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풍요로운 시대에 유효수요는 어렵다

어둠속검은고양이 2021. 6. 28. 23:20

필요없는 물건이 넘쳐나는 시대에 유효수요를 만들어낸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며칠 전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전바구니를 팔고 있었다. 필자의 집에도 전바구니를 팔기 위해 찾아왔으나, 필자는 전바구니가 필요없었기에 그는 별다른 소득없이 돌아갔다. 그는 대다수의 다른 집에서도 전바구니를 팔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비록 오전이었으나 이 더운 여름날 전바구니를 팔기 위해 집집마다 돌아다니는데 별다른 소득이 없는 모습을 보니 씁쓸했다. 세상사, 노력과 보상이 공평하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지만서도... 어떤 상황이든, 어떤 것이든, 노력하지만 그에 대한 보답이 없는 모습을 보면 언제나 씁쓸하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전바구니는 이젠 옛날과는 달리 잘 쓰이지 않는 물건이다. 가끔씩 전부치거나 할 때 쓰는 물건인데, 전 부칠 일이 일년에 몇이나 되는가. 무언가 말릴 때도 쓰곤 하지만 요즘은 건조기라는 전자제품이 있어서 훨씬 편하다. 또한 전바구니는 용도에 맞게끔만 쓰면 거의 반영구적으로 쓸 수 있는 물건이기도 하다. 전바구니가 필요한 대부분의 집에는 이미 전바구니가 갖추어져 있어서 구매할 필요가 없고, 새로운 가정집들은 이젠 잘 쓰지 않아서 굳이 구매하지 않는다. 유효수요가 잘 일어나지 않는 것이다.

이는 비단 전바구니뿐만이 아니다.
소프트웨어의 발전에 따라 주기적으로 업그레이드가 필요한 컴퓨터나 휴대폰, 혹은 소모품을 제외한 가전제품 대부분이 그렇다. 대부분의 가전제품들은 한번 사면 상당히 오랫동안 쓸 수있다. 그만큼 가격이 비싸지만서도. 특출나진 않지만, 그럭저럭 무난하게 쓸만한 가전제품들은 이미 대다수의 가정집에서 쓰고 있다. 그렇기에 기업들은 가전제품을 팔기 위해 다양한 마케팅을 펼치고, 비싼 돈을 써가며 연예인들은 고용해 광고를 한다. 욕망을 자극하여 유효수요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혹은 제품의 수명을 의도적으로 약화시키기도 한다.

예쁜 쓰레기라는 말처럼 필요없는 물건이 넘쳐나는 풍요로운 시대에 유효수요를 만들어낸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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