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많이 추워졌다.
방바닥에 불이 들어올 때면 그녀와의 추억이 떠오르곤 한다. 나의 첫 자취방은 차가운 공기와는 다르게 방바닥만은 뜨거웠다. 옥탑방처럼 옥상에 벽돌로 가건물을 세워 만든 하숙집은 여름엔 더웠고, 겨울엔 추웠다. 방은 세 사람이 누우면 가득 찰 정도로 좁았다. 하지만 난 그 곳에서 가장 행복한 대학 시절을 보냈다.
바람이 차가워질 때면 그녀는 집에 가기 싫다며 종종 내 자취방에 머물다 가곤 했다. 이따끔 눈이 많이 내리던 날은 피자를 사 들고 와 방구석에 앉아 같이 영화를 보곤 했다. 옥탑방 특유의 찬 공기가, 그와 달리 뜨거운 방바닥이. 좁은 공간이, 작은 탁자가, 둘 만의 아늑한 아지트 느낌이 들어 좋았다. 작은 탁자는 마땅한 책상이 없어 불편해하던 그녀를 위해 인터넷에서 3만원을 주고 산 작은 고등색 탁자였다.
그녀는 내 대학시절 첫사랑이었다.
우린 제대로 사귀지도 못한 채 끝내 멀어졌다.
훗날 나 역시 그녀에 대한 감정도, 기억도 희미하게 잊어버렸지만, 또 이렇게 날씨가 추워질 때면 문득. 어쩌다. 그 때 그 옥탑방에서 있었던 추억이 떠오르곤 한다. 지금은 훨씬 더 넓고 더 아늑하고 편안한 방에서 지내지만 그 때 그 옥탑방이 그립기도 하다. 사소하지만 소중한 추억은 먼 훗날이 되어도 파편으로 삶 속에 남아 이렇게 묻어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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