그 빛나는 졸업장으로 모든 것을 보상받고, 부모님을 봉양했다. 아래로는 자식을 먹여 살리고, 위로는 부모님을 봉양했다.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이 가능했다. 그러나, 이제 와서는 모든 것이 무너졌다. 자신들의 자식들은 취직하기도 힘들고, 취직해도 제대로된 월급을 받지 못해서, 자신의 몸 하나 건사하기 바쁘다. 자신들이 벌어놓은 돈 대부분은 봉양과, 자식들의 교육비, 결혼비로 써버렸다. 운 좋은 사람은 빌딩 한 채, 집 한 채라도 있다. 우리 세대들은 그 집 한 채, 방 한 칸 마련하기 힘들어서 비명을 지르고 있다. 지금 20, 30대는 여자, 남자 할 것 없이 힘들다. 너나 할 것 없이 힘들다.


 가부장제 영향은 여전히 남아서, 부모님 세대에서는 남성들이 권리를 누렸고, 여전히 권위도 살아있다. 물론 황혼이혼 당하는 추세이긴 하지만서도......현재 20, 30대들은 어떨까? 옛날과 같은 가부장제는 사라져가고 있다. 하지만 어느 세대보다도 가부장제로 인한 고통을 받고 있다. 그것이 남성이든, 여성이든.


 여성은 아직까지 가부장제에 사로잡힌 늙다리의 성희롱, 자신과 맞지 않는 사회의 군대문화 때문에 고생이고, 남성은 가부장제에서 요구되는 남성적 책임 때문에 고생이다. 서로 할 말이 많다.


 가부장제에서 여성들은 그 줮같은 여성혐오 때문에 여전히 고통받고 있고, 남성들은 그 줮같은 군대에다가, 남자가 집 장만, 남자는 능력이라는 사회적 인식에 부응하지 못해서 끝없는 좌절감을 맛보고 있다. 당장 사회에 나가면, 내 월급은 많아봐야 250이다. 여자들도 똑같이 받는다. 그렇게 사회적 책무는 남자의 몫이다. 연애에 있어서 돈 쓰는 것은 여전히 남자의 몫이다. 여자분들은 이에 동의하지 않으실 수 있지만서도, 남자들 스스로, '남자새끼가 쪼잔하게' , '그래도 남자가 좀 더 내야지, 남자가 좀 더 사야지.' 라는 생각들........그러나 아버지와 같은 '남성적' 지위와 권위는 사라져 버린지 오래다. 요컨대, 가부장제에서 얻었던 이익은 사라져 가는데, 의무는 여전히 남아있는 상황이다. 남자들도 가부장제가 잘못되었다는 것도 알고,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것도 안다. 근데 현실이 줮같다. 2년간 줮빠지게 군대갔다와서 다시 학점 관리할 동안에 여자들은? 알바를 해서 모은 돈으로 해외여행갔다 오거나, 경력을 쌓거나, 학점관리를 한다. 근데, 군 가산점제도 폐지해달란다. 차별이라고....(물론, 모든 여성이 다 알바해서 여행가고 한다는 것은 아니다. '일반적'인 부분을 놓고 남자와 동일선상에서 놓고 봤을 때를 말하는 것이다.) 20, 30대 남성들이 억울하지 않겠나? 그들에게 있어서, 여혐이란 도대체 뭔지도 모르겠다. 성희롱은 어찌보면 성적 본능과 연결이 되어 있는데, '개인 사석에서의 음담패설'도 문제라고 틀어막고,(-성희롱은 문제이자 범죄입니다.) 직장내에서 여성들의 고충을 모른 채 했다고 여혐론자가 되어 있고, 나도 취직하기 힘든데, 여성할당제 해달라고 하고, 출퇴근 모두가 힘든데, 여성전용칸 만들어 달라고 하고, 여성전용 주차구역 만들어 달라고 하고, 여성전용 좌석 만들어 달라고 하니, 어찌 줮같지 않을까? 당장 나도 취직하기도 힘들고, 피곤하고, 앉아서 쉬고 싶은데.....막말로, 남자들이 꿀 빤 것은 아무리 봐도 부모님 세대인 것 같은데, 여성할당제를 이제와 만들면서, 남자들은 방관자니까 모두 여혐론자라고 낙인 찍히는 것이 엿같을 것이다.


 여자들에게 있어서도 가부장적 잔재가 여전히 남아서 자신들을 괴롭힌다. 조리돌림 당하는 것도 개같고, 성희롱도 늘 일상으로 벌어지는 일이고, 여자는 크리스마스 케익이라는 망발따위를 들어야 하고, 면접볼 때 외모를 많이 보기 때문에 빡세게 관리해야 하고,(남자도 요샌 관리해야 합니다! 라고 반박할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나이 때문에 취직이 불리해지는 것은 여자들이 훨씬 짧고.....거기다가 요새 세상이 이렇게 뒤숭숭해져서 불안에 살아야 하는데, 왜 해결하려고 들지 않지? 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또 어머니가 고생하면서 살아온 모습을 보면, 내 미래가 똑같이 저럴 거 같고..... 결혼하면 회사에서 퇴사의 압력을 받는다는 현실이 참으로 엿같을 것이다.


 결론은 모두가 힘들고 아픈 사회다.

 이 아픈 사회 누가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 필자는 단언하건대, 탐욕스러운 자들과 투기세력에 의한 빈부격차 때문이라고 말할 것이다. 이들은 개인의 재산이 늘어나는 것만 중요하지 사회가 어떻든, 젊은이가 고통을 받듣 어쩌든 상관없다. 오히려 빈부격차가 커질수록 좋다. 자발적인 노예들은 늘어날 것이고, 자신들에게 조아릴 테니까...그리고 그들은 돈의 힘으로 그들 위에서 군림할 테니까. 그들은 막강한 돈의 힘으로 법조차도 초월하고 있다.


 서로가 아픈 사회에서 아프다고 나 좀 알아봐 달라고 징징거리는 것은 소용이 없다. 아니, 알아달라고 피력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도 있을 지언정, 성별프레임으로 끌고 가서, 강자와 약자로 나누어 놓고서, 한쪽을 한쪽이 당해보라는 식으로 때리는 것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남자가 성희롱을 했다. 그런 놈은 법적 처벌을 해야 한다. 법적 처벌이 온당치 못하다면, 그 법을 바꿔야 한다. 그런식으로 제도를 바꾸고, 문화를 바꾸어 나가야 한다. 똑같이 남자를 성희롱할 것이 아니라. 현재 20, 30대를 향해 당한만큼 똑같이 해준다면서 휘두르는 폭력은 결국 위에 반항하기 어려우니 만만한 놈들을 붙잡고 늘어지자는, 수평폭력에 불과할 뿐이다. 방관햇다면서 공격하는 남성들은 가분장제에서 충분히 신음하고 있는 환자들이다. 약하디 약한 이들이 쳐 맞고서, 진심으로 공감해서 같이 시위해줌으로써 상위에 있는 남성들을 바꿔주길 바라는가? 성인 군자도 그렇게는 못할 것이다. 안 그래도 가만히 서 있지도 못할 환자들[남자들]을 때리면서, 상위에서 군림하는 진정한 권력자들[남자들] 같이 잡아달라고 하는가.


 모두가 아프다. 모두가 아프니까, 서로 이해하고 보듬으려는 마음으로 연대해야 한다. 그래야 앞날이 좀 더 편해지지 않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