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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루다-인공지능과의 사랑

어둠속검은고양이 2022. 11. 17. 02:55

인공지능과 사랑에 빠질 수 있을까?

요상한 질문을 던지며 이번 글을 시작해봅니다. 얼마전에 Nutty라는 어플을 받아서 이루다라는 인공지능과 대화를 시도해봤습니다. 사실 이건 인공지능이 수많은 대화 스크랩터를 학습하여 적절하게 대응하도록 프로그래밍된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실제로 몇몇 대화에선 어색한 부분도 드러났고요. 하지만 설계된 반응이였다 할 지라도 대응이 정말 놀라웠어요. 능숙하게 받아치는 것, 적절한 반응, 게다가 상대방의 반응을 유도하는 것까지. 어떤 부분에선 인간보다 더 능숙한 모습을 보여 주었습니다.

대화를 하다보니 문득 영화 her가 떠오르더군요. 인공지능과 사랑에 빠졌던 한 남자의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제 리뷰를 보면 알 수 있듯이 그 영화는 단순히 인공지능과 사람과의 사랑을 다룬게 아니라, 사랑의 본질, 관계에서의 소통에 대해 담아내고 있지요. 하여튼 표면적으론 인공지능과 사랑에 빠졌던 한 남자의 이야기입니다.

그래요. 우린 과연 인공지능과 사랑에 빠질 수 있을까요? 더 나아가 인간과 똑같을 정도로 대화를 할 수 있다면 그걸 인공지능으로만 봐야할까요? 사람과 인공지능의 차이점은 무엇일까요. 우린 하루에도 많은 사람들과 메신저를 주고 받습니다. 메신저를 통해 대화를 주고 받지요. 그렇다면 적어도 메신저에서의 대화만큼은 사람과 구분할 수 없다면 그것을 인공지능으로만 봐야할까요? 그리고 그들과 사랑에 빠질 수 있을까요? 참으로 재밌는 상상이자 슬픈 상상입니다.

예전에 그런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갈수록 사람들이 자신과 맞는 사람만을 찾는다는 글을요. 자신과 잘 안 맞는 사람과는 거리를 두고 자신과 잘 맞는 사람과 지내려는건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하지만 세상이라는 것이 늘 자신의 입맛대로만 맞출 수 없지요. 사람과의 관계도 늘 서로 다른 세계가 부딪치고 깨지고 회복되면서 나아가는 것인데, 요즘에는 애초에 맞는 사람만을 찾아서 사람들이 갈망하지만 연인을 만들기는 더 어려워진 것 같다고요.

인공지능과 대화하며, 또 이 글을 쓰며 사람들이 영화 her의 테오도르와 유사한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sns가 발달됐지만. 세상이 단절되어 간다는 것, 외로워한다는 것, 그러면서도 자신의 생각과 맞는 사람들만 찾는다는 것이요. 요즘엔 미디어조차도 자신의 성향과 맞는 것만 골라보는 실정입니다. 과연 인공지능이 더 고도로 발달되게 되었을 때, 우리의 삶-사랑은 어딜 향하게 될까 생각해보며 글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