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는 시간이 남아돌아 행동을 통해 온갖 정책적 분탕을 치지만 정작 살기 바쁜 시민들은 시간이 없어 중요한 정책에서 밀려난다. 고대 그리스가 직접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노예가 온갖 업무를 맡았다는 것이다. 원래 토론이니 정책 결정이니 그 고상한 일들은 언변과 글이 쓰여진 서류가 있어야 가능하다. 노예제가 사라지고 만민이 평등하게 된, 모두가 유권자인, 현대 사회에 들어 민주주의는 과연 잘 흘러가고 있을까. 백수든 시민이든 똑같은 사람이라는 점에서 민주주의의 원칙이 지켜져야 하는 것은 맞으나, 이것들이 사회적 비용과 혼란만 가중시키고 민의가 왜곡된다는 점에서 참으로 역설적인 비극이구나 싶다. (물론 백수의 의견도 하나의 민의다. 허나 경제적 상황으로 인한 시민과 백수의 정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