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곱창집과 물귀신

어둠속검은고양이 2021. 10. 6. 12:10

하루에도 수많은 자영업자가 망하고 수많은 자영업자가 창업을 한다. 자신은 다를거라 부푼 꿈을 안고서.

1년 전쯤이었나.
길을 가는데 곱창집이 새로 문을 연 것을 보았다. 솔직히 곱창집 위치가 별로였다. 더구나 그땐 코로나로 난리가 난 시점이었다. 속사정은 알 수 없었으나, 아마 계약금을 치루고 나서 기약없이 월세만 나갈 바에야 개업을 한 것이 아닐까. 그렇게 매일 지나가는데 곱창집에 손님이 한 명도 없었다. 오픈 기념 일주일이 다가도록. 곱창집 앞 화한이 무색할정도여서 참으로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이곳에서 곱창먹으러 갈 사람도 별로 없다. 젊은 사람들이 많아야 술집도 장사가 잘 되지... 그 곱창집은 그렇게 얼마 안 가서 망했다. 간판도 내려가 있고, 임대문의가 붙었다.

그리고 오늘인가, 어젠가.
그 자리에 또 곱창집이 생겼다. 똑같은 위치에, 똑같은 인테리어에, 간판의 형식마저도 똑같았다. (구렸다.) 간판 이름만 달랐을뿐. 그러나 촌스러운건 마찬가지였다. 이번엔 화한이 조금 많았다. 뭐, 화한 내용은 번창하라든지, 성공을 기원한다든지 그런 의례적인 것이었다. 이번엔 또 얼마갈까 싶었다.

귀신 중에 물귀신이라는 것이 있다.
어디서부터 유래됐는지 모르겠지만, 물에 빠져 죽은 귀신은 그 물에서 계속 맴돌게 된다고 한다. 머리카락이 수초와 비슷하게 생겨서 머리카락인지 모르고 잡으러 갔다가 가까이 다가오면 잡아 당긴다고 한다. 그리고선 자신이 있던 자리에 그 사람을 대신 채워넣음으로서 승천한다는 말이 있다. 그 후에 잡혀 죽은 사람은 자신을 대신할 사람을 기다린다고 한다.

곱창집을 지나가며 '자영업을 보니 물귀신과 같구나'하고 생각했다. 장사가 안되면 어떻게서든 손해를 메꾸려고 권리금을 받고 상가를 팔아치운다. 자신이 입은 손해를 타인에게 떠넘기는 것이다. 반대로 말하면, 장사가 잘 되는 상가라면 주인에게 특별한 사정이 있지 않는 이상 팔아치울 이유는 없는 것이다. 하루에도 수많은 자영업자가 문을 닫고, 수많은 자영업자가 새로 문을 연다.

뭐, 손해가 나면 이것을 최소화하는 것은 당연하다. 재고처리 하는 것처럼. 새로 들어올 사람 역시 리스크를 감수하고 들어오는 것이고. 그러나 이렇듯 대부분의 상가 거래는 한쪽이 불완전한 정보로 거래가 이루어질 수 밖에 없다. 레몬시장처럼.

망한 곱창집에 새로운 곱창집이 들어선 것을 보면서 물귀신과 같다고 생각했다.

하루에도 수많은 자영업자가 망하고 수많은 자영업자가 창업을 한다. 자신은 다를거라 부푼 꿈을 안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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