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입춘 편지

어둠속검은고양이 2020. 2. 9. 12:24

오랜만이에요.

당신께 글을 쓰는 것 말이에요.
난 열심히 살고 있어요. 정말로요. - 라고 말하고 싶은데, 아직까진 그렇게 떳떳하게 말할 수준은 못 되는 것 같아요. 열심히 살고 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수준이 생각보다 되게 높네요. 비루한 변명이지요.

내 생각을 글로 남긴다는 것이 일종의 내 생의 기록서 같아서 열심히 썼었죠. 처음엔 남겨보자는 느낌으로, 그 후엔 즐거움으로, 얼마전까지는 즐거움 반 의무 반으로 썼어요. 그러나 사회에 관심을 좀 덜 갖게 되고, 쓰는 말들이 비슷해져 갈 무렵에 생각없이 지내는 날들이 많아졌어요. 귀찮음이 즐거움을 넘어서는 단계가 온 것이죠.

그러다 오늘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훗날 지금의 기록들을 보면서 나는 어떤 생각을 할 지. 오글거리다고 여길지, 의미없다고 여길지, 치기 어리다고 할 지. '아, 그래서 말은 적게 할수록 좋은 거구나.'하고 되새겨지더라구요. 언제 어떻게 '박제'될지 모르니까. 그럼에도 방금 전에 떠오르는 글 하나 썼네요. 어차피 익명의 개인 공간인데, 쓰고 싶으면 쓰는 거죠. 며칠 전엔 시사글도 하나 썼구요.

재작년과 작년에는 그래도 무척 즐겁게 글을 쓸 수 있었어요. 제 글을 좋게 봐주시고, 격려도 해주신 덕분에 말이지요. 소소한 생각들에 깃든 칭찬이나 인정이 좋아서 좀 더 열심히 글을 썼었네요. 생각을 정리하고, 써내는 것도 좋지만, 이것들이 소통으로 이어진다면 무척 기분이 좋죠.

당초 목표까진 대략 2년 남았네요. 8년 동안 비공개를 포함 작성한 글은 1264개구요. 2~3일에 한번 꼴로 글을 쓴 꼴인데, 자주 쓴 것처럼 보여도 적다면 적은 수치네요. 목록에 있는 글도 많이 편중되어 있구요. 과연 만들어 놓은 카테고리에 맞는 글을 쓸 수나 있을려는지.

많은 사람들이 2020년 새로운 다짐을 하지만 삶이 극적으로 변화하는 사람은 드물어요. 다짐과는 별개로 우리가 사는 현실이 과거의 연장선이니까요. 나 역시 크게 달라진 건 없어요. 달라진 것은 나의 생각이나 태도 뿐이죠.

당신은 어떻게 지내셨나요.
그러고 보니 2월 4일이 입춘이었네요. 이제 본격적으로 새로운 2020년이 시작되는 걸테지요.
2020년, 올 한 해는 어떻게 보내고 계신가요. 새로운 일, 새로운 만남, 새로운 도전과 성공.
올 한 해는 당신도, 저도 하나의 전환점이 일어나는 해가 되길 바랄게요. 행운을 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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