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25년 첫 편지

어둠속검은고양이 2025. 1. 6. 02:43

자정이 지나고 늦은 이 밤, 이제야 키보드를 두드립니다.

25년 새 해 첫 편지네요. 첫 주이기도 하구요. 새해 일출은 챙겨 보셨는지요. 전 특별히 따로 챙겨보진 않았습니다. 회사를 다니기 시작한 후로 회사에서 새해맞이 기념 행사로 1월 2일 새벽 등산을 했기에 그걸로 대체했는데. 올해는 행사가 취소됐습니다. 그 이유는 아시다시피. 새해맞이 일출를 본다고 해서 회사가 특별히 늦게 연다거나 쉰다거나 그런 건 아니라 직원들은 오히려 좋아했습니다. 이런 소소한 기념일을 챙기는 것도 좋겠지만, 다들 기념을 챙기는 것보단 쉬는게 더 좋은 나이가 되어 버린 지라.

연말도 안타까운 소식으로 마무리 되어 버리고, 새해 첫 날도 안타까운 소식으로 시작되네요. 이런 상황에선 말을 아끼는 것이 좋을 것 같기도 하고, 새해부터 약간의 게으름이 더해져 글쓰는 걸 미루게 되네요. 그래도 방 청소도 다시 하고, 구매해놨던 것들을 새로이 정리하기도 하면서 나름대로 새해를 맞이하고 있답니다. 차량 관리 및 세차, 그리고 엔진 오일도 새로 교체하면서요. 물건을 소유한다는 건 그것을 관리할 의무도 가지게 된다는 뜻이지요. 그래서 저는 물건이 많아지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 깔끔한게 보기에도, 정신적으로도 편하잖아요.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것들에 제가 원하는 약간의 인테리어만 있으면 되지요. 그 이상은 그저 쓰고 정리해버릴 수 있도록 살아갈 뿐. 하지만 살아가기 위해 현실은 그렇지 아니하니, 제 삶의 스타일을 정립하는 건 천천히 이루어야 할 듯 싶습니다.

살아가고 쉬길 반복하다보니 삶이 다시금 루즈해집니다. 이것저것 해야 겠다고 생각했던 것들은 어느 새 밀려나 있고, 그저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지요. 어느 순간부터 발전하려는 의지조차 사라져 버린 듯 합니다. 일을 마치고, 남는 시간은 쉬는데 급급할 뿐이죠. 얼마 전부터 보고 있다던 미스터 션샤인은 다 봤답니다. TV나 유튜브완 담을 쌓고 지냈는데, 담을 쌓고 지낸다고 특별히 더 알차게 보내는 것도 아니고, 이런 저런 재미를 느끼는 것도, 대중적인 걸 따라가는 것도 중요한 것 같아요. 그러기엔 너무나도 오래된 드라마지만요. 이젠 오징어 게임 시즌2를 보고 있어요. 생각없이 유행에 휩쓸리는 건 좋지 않는 듯하지만, 자발적으로 유행을 즐기는 것도 중요한 듯합니다. 공감이란, 사회성이란, 같은 걸 보고, 같은 걸 듣고, 같은 걸 느끼는 것에서 출발하니까요. 그리고 그것들이 즐거움을 가져다 준다면 그것을 있는 그대로 즐기는 것 또한 좋지 아니한지요. 행복은 멀리 있는 게 아니니까요. 일상 생활에 숨겨져 있을 뿐.

오래 전 언급한 '미래의 골동품 가게'라는 웹툰이 있어요. 어릴 적부터 퇴마, 초자연적인, 이런 소재들을 좋아했기에 보게 된 웹툰이기도 하지만, 작가의 치밀한 조사와 넓은 식견, 뛰어난 스토리텔링으로 저의 최애 웹툰이 된 웹툰이기도 합니다. (부디 작가님께서 건강히 웹툰을 끝까지 마치시길 바라요. 책도 구매했답니다.) 이번에 공개된 205화에 달린 각주는 꽤 읽어볼만한 생각들 입니다. 그 각주에서 작가는 습관과 깨어있음, 그리고 명상과 도파민에 대해 개인의 생각을 다룹니다. 불교를 가져와 본인의 경험과 더불어 일상 생활에서의 깨어있음을 설명해요. 그 각주를 읽어가며 저는 제가 오래 전에 썼던 생의 감각이라는 글을 떠올렸습니다. 그리고 '살아가는 편지'에 썼던 것처럼 지극히 자연스럽게 행하는 행동들을 의식해 보며 살아가지는게 아니라 살아가자고 했던 글귀도 떠올렸지요. 당연시는 삶을 고착시켜요. 반복되게 만들고, 루즈하게 만들고, 타성적으로 만들어 버리지요. 그래서 우리네 일상 생활을 감춰버립니다. 그리고 행복 또한 감춰버리지요. 우린 감춰진 일상을, 그 안에 숨겨진 행복들을 스스로 깨어있음으로서 찾아내야 해요. 감각을 되찾고, 일상에 정성을 기울이고, 자동화가 아닌, 스스로의 선택으로서 일상을 영위해야만 해요. 그건 삶을 매우 피곤하게 만들거에요. 그 각주에서도 말했듯이, 하나하나에 심신을 집중하다보면 쉽게 지쳐버릴 거거든요. 할 일이 태산인 현대 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해 자동화된 모델을 어디까지 수용하냐의 문제겠지요. 그래도 생각없이 활동하기보단 생각 후 선택으로 활동하는 내가 되길 바라봅니다.

생각하고, 감각을 인지하고, 선택하여 행동할 것.
그리고 행동에는 책임이 반드시 뒤따라온다는 걸 명심할 것.

매번 해왔던 말이긴 하지만, 살아가지는 내가 아닌, 살아가는 내가 되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합니다.

p.s
올해는 푸른 뱀 띠네요. 저의 해이기도 합니다. 올해는 좋은 인연이나 좋은 일이 생기길 바래봅니다.

p.s2
새해 목표는 세우셨나요. 매번 어영부영 됐지만, 올해 저의 목표는 역시나 다이어트 및 생활 습관 개선입니다. 식습관, 운동습관, 규칙적인 생활, 뭐 그런 것들 말이지요. 이미 늦은 이밤 이 편지를 쓰고 있다는 점에서 규칙적인 생활은 한번 어그러진 것 같네요. 그 외 세세한 것들도 있지만, 그건 차차 개선하면서 버킷리스트와 함께 언급할까 합니다. 목표를 세우고 구체적인 계획을 작성하여 실행해야지요.

또 편지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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