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가을 성큼 다가온 걸 느껴요.
여전히 덥긴 하지만, 그렇게 덥진 않아요. 충분히 견딜만해요. 초저녁이 될 때쯤엔 선선해지는 것 같기도 하구요.
혹시 하늘이시여 라는 드라마를 아시나요?
05년도쯤에 방영한 드라마인데, 그때 드라마에서 봤던 한 장면이 깊게 뇌리에 박혀 있어요. 구왕모(이태곤)가 이자경(윤정희)의 발을 씻겨 주는 장면이죠. 이번에 글을 쓰면서 잠깐 찾아봤는데 나오지 않네요. 그 때 그 모습을 보면서 나도 인연이 생긴다면 저렇게 존중한다는 것을 표현해야겠다고 생각했죠. 지금도 이 생각은 변함 없어요.
사람의 신체 중에서 발은 가장 밑에 있으면서 우리 신체의 모든 걸 지탱해줘요. 그래서 가장 고생하는 부위이면서도 땅을 접하고 있다는 이유로 더럽다고 여겨지는 부위지요. 그렇기에 상대방의 그런 발을 직접 씻겨주는 세족식은 상대에 대한 존경과 사랑, 그리고 자신의 겸손을 나타낸다고 하지요.
그런 의미에서 낯부끄럽지만 세족식을 한번 해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 자신도 평소에 보지 않았던 발을, 상대방의 발을 씻겨주면서 그 사람이 얼마나 고생했는지 생각해보고 또 존중해주고 위로해주는 거지요. 그런 지극한 마음이 유대감과 사랑을 가져올 테지요.
이번 글에서 또 한 가지 이야기 드리자면, 100문 100답이라는 걸 해보고 싶어요. 무슨 애도 아니고 100문 100답이냐고 할 지도 몰라요. 유치해보이잖아요? 근데 이거 생각만큼 쉽지 않아요. 그리고 의외로 상대방에 대해서, 나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시간이 돼요. 상대에 대해서, 나에 대해서 100가지 질문을 만든다는 것이 그만큼 관심과 호기심을 가져야만 가능한 것이거든요. 이거 작성해보라고 하면 절반도 못 채우는 사람이 대다수일거예요.
어릴 때 쉬웠던 것들이, 유치하다 여겼던 것들이 의외로 성인이 된 후에 어려운 것들이 많아요. 자신의 감정에 솔직한 것. 상대방에게 사과하는 것. 제대로 인정하는 것 등등 자신을 드러내거나 타인에 관심을 갖는 것들이 나이를 먹어가면서 점차 깎이고 무뎌지죠.
저는 과연 훗날에 그렇지 않을 수 있을까 생각하며 글을 마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