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금없지만 나는 사랑하는 것을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정확히 말해, 서로가 서로를 사랑해서 연인이 되기까지를.
내가 너를 사랑하고, 당신이 나를 사랑하는 것.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의, 현재의, 마음.
그렇기에 사랑은 타이밍이라고들 말한다.
지금 이 순간에 당신이 없었더라면, 혹은 내가 그 때 그곳을 지나지 않았더라면, 우리 둘은 만나지 못했을 것이고, 이렇듯 사랑하는 사이가 될 수 없었을 것이다. 그 시간대에, 그 사람과, 나라는 존재가 마주쳐야 시작되는 것이 사랑인 것이다. 그리고 그 마주침의 순간은 그 사람이라는 존재와 나라는 존재의 탄생에서부터 쭉 쌓여온 것이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그 순간 나나 상대방에게 연인이 있다면?
......
최근에 남자 후배 연애를 상담해주었다.
흔하디 흔한 연애의 이야기다.
전에 여기 글로 적었던, 친구 연애 상담해주는 것과 같은 상황인데, 입장이 바뀌었다는 점이 달랐다. 친구는 여친이 있는데, 썸녀가 생겨서 고민이었고, 이 친구는 남친이 있는 여자애의 썸남이 되어 버린 상황이었다. 기분이 묘했다.
같은 연애 상황에서의 이런 입장, 저런 입장......연애의 관계가 다 그렇지만서도.
A군이 B양을 좋아하게 됐다. 하지만 B양도 A군이 싫지만은 않았던 모양이다. 둘이 밥도 먹고, 까페가서 이야기도 하고, A군이 넌지시 B양에게 마음을 표현하면서 만나자고 선톡을 했는데, B양이 거절했더란다. 하지만 B양이 만나자고 다시 연락이 왔고, 둘은 만나게 됐다. A군이 B양에게 남자친구 있냐고 물었다. 여기까지 딱 3일 걸렸단다.
B양이 남자친구 C군이 있단다. 그리고 그는 지금 군대에 있다고 했다. 거기다가 그 B양이 이 A군이 마음에 들기 시작했다고, 머리가 복잡하다고,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다고 슬쩍 물어보더랜다.
A군은 죽일놈인가?
군인에게서 여친을 뺏은 놈인가?
나의 대답은 아니다.
법에서 행위에 대해 판단할 때, '그 사람이 의도를 가지고 있었는가'는 중요한 쟁점이 된다. 여러가지 조사를 통해 의도가 있었다고 추정하는 식이지만.
안타깝게도 타이밍이 안 맞았을 뿐이었다.
A군이 좋아하게 된 B양이 공교롭게 군인 남자친구가 있었을뿐...
A군은 엄청나게 갈등했다.
B양이 마음에 드는데, 남자친구 있다는데, 더구나 군인이라는데, 도의적으로 이건 아닌거 같고, 근데 B양은 A군에게 호감을 표하며, 어떻게 해야 할 지 고민이라고 말하는 상황이었다.
이 경우는 비교적 명확했다.
A군에게 말했다.
"너, 이 상황에서 여자보고 헤어지라고 말하면 쓰레기 되는 거다. 말 그대로 군인에게서 여자친구 뺏은 놈이 되는 거지."
"딱 보니까, 여자가 너가 마음에 드는데, 괜히 남자친구 버리는 나쁜 여자가 되기 싫으니까, 너에게 공을 떠넘긴거네. 확신함과 죄책감을 대신 받아줄 방패가 필요하다는 거지. 네가 여자보고 좋아한다고 다시 한번 고백하면서 헤어지라고 하면, 여자는 분명히 헤어질 걸."
"하지만, 그럼 넌 쓰레기고. 네가 썸을 탔을 땐, C군이 있는지 몰랐으니까. 그럴 수도 있어. 남자친구 있다는 소리 들은 순간부터 작업하지는 않았으니까. 아직까진 문제가 없어. 쓰레기가 아니지. 사실, 가장 좋은 해결책은 그냥 니가 마음을 접는거야. 그게 뒤탈이 없고 가장 깔끔해."
하지만 A군은 쉽사리 포기할 수 없었나보다. 고민하면서 죄책감에 시달렸고, 내가 밀어주길 바랬나보다. 연애에 대한 원론적인 이야기를 해주며 다독였다.
"연애는 현재 마음이 중요한 거 아니겠냐? 현재 누구를 가장 사랑하는지. 남자친구가 군인이건 누구건 그건 신경쓸 바가 못 돼. 어차피 남자친구 입장에서는 여자친구를 뺏어간 놈이고, 죽일 놈이거든. 양다리는 문제지만, 그 B양이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나서, 너와 사귀는 거라면 최소한 문제는 없다. 찝찝함은 있겠지만서도. 모든 연애는 그래. 현재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하고 연애를 하고, 사랑이 떠나면 헤어지는거지. 자연스러운 과정 중 하나지."
해결책도 비스무리하게 던져줬다.
"그리고, 그 헤어짐을 하는데 주저하고 있지. 그래서 너에게 공을 넘겼지. 너가 확신만 준다면, B양은 C군을 버릴 거야. 너가 좋아한다고 분명하게 말해준다면 말이야. 그나마 내가 최선으로 답변해 줄 수 있는 건, 너는 이 일을 끼어드는 것은 조금 아닌 것 같다고, B양이 직접 선택하라고, 너의 선택이 어떤 것이든 존중하겠다고 말하면서 공을 다시 여자에게 넘기는 것이야."
나는 이 답변이 A군의 욕망을 충족시키면서, 죄책감을 받지 않는 길일 것이다고 생각하면서도, 사실 이 답변은 결국 B양이 '현재, 자주 만날 수 있는' A군을 좋아하는 상황이니까, C군을 버리라는 암묵적인 느낌이 들어있는 답변이라고 생각했다. 씁쓸했다.
결국 내가 등떠밀어버린 상황인가?
선택권을 B양에게 줬다는 점에서, B양이 C군을 택할 여지도 만들어줬으니까, 나름 최선의 답변이었다고 생각해보기도 한다.
둘은 어떻게 되었을까?
이 글을 써보며 생각한다.
썸남 썸녀라는 단어가 참으로 애매모호하다. 연인이 있는데, 다른 연인을 사귀는거면 바람이 맞다. 하지만 썸남, 썸녀의 관계는 분명히 '사귀는 단계'는 아니다. 하지만 마음은 어느 정도 확인한 단계다. 바람일까? 한순간의 흔들림일뿐, 바람까진 아닐까?
아마 받아들이는 사람마다 다를 거라 생각한다.
부디 여자분께서 빠른 결정을 내리셔서 어느 쪽으로든 둘의 사이가 잘 갈무리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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