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분명히 부모님으로부터 세상은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것을 배웠고, 돈은 여러 수단 중 하나에 불과할 뿐이며, 돈보다 더 중요한 것들을, 돈 이외의 가치 있는 것들이 있다는 것을 믿으며 자랐다. 그러나 현실을 살다보면 돈이 항상 먼저였고, 돈보다 중요한 것은 없어 보인다.
나의 내면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돈, 명예, 권력 중에서 명예를 가장 우선시하는 내가 있다. 난 명예를 좋아한다. 사회로부터, 타인으로부터 인정받길 바라며, 어떤 고귀한, 명예로운 내가 되길 바란다. 그것은 타인과 사회의 시선을 신경쓴다는 점에서 어찌보면 타존감일 수도 있지만, 그것을 알고도 선택한 것은 나 자신이며, 그것을 선호하는 것이 바로 나다.
어쩌면 내가 원하는 명예로움이 나의 내면에 뿌리깊게 박힌, 학습된 - 내면화된 도덕적 가치들에 의한 것일지라도, 나는 그러한 사회적, 도덕적 가치를 추구하고, 욕망한다. 명예롭게 되기를 바란다. 그러나 아쉽게도 나는 그러한 명예를 거머쥔 적이 없으니, 과연 내가 원하는 명예로움이 진정 원하던 것이었는가는 아직 알 수는 없다. 우리는 늘 도달하지 않은, 갖지 못한 것을 원하고, 도달한 뒤에서야 원했던 것인지 확인할 수 있을 뿐이다.
내가 추구하는 것과는 별개로, 현실을 보자면 돈보다 중요한 것은 없어 보인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장 직접적이고, 영향력 있는 것은 돈이다. 돈은 생계를 책임져주고, 영향력도 끼칠 수 있으며, 사회적 인정도 받을 수 있다. 그래서일까. 권력도 돈을 벌기 위한 수단에 가까워져 갈 뿐이고, 명예는 이미 버려진 가치에 가깝다. 돈을 위해서라면 명예따윈 버리는 것은 예사다. 어차피 가십거리로 잊혀질 것이고, 돈은 내 수중에 남으니까.
( 명예가 타자의 인정을 가져온다는 점에 유일하게 사회적 가치로 남아있을 수 있는 법인데, 타자의 인정은 수 많은 가십거리 중 하나로서 휘발되어 버릴 뿐이다. 결국 대한민국에서 명예는 다른 것들의 뒤에 따라 붙는 보조적인 사회적 가치로 남아있을 수 밖에 없다. 스스로를 추구하는 명예로움도 있으나, 그것은 자존감과 자존심으로 남아있을 뿐, 사회적 가치는 거의 없다.)
현실은 돈이 다가 아니지만, 돈이 있어야 사람으로서 현실을 살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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