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곧잘 현실에서 이념만을 위한 이념 전쟁을 보곤 한다.
그런 이념 전쟁을 보고 있자면, 저절로 눈살이 찌푸려진다. 문제와 비용을 분석하고, 수치를 비교해서 유의미한 해결책을 도출해내는, '명료하고 합리적인데다, 생산적인' 과학과는 다르게, 와닿지도 않는 추상적인 말장난만 남은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모든 현실적, 정치적 문제는 이념전쟁으로 흐를 수 밖에 없다.
현실에서 문제는 산더미인데, 가지고 있는 자원은 유한해서 늘 부족한 상태기 때문이다. 아무리 과학적 기법으로 문제를 분석하고 대책을 세운다 할지라도, 대책을 세운 이후의 단계들 - 인적, 물적 자원을 결집하는 단계에서는 시선집중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얼마나 절박한지, 얼마나 정당한지' 어필을 잘해야 국민의 동의가 된 자원을 끌어올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정치권에서는 자신들이 추구하는 이념들이 어떤 정책으로 흐를 수 있는지, 이러한 정책들이 얼마나 절박하고, 얼마나 정당한지 끊임없이 포장한다.
양보와 협상, 거래를 통해 합의점을 찾을 수 있는 대화와 토론과는 달리, 현실적 문제에 접근하는 방향성 - 이념의 목표들은 절대로 양보할 수 없는 것으로서, 결국 힘의 논리에 의한 굴복 밖에 답이 없기 때문이다. 사회적 문제의 해결이 흼의 논리에 의해 돌아간다는 것이 문명화된 현대사회에서 굉장히 야만스러운 느낌이 들 수 있으나, 이는 현실적 한계다. 다만 옛날처럼 '폭력적인' 힘의 논리로 작동하지 않다는 걸로 위안 삼는 것이다. - '머릿수'의 힘의 논리다.
결국 이념 전쟁은 힘싸움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현실적 문제의 연장선 끝에 있는 이념 전쟁이 아니라, 이념만을 위한 이념 전쟁이 보이는 듯해서 탐탁치 않을 때가 많다. 이러한 이념 전쟁은 현실 문제를 극복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현실을 왜곡시켜 더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버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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