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랜만이네요.
요즘 많이 바빴어요. 글을 자주 쓰지 못할 정도로. 바쁜 것도 바쁜 것이지만, 열심히 살다보면 생각이 없어지는 것 같아요. 생각도 여유가 있어야 나오는 것 같네요. 오랜만에 편지를 씁니다.
그거 아시나요? 우리가 보고 있는 저 별의 모습은 몇 억 년 전의 모습이라는 것을. 시공간을 초월했다는 말은 어쩌면 저 별빛과 우리 사이를 일컫는 말일지도 모르겠어요. 몇 억년 전 시작된 별빛이 지금 여기 우리에게 도달해 있으니까요. 머나먼 과거와 현재가 만난다는 사실이 묘한 느낌을 주지요.
사실 매 순간 과거와 현재는 서로 만나고 있지요. 그러나 과거와 현재가 만난다는 것은 방금 전 과거가 아닌, 아득히 먼 과거와 현재가 만난다는 것을 뜻하는 듯해요. 그래야 느낌도 살구요. 아마도 머나먼 과거일수록 우리가 닿을 수 없는 일이기에 묘한 느낌을 주는 것 같아요. 방금 전 과거는 그래도 뭔가 우리가 수습할 수 있는, 우리가 잡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니까요.
비록 저 별빛과 우리 사이 만큼은 아닐지라도, 어쩌면 당신과 나 사이 역시 시공간을 초월한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이 편지를 읽는 당신과 이 편지에 기록된 나의 마음이 맞닿는다는 점이 말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우리의 초월은 슬픈 초월이기도 하네요. 이 편지는 오직 한쪽에서 한쪽으로 전달될 뿐이니까요.
초월이라는 단어가 신비로운 것은 무언가를 뛰어넘는다는 느낌 때문인 것 같아요. 시간을 뛰어넘고, 공간을 뛰어넘어서, 우리가 지닌 한계들을 넘어선다는 것이 판타지와도 같은 일이니까요. 우리가 꿈을 꾸며 희망을 얻듯이 한계를 뛰어넘는다는 것을 선망하고 있는 것일지도요.
늦은 가을밤, 별을 보다 이렇게 편지를 씁니다.
이번 가을도, 명절도 잘 보내셨길 바랄게요.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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