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보존실/떠오르는

함께 잠드는 상상을 하곤 했다.

어둠속검은고양이 2019. 2. 8. 12:49

외로움에 관한 글을 한편 쓰고 싶었다.

그러나 시간부족을 이유로 차일피일 미루었더니 그 때의 감각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다.

감정과 생각은 떠오르는 즉시 옮겨야지 놔두면 퇴색되는 법이다.


-

현재가 외로울 때면, 과거의 인물들을 하나씩 떠올리고선, 당신을 떠올리는 것이다.

그리고 '그 때 손을 잡았더라면, 그 때 연락했더라면 -' 따위의 가정을 덧붙여 보는 것이다.


하지만 이 생각은 이미 지나가버린 과거라는 점에서 쓸데없는 가정이고, 내 외로움에서 비롯된 생각이라는 점에서 참으로 이기적인 생각이며, 외로움을 달래는 망상이라는 점에서 어리광인 셈이다.


그리고 찌질하게도 나 없는 당신 어찌 지낼지 궁금해하며, 오만하게도 걱정도 해보는 것이다. 멘탈이 여린 당신이었지만, 어찌됐든 나보다 잘 살아왔고, 잘 살아갈 사람이었으니까. 나 없으면 당신은 어찌 지낼까 하는 마음이었으나, 사실 그건 당신이 아니라 나였다. 나도 여지껏 잘 지내왔고, 앞으로도 잘 살겠지만, 이렇듯 외로워질 때면 당신을 간혹 꺼내본다. 이런 저런 가정을 덧붙이고 나서야 당신과 잘 됐을지도 모를 미래에서 함께 잠드는 모습을 상상해보곤 했다. 난 당신과 함께 잠들고 싶었다. 조곤조곤 이야기 나누다 하나둘 잠들고, 문득 눈을 떴을 때 곤히 잠든 당신이 있는, 그런 평화로움과 고요함을 원했다.


이윽코 현실로 돌아온다.

이미 당신과 멀어져버린 것이 현실이고, 내 한 몸 건사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나도 열심히 살테니, 당신도 행복하게 잘 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